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차의 결말이 오늘 오후 1시 넘어 났다.
성경에 이런 문구가 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알다시피 나는 매일 감사를 적는다.
그러나 한 번도 주차를 내 자리에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빌런 덕분에 나는 오늘부터,
제자리에 주차할 수 있음에도 감사하게 되었다.
한 해가 저무는 동안 한 번도 새벽기도에 안 갔다.
담 쌓고 산 지 오래이나, 엄마를 위해서라도 제발
새벽에라도 가서 기도해야 하지 않겠나 하면서도
한 번을 못 갔다. 아니 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빌런 덕분에 나는 오늘 새벽,
3시 반에 깨어나 결국 올해 첫 새벽기도에 나갔다.
이런 일이 없었다면 절대 중간에 깨는 일이 없는데
어찌나 마음이 불편한지 잠까지 설치다 깬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가. 지인이 나에게 농담 반 진담 반,
"하나님의 큰 그림"이라고 하는 말에 엄청 웃었다.
가장 감사한 것은,
어젯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화가 난 적은 없다는 것.
내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화가 나지 않는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그렇게 해 주신다.
힘은 들었고 스트레스는 심했지만, 분노는 없었다.
오후 1시 넘어 드디어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왔다.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겉옷을 입어야 해서
입고 받으려는데 진동이 멈췄다. 그리고 예상대로
문자가 도착했다.
결국 또 내가 기다렸다..... 택시 타고 집에 갔다는 말의 타이밍을 오해했다.
그 이유는, 내가 전화온 지 7분, 문자 받은 지는
4분 뒤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빌런이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집은 아파트와는 달라서
엘베도 우리 라인에 1개 뿐이라 내려오는 데에는
일정시간이 반드시 소요된다. 문자 받고 4분 만에
내려왔으면 거의 바로 내려왔다고 봐도 될 정도로
내려와 줬는데, 그 사이 못 참고 다시 사라진 빌런.
딱 그때 도착한 문자에 택시 타고 집에 갔다는 게,
지금 그냥 집에 갔다는 줄 알고 화가 나려고 하여
지금 내 매우 기분이 좋지 않음을 문자에 최대한
담아 보냈다. 원래 저런 말조차 할 생각도 없었고,
사과도 기대하지 않았으며,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면상을 보려다 보고싶지도 않아 차에 들어가 있다
8분 넘게 답이 없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나왔다.
집으로 올라가는 엘베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던 중
전화가 왔다. 나는 친하지 않은 인물과의 통화를
꺼리는 편인데 심지어 빌런과 해야 한다니 싫지만
수락하자 다급한 목소리로 4층에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 죄송하다 말해왔다. 괘씸해 일주일을
협박해 놓았으니 다급해져야 정상이기는 할 지도.
주기도문을 속으로 읊었다.
다시 차에 들어가 후진을 한 채로 총 15분 가량을
지하 주차장에서 다시 기다리며 헛웃음이 나왔다.
한 남성이 내 차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숙이며
"죄송합니다!!" 하고 커다란 벤츠로 뛰어 들어갔다.
아주 빌런은 아니네.. 라고 생각했다.
사과도 하지 않는 빌런을 예전에 만나봐서 그런가.
그래도 굳이 닫힌 창문에 대고 사과를 하는 것 보니
이제 빌런에서 탈퇴시켜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냥 좀.. 웃겼다. 뭐랄까, 그런 것 있지 않나.
다시는 우리집 자리에 주차하지 않을 것 같은 확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제자리에 제대로 주차를 하고 집에 올라오며
들었던 생각은 이러했다.
그 사람과의 통화에서 아무 원망도 하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미안해 하게 되면
그때는 내가 굳이 이래라 저래라 왜 그랬냐 안 해도
지가 알아서 그 행동을 반복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만일 내가 화를 냈다면 그는 덜 미안해졌을 것이다.
다행히, 혹은 감사히도,
그 사람이 아주 빌런은 아니었으므로 미안해 했고
내가 한 번도 화내거나 언성을 높아지 않았으므로
더 민망해 하면서 뒤늦게 가시방석에 앉은듯 했다.
내가 이래 보여도 알고 보면 조금 더 무서운 점은,
사람에게보다 하나님에게 요구를 할 때가 있는 점.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겠지만 예를 들면,
하나님 저 사람 혼내 주세요, 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내가 혼내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나
하나님이 혼을 내면 아작도 날 수 있다.
