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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Feb 18. 2022

저 사람은 겉과 속이 맞닿아있을까?

마흔 즈음에

어떤 이와 대화할 때면 겉과 속이 벌어져 붕 떠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대게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 그런 느낌을 받는데, 눈에 훤히 보이는 거짓말은 처음부터 거르기 때문에 부조화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내가 고민하게 되는 경우는 대게 의도를 감춘 채 사실을 말한다거나, 말하는 이가 스스로 거짓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때였다. 아마 다들 삶에서 두 가지 유형의 예들을 경험해 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좀 심도 있게 의문을 가지는 예는 각각 이렇다.


전자는 그저 맞장구치고, 웃고, 응대하는 상황이다. 거의 웃으면서 좋게 표현하기 때문에 그냥 성격 좋은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어떤 경우는 본인의 화조차 숨긴 채 응대하는 사람도 있다. 비즈니스 상대가 아닌데도 말이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SNS를 자주 하던 친구다. 사람을 상대할 때면 매번 웃으며 공감한다는 식으로 대했는데, 그런 성향이라면 실제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을 맞팔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봤는지, 그 친구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실상은 이쁘거나 잘생기거나 혹은 팔로워가 많은 친구들만 팔로우를 신청했고 본인의 인기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상대하지 않았다. 신청이 들어와도 무시했다. SNS를 보며 얘는 누구야라며 상대 계정에 들어가 탐색하는 모습을 얼핏 봤는데, "얘는 누구야"라는 말이 마치 "얘는 뭐야"라는 뉘앙스로 들렸다. 프로필 사진으로 헷갈릴 수도 있지만, 계정 내 사진을 본다면 분명 같은 공간에서 한 번 이상은 본 걸 알고 있을 테고, 실제 둘이 마주한걸 내가 알고 있었으니까. 더욱이 그는 아무도 들리지 않게 나지막한 소리로 이게 뭐냐는 듯이 넘겨버렸다. 그 친구는 누가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닐 테고 나도 못 들은 척하고 지나갔지만, 뒤돌아서선 소름 끼치는 마음을 달래야 했다. 앞에선 웃으며 공감한다는 식으로 대하면서도 뒤에선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상대하지 않는 사람이었던 거다.


후자의 경우는 주로 본인이 스스로를 너무 몰라서 발생했던 사례다. 흔히들 겪는 게 본인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는 경우일 거다. 내가 실제로 겪은 것 중에 가장 경멸하는 경우는, 말만 하면 다 해봤고, 다 알고, 상대방 이야기는 도통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다. 흔히 말하는 설치는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흘려듣거나, 과신 욕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내가 강하게 경멸하는 대상은 점잔은 척하면서 남 이야기 듣는 척하고, 이해하는 척 하지만 정작 지나 보면 본인 고집만 남아있는 사람을 말한다. 거기까면 그나마 다행이려나, 자기 확신이나 의지는 또 강한 척 하지만 막상 까 보면 아무것도 없는, 극한의 유형이 있다. 내 평생 이런 경우는 네 번 정도 겪었는데, 처음 설명한 범위 내에서는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유형은 인생사에 네 번 정도 겪을 정도로 드물었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라며 고민했을 때 내린 결론은 본인 스스로가 본인이 그런 사람인지 몰라서 그런다고 결론지었다. 실제 사례는 오래전 실험실 후배의 경우인데, 그 후배는 학점이 좋아서 그런지 본인이 무엇이든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미팅에서도 잘 알아듣는 척했고, 무얼 해야 할지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데 정말 그건 '척'이었다. 막상 결과물을 가져올 때면 시킨 것은 하나도 되어있지 않고, 그렇다고 본인 생각을 제대로 이행하지도 못했다. 그런 상황은 반복됐고, 결국 나는 수준 낮은 일을 주게 됐다. 내가 티칭 하는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을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지만,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보는 게 옳겠지.


적다 보니 약간 급발진이 와서 구석에 묻힌 기억을 꺼내봤는데, 사실 적으려던 글은 몇 줄 안된다. 요즘 간혹 만나는 사람 중에 '저 사람은 겉과 속이 맞닿아있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다. 누구든 호기롭게 대하지만 저 사람은 속내와 겉이 같은 사람일까, 혹시 의도적으로 속을 감추는 걸까, 아니면 본인의 속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아직은 더 겪어 봐야지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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