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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pr 30. 2019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세이빙 미스터 우 (解救吾先生, Saving Mr.Wu), 2015

두렵지, 보는 사람이 있으니 용기를 내는 거야. 네가 있는 것만으로 희망이 생겨.

자기 자신도 납치된 상황에서, 같이 납치된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이빙 미스터 우"는 영화 제작 발표회가 끝나고 나오던 톱스타인 '우(Wu, 유덕화)'가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납치극인 걸 감안하면 이야기 진행 자체는 긴박하기보다는 담백하게 흘러간다. 자칫 루즈하거나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었을 텐데, 의외로 고요하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깊이 느끼게 해주어 잘 어울린다.

경찰을 사칭한 장화(왕천원) 패거리에게 납치되는 톱스타 우(Wu, 유덕화). 영화배우인 유덕화 아저씨가 영화배우를 연기한다는 점이 참신했다.

 유덕화 아저씨는 화려했던 젊은 시절의 연기도 좋지만, 나이를 먹으며 깊이를 더해가고 무르익어 가는 연기가 더 와닿는다. 소싯적처럼 눈부신 외모와 뜨거운 연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직선미가 참으로 좋다.


 "세이빙 미스터 우"에서도 유덕화 아저씨는 원숙한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똑같이 납치당해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먼저 납치당한 '도우'을 되려 다독여주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을 감시하는 패거리와 리더인 '장화'의 연락이 끊겨 점점 죽을 시간이 가까워져 왔을 때, '우'는 패닉에 빠진 '도우'에게 말을 건네고, 자신의 코미디를 보았냐며 연기를 보여 주며 진정시키려 애를 쓴다.

 본인도 공포심이 짓누를 텐데도, 자신의 콘서트에 와보지 못한 '도우'를 위해 '우'는 나지막이 노래도 불러준다. 마지막 소절을 '도우'와 함께 부르며 부둥켜안는 그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져왔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저렇게 남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정갈하고 담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노래를 읊조리며 '도우'를 토닥이는 '우'.

 유덕화 아저씨가 잘 생긴 외모에 가려서 그렇지 연기도 곧잘 하는데, 유독 이 작품에서 왜 이리 생생하게 느껴지는지 궁금했다. 그 의문은 The Straits Times(싱가포르 신문)와 한 인터뷰를 최근에 보고는 풀리게 되었다.


 현실감과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덕화 아저씨는 마지막에 목이 졸리는 부분에서, 힘껏 조르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아저씨가 발버둥을 치면, 목을 조르던 납치범 역의 배우가 바로 멈춰버렸다고 한다. 그러면 안 된다며 진짜 죽을 것 같으면 신호를 줄 테니 진짜처럼 하라고 요구했다는데 정말 장인 정신이 투철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매일 거의 1sqm의 좁은 공간에서 10시간 동안 진짜 쇠사슬에 묶여 있기까지 했다. 가짜 사슬은 망가지기 십상이라 진짜 쇠사슬을 사용하기를 주문했다고 하니 영화가 실감이 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납치당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절박해지는 기분을 십분 느끼게 해준 유덕화 아저씨의 열연.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본 탓에,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실제 납치 사건의 피해자인 배우 오약보가 출연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어 꽤 놀랐다. 연기를 할 수 있을 만큼의 평정심을 갖기 어려웠을 텐데, 대단하다 싶었다.


 감독 정성(丁晟)은 피해자로서 오약보가 같은 경험을 하게 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해, 대신 피해자의 생명을 구하는 경찰 역을 맡겼다. 유덕화 아저씨는 이 영화가 오약보에게 일종의 끝맺음이 되었으면 바란다고 했다. 오약보는 강한 사람이지만, 여전히 납치된 경험이 그를 괴롭히는 듯하다고, 이 영화를 기점으로 오약보가 납치 사건을 과거로 넘길 수 있기를 유덕화 아저씨는 소망한다고 했다.

자신의 납치 사건이 모티브가 된 영화에 출연하기까지 오약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왼쪽의 형사가 오약보가 연기한 형사 '조강'이다.

(吴若甫)의 성은 우(Wu)로 그 발음이 동일하나, '오(Wu) 선생'의 한자는 '나'를 의미하는 한자(吾)를 사용했다고 한다. 영화 내용 상 '오(Wu) 선생을 납치범에게서 구하는 의미도 있지만, 진짜 Mr.Wu(오약보)의 해방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 기원이 오약보의 마음에도 닿아 납치 사건의 악령으로부터 해방되었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다음 영화)

(인터뷰 출처: The Straits Times on September 2015)

https://www.straitstimes.com/lifestyle/entertainment/strangle-me-for-real-andy-lau-tells-his-co-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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