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눈 맞춤, 함께 있다는 온기 전하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집콕’ 생활이 길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간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온라인에서는 시공간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강좌가 수없이 개설되었다. 매번 제주에서 서울로 비행기 타고 교육받으러 다니던 값비싼 불편함을 대체하며, 그야말로 황금어장이 따로 없다.
정말 바쁘다 바빠.
그중 한 온라인 수업, 각 지역에서 모인 열여덟 명이 참여하는 프레젠테이션 강좌였다. 대부분 수강생들의 카메라가 꺼졌고 이름만 쓰여 있는 블랙의 화면이 대신했다. 강사님과 나, 모자 쓴 남자 수강생 한 명까지 세 명만이 화면에 노출되어 있는 수업이다. 그 남자 수강생마저 바쁜 일이 있는지 먼저 나가기를 하니 강사님과 나만 덩그러니 오픈되었다.
감탄이 절로 나는 강의 실력에 자신감도 충만한 강사님이었지만, 진행하다 멈추고 묻기를 거듭한다.
“거기, 잘 듣고 있나요? 이해되죠?”
채팅창에 짧은 답이 뜬다.
‘네’
‘잘 듣고 있습니다’
강의 후에는 어려웠던 개인사를 극복해낸 경험담을 이어갔다. 수강생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느껴져 박수와 감탄으로 호응했다. 강사님과 둘만 강의실에 있는 듯 부끄러웠지만 카메라를 끌 수 가 없었다. 나 역시 온라인 강의에서 까만 화면과 마주하며 외로움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직장 내 모든 강좌가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었다. 그 첫 개시로 공무원 1년 차 후배들에게 선배로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강의를 진행했는데, 수강생들의 화면 오픈 여부는 선택사항이었다. 49명 수강생 중 절반은 화면에서 웃음 띤 얼굴로 절반은 검은 화면으로 마주했다. 그중 눈을 맞추기도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연신 메모 중이었던 교육생은 바로 앞에 있는 듯 가깝고 반가웠다. 반면 검은 화면 속의 후배들은 왠지 나를 거부하는 것만 같고 내 말이 그들에게 가닿는지 자신이 없었다. 그 섭섭함을 겪어봐서인지 온라인 수업에서는 꼭 카메라를 켜놓게 되는 것이다.
강사님의 시커먼 외로움을 지켜보는 것보다는, 내 부끄러움을 견디는 것이 훨씬 쉬웠으니 결국 나 편하자는 선택이었던 셈인데, 이후 강사님의 특별한 배려로 여러 강좌를 이어 수강하게 되었고 이미 구성된 커뮤니티에도 합류하고, 만석이었던 멤버십 강좌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세상이 더 넓고 따뜻하게 열린다.
배려는 타인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되고, 그 관심이 실천으로 이어질 때 생명력을 갖는다. 그리고 그 실천이 상대방에게 가 닿는 것으로 완성된다. 타인을 위한 선행인 것 같지만 결국은 더욱 따뜻한 온기가 되어 내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실감하게 되었다.
추운 겨울, 무섭고 질긴 전염병으로 이웃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진 지금, 주변을 향한 관심과 시선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배려하는 눈 맞춤, 함께 있다는 온기를 전하는 것은 결국 세상이 나를 향한 따뜻한 눈빛, 관심을 거두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과 다름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앞으로 전개될 다양한 배움과 교류의 장에서는
‘내 돈 내고 내가 강의받는데 누가 머래?’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반응하고 응답하겠지’
의 차갑고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나
따뜻한 관심과 눈빛 한 움큼 전해보는게 어떨까?
그 소소한 배려는 상대방을 위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내게로 돌아오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