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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니바 Apr 20. 2022

김치 없는 서러움을 달래준 양배추절임

김치 없는 자취인들을 위한 구원투수! 양배추 절임   

집 떠난 지 10여 년.

자취의 비애를 하나 꼽자면 바로 김치 먹기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20년간 어떤 식사를 하더라도 김치는 오랜 친구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김치 없이 밥을 먹어야 하다니! 믿을 수 없는 자취인의 현실은 뼛속까지 뿌리 깊게 박힌 한국인 DNA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 갓 담근 아삭한 김치든 푹 익은 찌개 속 김치든 김치는 언제나 맛있다. / 출처: 픽사베이


김치가 먹고 싶다며 칭얼대는 딸을 위해 엄마는 종종 택배로 김치를 보내주셨다. 그러나 엄마의 김치는 냉장고를 스치고 지나갔다. 당근과 쪽파 등 각종 채소가 듬뿍 들어가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엄마의 전라도식 김치는 늘 성황리에 동이 났다.


급한 대로 마트에서 산 김치로 허전함을 달래 보았으나 속수무책이었다. 매번 김치 사 먹기도 부담스러워 결국엔 김치 대신 고춧가루에 무친 단무지나 고추장으로 만족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직접 김치를 담가 먹을 수도 없었다. 김치를 만들려면 양념만 놓고 봐도 많은 재료가 필요한 데다 보통의 대학 기숙사, 고시원, 1~2인 가구 집은 배추를 절이고 무치는 등의 액션을 취하기에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나는 김치 담그는 방법을 몰랐다. 자고로 김치란 엄마 같은 요리 고수들이나 시도해보는 그런 복잡하고 고급진 요리지! 애써 스스로를 달랬다.



김치를 대신할 만한 요리 어디 없나?
김치처럼 오래 두고 먹어도 되고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아삭하고 건강한 맛!



그러다 독일식 김치라 불리는 사워크라우트(Sauerkraut)를 알게 되었다. 사워크라우트는 양배추를 발효시킨 것으로 일종의 양배추 절임인데 새콤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생각해보니 파스타나 스테이크 등 서양식 요리에 종종 등장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출처 : 픽사베이


양배추 절임이라면 사라진 김치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지 않을까?


대충 찾아보니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사워크라우트의 경우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키는 방식인데 양배추라면 냉장고에 장기투숙 중인 최애 식재료니 이보다 반가울 수 없었다. 주저 없이 요리를 시작했고 결과는 단연 최고였다.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리다 보니 김치 없는 식탁 위에서 양배추 절임은 최고의 반찬으로 등극했다.


그렇게 수차례 양배추 절임을 만들어 먹으면서 좀 더 간단한 요리법, 양배추와 어울리는 야채들, 새콤함과 단짠의 황금 비율을 찾다보니 어느순간 양배추 절임은 양배추 피클에 가깝게 진화해 있었다. 



[양배추 절임(피클)]


[요리 재료]

양배추 500g,  양파 1/2,  파프리카 1/2,  물 850ml (약 종이컵 4컵 반),  식초 300ml (약 종이컵 1컵 반),  소금 2큰술,  스테비아 2큰술,  허브맛 솔트 1 티스푼,  꿀 1큰술  

(*재료의 정량은 참고로 보시고 먹고 싶은 만큼 취향 껏 넣어 드세요 :D)



[만드는 법]    

1. 양배추 절임을 넣을 유리용기를 열탕 소독해 준비해둔다.


2. 깨끗하게 세척한 양배추와 양파, 파프리카는 한입 크기로 썰어준다. (알록달록한 색감을 위해 파프리카 색은 다양한게 좋다)


3. 냄비에 물, 식초, 스테비아, 소금, 허브맛 솔트, 꿀을 넣고 끓인다.


4. 용기에 야채들을 채우고 끓여놓은 소스를 넣는다. (국자로 꾹꾹 눌러가며 넣으면 야채를 많이 넣을 수 있다)


5. 완성! 반나절 이상 실온에 두었다가 냉장고에서 1~2일 숙성시킨 후 각종 요리에 곁들여 먹는다.



애초에 양배추 절임이 서양에서 유래한 것이라 양식과 함께 먹거나 빵 위에 올려 먹으면 맛있겠다 예상했지만 의외로 양배추 절임과 최고의 궁합은 한식이었다. 한식의 매운맛을 시원하게 달래주면서 매운맛에 놀랜 위장이 치유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놀러 온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종종 양배추 절임을 밑반찬으로 내놓았는데 다들 한번 맛보더니 어떻게 만들었냐며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난리였다. 이만하면 김치 대타로 등장한 양배추 절임이 제 역할을 다한 셈이었다.


김치볶음밥과 함께 먹어도 맛있고 두부 참치 스테이크와 함께 먹어도 맛있는 양배추 절임  (두부 참치 스테이크 저거 진짜 맛있는데 조만간 레시피 소개해드릴게요! ^^)


양배추는 절임으로 만들어 먹으면 양배추의 효과를 배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익히지 않아 영양소 파괴 없이 양배추의 좋은 성분을 남김없이 흡수할 수 있고 숙성 과정에서 유산균이 풍부해져 위장운동을 촉진시킨다. 이러한 이점 덕분에 다이어트 중에 양배추 절임을 먹으면 다이어트 부스터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한 번 만들어 두면 비교적 오래 먹을 수 있으니 김치 대신으로 자취인들에게 이만큼 건강한 밑반찬도 없다. 그야말로 자취인들에겐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


다만,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음에도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함정이다. 양배추가 양배추 절임으로 진화하면 거대한 양배추 한 통이 뱃속으로 순간이동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자세한 요리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양배추를 이렇게 먹었더니 위장이 신이나서 춤을 춥니다


*이 글과 사진을 무단 도용하거나 2차 편집 및 재업로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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