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자연인이 사는 법 : 도전! 식량 기르기]
이 글은, 완벽한 자연문맹이었던 도시인 '나자립 씨'가 옥상에서 식물(식량)을 길러 자급한 1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생명체가 살지 않았던 녹색 방수페인트 행성이 8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진 옥상 낙원으로 변신한 놀라운 천지창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워온 스티로폼 박스에 토종작물을 심고 생태 순환농사로 길렀습니다. 직접 모든 씨앗을 받고 나누었습니다. 그 좌충우돌 재밌는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
깻잎이는 벌써 아래 가지에 복제에 복제가 일어나고 있다. 사방팔방으로 잎들을 부지런히 뻗어버리고 있는 이 깻잎이를 보니 꼭 '나'를 보는 것 같다.
책에는 '가지치기'가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어김없이 말하고 있다. 즉, 큰 잎 하나를 잘 건지려면 쓸데없는 관심사(자잘한 잎들)로 영양이 나누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보는 느낌이라 왠지 짠한 느낌이 든다. 그냥 둘 것이다. 여러 자잘한 잎들도 마음껏 뻗어라! 원래 자연의 모습은 자체가 완벽 아닌가? 이 모습은 결코 잘못되어가는 무엇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결국, 생긴 대로 모두 자라게 하면서 큰 잎과 시들려 하는 잎들만 부지런히 따 먹기로 하였다.
응가. 새가 똥을 싸고 갔다.
그렇게 새도 이 옥상 낙원에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옥상 낙원은 뜨겁다.
해가 쨍쨍한 날엔 5월인데도 30도가 넘어버리는 날이 계속된다. 연 씨앗을 2알 넣어둔 미니 연못은 하루 사이에 물이 완전히 말라 다큐에서 보는 갈라진 땅이 되어버렸다.
연 씨앗을 꽤 오랜 시간 물에 넣어두었건만, 전혀 발아가 되지 않았다. 원래 연 씨앗 끝부분을 사포로 문질러서 물이 들어갈 틈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엔 일부러 그냥 넣어두어 보았던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어떠한 간섭 없이 모두 알아서 발아할 테니까!
그런데 이리 오랜 시간에도 전혀 물이 들어가지 않는 걸 보니, 자연 상태에서 어떻게 씨앗이 갈려서 발아에 이르게 되어있는 것인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살짝 갈려서는 되지도 않는데? 누가 발아를 돕게 되어있을까? 다음에 이 부분을 공부해 보아야겠다.
어쩔 수 없이 인공적 간섭을 추가했다. 사포로 끝부분을 살짝 갈아내었다. 이제 다시 연못에 넣고 기다려본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 룰루랄라. 음식물을 모아서 만든 퇴비를 처음으로 사용해본 날이다.
'음식물+흙+낙엽 섞어서 : 음식물 모으는 통에서 15일 -> 발효용 2번째 통으로 옮겨져 15일' 둔 것이다. 15일 동안 잘 발효된 음식물들은 이제 거의 흙이 되었다. 흙의 향이 난다! 더 오래 둘수록 완전 숙성, 분해될 테지만 오늘은 이대로 조금씩만 써보기로 한다.
* 후에 알게 된 것 : 이때는 겨우 1달이 된 것을 사용했었는데, 퇴비는 언제나 완전 숙성된 것 (최소 2~3개월)을 써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아직 발효가 덜 끝난 것을 흙 속에 넣으면 오히려 흙과 식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또한 흙이 아닌 낙엽/톱밥만 섞으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파프리카 꼭다리의 분해된 모습. 미생물 청소부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모두 소화시켜 뼈대만 남겨두었다. 놀라워라!
중간중간 구멍을 파고 한 숟갈씩 퇴비를 넣고 덮는다.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 1일, 15일 이렇게 한 달에 2번을 '퇴비 주기'로 만들었다. 퇴비 통 이동 및 식물들 밥 주는 날이다.
화분은 끊임없이 (도대체 언제가 끝인지 알 수가 없다) 생성될 일이 생기는데, 깔망으로 썼던 세탁망이 다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다이소에서 탐색을 하였는데, 비용 대비 면적을 계산해보니 이것이 가장 큰 망사였다. 바로, 레이스 커튼! 2000원.
돈을 쓴다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당장 깔개 망을 구할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소비를 했다.
이제 눈 감고도 만들 수 있는 스티로폼 박스 화분. 인두로 구멍 뚫고, 레이스를 깐다. 최대한 아껴서.
자연 흙 + 구입한 흙(배양토) + 퇴비(음식물 분해된 것) = 섞어서 기본 흙 완성!
퇴비를 넣으면 2주는 있다가 식물을 심어야 한다던데, 성질이 급해서 이번엔 그냥 심어버릴 것이다. 배양토에 영양이 충분히 있으니 원래는 퇴비가 필요 없다만, 오늘은 왠지 만들어본 퇴비를 쬐매라도 써보고 싶었던 것이다. 영양이 과다해서 부작용이 나는지 어쩐지는 지켜보는 실험으로 삼기로 한다.
또 주워왔다. 나무 박스라 조금 아까웠지만,
그냥 받침으로 쓴다.
처음엔 화분 받침 (바닥에서 떼어놓는 용)을 나무를 잘라서 만들고자 했었는데, 꽤 힘든 작업이라 (마땅한 나무 주워오고, 톱으로 썰어야 한다) 속도가 나지 않아 급한 대로 스티로폼 뚜껑을 포개서 받쳐두고 있다.
이렇게 넓은 면으로 바닥을 대어버리면, 하면 화분 구멍을 뚫어놓은 것이 전혀 무용지물인 상황이 되는지라! 우선 급한 대로 이렇게 해두고, 하루빨리 제대로 화분 받침들을 만들어 교체해야지.
현재 나의 옥상정원.
강렬한 태양을 활용하여, 제습제 말리기! 어서 빨랫줄도 만들어야 할 텐데.. 다시 이사 가기 전에 과연 할 수 있을 것인가.
아~ 오늘도 풍족한 어린잎들을 수확하였다.
"잘 먹을게~ 고마워!"
옥상정원의 선물로, 스타 깻잎 파 조랭이 떡볶이.
캬! 바로 이 맛. 자연 냉장고가 있는 삶은 아름답고 즐거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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