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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늘 Feb 14. 2022

32화) 새로운 존재의 출현-진딧물,나비애벌레,잎굴파리


[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14째 주 (5.9~15)



범인은 흔적을 남긴다, 벌레의 출연!


이제까지는 평화로웠다. 옥상 낙원은 말 그대로 낙원으로 나와 건강한 새싹 잎들만이 존재하는, 언제든 마음껏 따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그런 무결한 곳이었다.


그런데! 책에서만 보던 (남일로 보여 전혀 와닿지 않았던) 흔히 말하는 '해충, 병충해, 질병, 바이러스의 습격..' 이란 단어들로 표현되는 그 일들이 드디어 옥상 낙원에도 찾아온 것이다.

범인은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참 재밌게 생각되었다. 절대 범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 이상이 생기면 반드시 표시가 난다. 무 잎에 처음 보는 이상한 하얀 줄무늬, 부시래기 같은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이게 뭐야?" 뭔가 좋지 많은 않은 직감적인 느낌. 더 자세히 살펴본다.

으엑!!!!!!!!!!!!!!! 뒤로 놀라 자빠질 뻔했다.


처음 보는 외계 생명체 같은, 그러니까 나 말고 '걸어 다니는' 첫 타 존재가 옥상 낙원에 등장한 것이다. 아 참, 개미가 있었지. 개미는 그나마 어릴 적부터 많이 보고 자라서 친숙한 존재인데 이 생명체와는 처음으로 조우하였기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슨 회로의 작동인지 몰라도 왜 이 바글거리는 투명 녹색 존재들이 이리도 끔찍하게 징그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꽃이 막 피어나려는 지점 아래에 다닥다닥 붙어 열심히 식물을 빨아먹고 있다. 분명 영양소가 가장 많은 곳 혹은 맛있는 곳에서 먹고 있을 것인데, 역시 살펴보니 모여있는 곳은 막 새 잎이 자라나려는 곳, 그리고 막 꽃이 피어나려고 하는 곳 - 이렇게 어린 에너지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요놈들이 먹는 것과 동시에 하염없이 하얀 껍질 같은 것들을 픽픽 공중으로 뿌려대고 있었다. 흩날렸다. 그래서 결국 이들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난 유난히 검색해서 뭘 알아보고 찾아보고 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 정체 모를 존재에 큰 충격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찾아보게 되었다. 이게 진드기? 진딧물?이라는 것인가? 


지금 찾아보니 '진딧물'이다. 진딧물도 종류가 많던데 '무우테두리진딧물' 이놈이 가장 닮은 듯하다.


역시 관찰한 대로 식물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빨아먹는데, 진딧물을 데려왔거나 아니더라도 양성 시키키고 보호하는 것은 바로 '개미'였다. 산에서 따라온 개미 놈들이 이 허허벌판 화성 같은 곳에서 죽지 않고 용케 살아남아 진딧물을 이용해서 당을 섭취하는 것이다. 키운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엉덩이를 톡톡 쳐서 진딧물이 빨아들인 당을 개미가 다시 빨아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 볼 수 있고,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뿐이니 '현재까지 인간의 부족한 시점으로서는 그것까지만 발견했다. 아니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라고 받아 들이기로 한다. 그들 사이의 거대한 미시세계의 시스템 안에 벌어지는 그 광대한 상호작용을 우리 인간이 제대로 알아낸 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니까.


나중엔 날개 달린 놈도 생겨나서 이리저리 날아가서 이동할 수 있게 된다는데.. 우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니 공부를 좀 해보기로 하고 징그럽고 찝찝한 마음을 안고 잠시 지켜보기로 한다.




두 번째 새로운 존재 등장!

뜨아! 어머나! 넌 누구야? 이번엔 2번째 새로운 존재가 등장하였다.


통실통실 애벌레! 무 잎 라이브 먹방을 진행 중이었다. 지금 유심히 찾아보니, 요 통통이는 '배추흰나비'이다. 정말 하얀 나비가 되는 존재로군!

놀라운 보호색으로 완벽 위장하여 잎 줄기를 거닐고 있는 애벌레. (찾아보시오)


연한 반투명 연두색의 진딧물이 들과 진한 녹색의 애벌레. 딱 그들의 움직임 반경의 환경과 똑같은 색을 내고 있다. 그 보호색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요놈을 관찰하려고 잎을 건드렸다가 애벌레가 떨어져 버렸다. 충격으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 


어마! 이게 또 뭔가? 동글동글 녹색 알갱이 덩어리들이 애벌레가 있던 자리 근처에 잔뜩 떨어져 있다. 바로 애벌레의 똥이었다! 똥도 녹색이다.


