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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Jun 30. 2023

표준화와 품질관리

서정기자의 색깔있는 취재수첩<6>   물 먹는 기자-2  


                            물 먹는 기자-2

                                                        볼트너트 규격제품

 산업 초기발전단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본력 부족, 기술 부족,  수요 부족이라는 벽에 부딪혀 중소기업들의 산업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전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에 대한 무제한의 자금 및 기슐지윈, 판로연결 등 국가적인 목표 제시가 필요하다.

  전두환 정부가 여기에 눈을 뜬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필자는 중소기업 육성방안 도출에 꾸준하게 매달렸다. 일본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중소기업의 성장 발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지원을 통한 기업의욕 고취와 함께 산업표준화였다.

  산업표준화에 대해 당시의 예를 들자면 조그마한 유리창이 한장 깨지면 유리창을 뜯어 창문제작소를 찾아가 맡기거나 창문제작소의 직공을 집으로 불러 수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들쭉날쭉이었다.

  만일 창문틀이 크기별로   규격화되어 있으면 인쇄용지의 A4, A5, B4 처럼 아무나 쉽게 구매해서 부착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요즘처럼 볼트와 너트가 각 규격별로 표준화되어 있으면 사양에 따라 그때그때 주문제작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족: 흔히 나사라고 부르는 볼트와 너트는 생산공장이 각각 다르다. 철제상에서도 따로따로 판매한다.)

  필자는 공업표준연구소를 발이 닳게 드나들며 산업표준의 중요성을 취재 보도하는 한편 표준화된 규격에 맞도록 생산해내는지를 관리하는 기법, 품잘관리(QC)운동의 확산에 앞장섰다.

  장부는 품질관리운동을 전개, 우리 공산품의 품질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매년 전국품관리대회를 열어 우수업체를 포상했다(제1회 품질관리 대상은 삼성계열의 제일모직이 수상했다).

  이러한 품질관리운동은 우리의 산업을 몰라보게 발전시겼다. 제품의 규격과 품질에 대한 대외 신뢰가 크게 높아졌으며  생산성도 개선돼 원가절감 효과로 나타났다. 이로부터 해외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신뢰가 싹트기 시작했다. 또한 품질이 인증된 부품을 기져다 조립생산하는 대기업의 제품개발과 품질향상의 견인차가 되어 획기적인 수훌강국으로 성장한 수 있었던 것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유기정 회장과의 유대는 이후 그분이 2010년 1월4일 88세를 일기로 타계할 때까지 돈독하게 이어졌다. 그분은 세계중소기업연맹 총재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발전, 나아가 수출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 수출 대기업을 전담 취재하다가 졸지에 중소기업 전담으로 '물을 먹은 기자'가 자리를 잡을 때 쯤 회사는 나에게 다시 물을 먹였다. 조사부장으로 발령했다. 승진시킨다는 명목으로 내근 발령해 또 물을 먹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회사에게 물을 먹였다. 미국 유학 절차를 마치고  오하이오 주 소재 톨레도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혼연히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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