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생 때의 일이다.
하루는 공부 문제로 집에서 엄마와 대판 말다툼을 했다.
일생에서 가장 크게 다툰 정도였을 만큼 상당히 심각한 날이었다.
대개의 학생과 부모가 갖는 문제처럼, 난 덜 공부하고 틀을 벗어나려고 했고
엄마는 적어도 지킬 선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난 화가 너무 크게 나서 집에 머무를 수가 없었고, 짐을 챙겨서 일단 어디로든 나가보려 했다.
그렇게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려는 날보더니 엄마가 한 소리를 했다.
"밥은 안 먹고 가?"
신기하게도 방금 전까지 나와 싸웠던 엄마의 말투는 걱정하는 말투로 바뀌어 있었다.
그때의 나로선 어떻게 감정을 그렇게 금방 바꿀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나 이상했는지 현관에서 멈춰 서서는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지 망설일 정도였다.
*
이제야 나도 그렇게 조금은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