* 애벌레 맥박 : https://youtu.be/inNPMy9pE7w


통실통실이. 가까이서 가만히 바라보니, 애벌레의 맥박(등 위의 노란 줄)이 시각적으로 빛으로 보인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 작은 존재의 생명 엔진의 리듬이다.

똥 한 바가지 싸 놓은 풍경.


와~ 바로 이것이구나! 애벌레는 잎을 먹고 똥으로 변환시키고 있었다.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똥은 귀중한 퇴비이다. 내가 아직 똥을 퇴비로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걸리고 있었는데 이 애벌레가 먼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니. 아주 좋은 영양분을 흙에 뿌려주고 있다. 요 녀석들이.


잎이 감당 안 될 정도로 무성해지고 있는 참이라 애벌레가 잎을 먹어버리는 것은 지금 티도 나지 않는다. 1만큼 먹어도 내일 2만 하게 잎이 자라고 있는 상황이니까.


현재 애벌레가 딱 3마리 발견되었다. 당연히 요놈들도 파 먹힌 잎 들이란 아주 큰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그 잎 사이를 찾으면 분명 거기에서 놀고 있다. 흥미로운 관찰 거리가 생겼다. 새 식구가 늘어난 느낌이기도 하다.


* 애벌레 응가 : https://youtu.be/06et194Qchg


그다음 날, 오늘은 요 통실이들이 어떻게 변했나? 하고 옥상을 올라가자마자 찾아보는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요만하고 똥도 아주 작았는데, 그다음 날 바로 하루 만에 크기와 굵기가 엄청나게 커졌다. 똥의 크기도 비례해서 커진다. 그다음 날엔 또 그의 1.5배로 자라 있다. 깜짝 놀랄 만하게 쑥쑥 성장한다. 3일 만에 똥도 이제 거의 2~4배 사이즈가 되어버렸다.


요놈을 관찰하다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저리 가라 할 귀한 특급 장면을 포착하게 되었다. 바로 애벌레가 '응가'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하루 종일 부지런히 먹고, 부지런히 싼다. 잎을 똥(영양소)으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자신도 성장한다. 나비가 되기 위한 고치도 볼 수 있으려나?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또 그다음 날. 옥상에 올라가자마자 발견한 장면. 난데없이 통실이 한 마리가 도주하고 있다. "야! 거기 가면 아무것도 없어! 어디 가?" 


꽤 많이 성장한 통실이는 무언가 더 큰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긴 했는데.. 안타깝게 그쪽은 황무지라 통실이의 미래가 보장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시 잡아서 무성한 무 밭에 넣어주었다. (나 대신 부지런히 먹방으로 농사일을 해라)


* 애벌레 도주 : https://youtu.be/-KbI8yTFlHU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은 4일째 되니 3마리 통실이가 모두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어디에도 번데기를 만든 모습은 모이지 않는데.. 야반도주하다가 혹은 몸집이 아주 커져서 눈에 띄게 되어 결국 '새'들이 가져간 것인가?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세 번째, 잎 속에도 누가 살고 있다!

또 다른 흔적. 이렇게 보통의 그것과 다른 무언가가 생기면 '표시'로서 자연은 알려준다. 잎에 생긴 이 요상한 그림 같은 줄들이 무엇인가? 궁금해서 자세히 살펴본다.

뒤에서 보면 이렇게 비친다.

잎을 살짝 찢어보니, 글쎄! 잎과 잎 사이에 노란 애벌레 같은 것이 존재했다. 바로 저 자국은 요놈이 잎 속에서 살면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다닌 길의 자국인 것이다. 지금 찾아보니, '아메리카 잎굴파리' 로군!

처음에는 누군가 알을 놓아둔 자국인 줄 알았는데, 알이 아니라 애벌레로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것! 그러다 어느 정도 크면 밖으로 나와 파리가 되어 날아다닌다고 한다. 놀라운 세계.


이렇게 하루아침에 세 존재나 새롭게 내 앞에 등장하였다. 과연 나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자연이 내 앞에 대 숙제를 내어 주었다.



(다음 편에 계속)



* 이 시리즈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natoday1


*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는, 이 작가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하루한걸음 Daily Project] 소개 & 참여 : https://blog.naver.com/cocolikesun/22263622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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