아무튼 그 사람은 빌런에서 탈퇴 됐고 ㅎㅎㅎ
그 떡대 벤츠가 이제 우리집에 주차하지 않을 테니
한숨 돌렸다. 친구들과 주차 성공 소식을 나누면서
계속 은근히 웃었다. 비록 맘고생은 했지만, 이로써
얻은 것이 두 가지나 있으니(감사제목과 새벽기도)
썩 괜찮은 일이었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누가 나중에 보내준 사진/사법연수원
어제에 이어 그 '인상이 유난히 좋던' 인물 이야기.
법대를 나온 것까지는 직접 물어봤으니 알겠는데,
그때 나에게 명찰을 내밀었을 때 막상 좀 당황해서
거의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인에게 물었다.
인상 좋고 엄청 공손했던 그 사람 혹시 검사였냐고.
훈남이라는 말에 조금 놀랐다. 그런 거였나. 누가봐도ㅋㅋㅋㅋ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일까. 안면 기억 장애급이라
설명하라면 얼굴 특징 설명 하나도 할 수 없지만
다시 보면 누구인지는 구분할 수 있으니, 나로선
매우 인상깊게 남은 인물인 것이다. 굳이 왜..ㅋㅋ
이렇게 법조계에 대한 선입견도 무너지게 되는가.
수 년 전에는 일원동 S병원 진료실에서 본 의사의
인품과 말씨에 충격을 받아 의사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는데, 이번에는 법조계 차례인 것인가.
내가 얼마나 좁은 세상, 좁은 관계 속에서 소수만
만나보고 살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아닌가 싶다.
함께 연주한 사람 중 아주 약간은 비슷한 결을 가진
인물이 있었다. 판사라는 분이 좀 더 active했지만
공통점이라면 겸손, 공손, 온화, 그리고 지적인 것.
후유증이라면...
수면부족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정신이 좀 없다.
내일 오전부터 약속이 있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고.
세미나를 제정신으로 들을 수 있을지도 우려이고..
그와중에 또 감사한 것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위로의 말을 많이 듣게 되었다.
네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 반주가 다 했다, 아주
멋드러지게 쳤다, 너무 멋있었어요 등 칭찬 하는데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그들이 가장 칭찬했던
그 반주에 스트레스를 가장 크게 받아 힘이 들었다.
제대로 된 악보가 아예 없어서 알아서 쳐줘야 했고
촉박히 받아 시간 없어 준비가 거의 불가능했으며
연주 당일 처음 리허설을 해봤고, 모르는 곡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 마음에 드는 곡이 아니었으며
몸살 기운에 종일 졸려 뇌 상태가 말이 아니었달까.
악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뇌가 잘 돌아가야 반주를
잘 할 수 있는데 여러모로 악조건이었기에, 속으로
하나님을 열심히 불렀다. 도와달라고. 모르겠다고.
결국 이것까지도 성경말씀대로 합력하여 선을 이뤄
나에게 결론적으로는 좋은 이야기들로만 돌아왔다.
마음이 녹았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은 것 같다.
연주자 중 한 명은 어제 그 반주를 듣고 마음에 들어
본인이 연말에 연주할 악보 하나를 의뢰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초중고가 하나인) 같은 학교 출신이었다.
마지막으로 감사한 것은,
엄마가 기뻐하신다는 사실이다.
딸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칭찬 받는 것을 보니
기뻐서 면역력이 올라간다며 즐거워하는 목소리에,
우리 엄마는 내가 옆에서 즙 짜주고 간병하는 것보다
활동을 해야 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인가 싶기도...
정작 나는
음악이야 좋고 피아노 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옷 신경쓰고 구두 챙겨야 하는 연주회와 무대서기를
조금 귀찮아 하는 성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패딩 입고 모자 눌러쓴 채 저 뒷 좌석 어딘가에 앉아
연주 리허설 듣고 이야기 해주는 게 편하기도 하고.
그래도 아마,
나름 즐겁게 한 것 같다. 졸리다. 오늘은 푹 자야지.
판사님 생각은 그만 나면 좋겠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아직은 인상깊어서 사라지기 어려울 수도 ㅋㅋㅋㅋ
살다살다 직업이 판사인 사람 보고 충격을 다 받네..
어떻게 자라면 그런 사람이 될까? 내가 오래 전에
한 의사를 보고 했던 생각과 비슷한 질문이 생긴다.
옛 말 틀린 게 하나 없다더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대표님 말로는 부장판사님인가 누군가 아무튼 누가
원래 매년 다른 단체를 부르는데 이번에 참 좋아서,
내년부터 우리가 계속 하라고 하셨다던데, 내년에
아~~~주 만일 다시 보게 되면 묻고 싶다 ㅎㅎㅎㅎ
어떻게 자라셨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현웃중ㅋㅋ)
Thankful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