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게도 내가 갓 성인이 되었을 때 인터넷으로 사람 찾는 일이 쉬웠다.
지금과는 달리 그때는 싸이월드 덕분에 이름과 나이를 알면 제한된 수의 동명이인을 찾을 수 있었고,
한 명 한 명 프로필 사진과 기억을 대조하면 원하는 사람의 개인 페이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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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 한창 고민이 많을 때의 시기에 그 합적적인 스토킹 기술을 내 첫 친구를 찾는데 썼다.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유치원에서 만난 그 친구를 찾고 싶었다.
그의 이름은 매우 평범했지만 그의 성이 특이했기 때문에 동명이인의 수가 적었고,
덕분에 그를 찾아내어 연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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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나도 유치원 때 살던 곳에 살진 않았지만, 옛 주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내가 이사 오기 전, 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기를 보낸 동네에서 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 내 의도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백번의 문자보다 한 번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실제로 만나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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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그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어렸을 적에 비교해서 얼굴형이 많이 변한 타입이라 그는 날 보고 굉장히 신기해했다.
그래도 조금씩 남아있는 어릴 적 모습을 알아보았고, 기억과 합쳐볼 수 있었다고 했다.
반면에 그는 어릴 적의 모습을 여전히 뚜렷하게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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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실 내 이름도 인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기억하는 추억마저도 거의 없었다.
그와 이야기할 수 있던 과거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추억이 아닌 당장의 사는 이야기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얼굴을 뜯어고친 것도 아니었는데도 어릴 적의 모습과 대조할수록 알 수 없는 이질감이 찾아왔다.
그는 나와 매우 달랐다.
내겐 본능적으로 그의 얼굴에 어두움이 보였고,
그의 성격 역시 내가 기억했던, 그리고 상상했던 모습에서 많이 멀어져 있었다.
순수한 면이라고는 그가 피우던 담배 연기의 궤적처럼 어디론가 흩어진 것 같았다.
그를 한 두 번 더 만나서 이야기를 해봤지만, 실망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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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설명한 그의 부모님 간 불화가 원인이었다고 믿기도 어려웠고,
점차 내 의심의 끝은 그 자체의 심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쏠렸다.
언젠가 한번 그는 그의 친구라며 한 명의 친구를 데려왔고,
그분과도 대화하면서 내 의심은 확신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좀 더 있다는 그분에게서도 같은 느낌, 아니 동질이지만 더 강한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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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나를 제외한 둘 모두가 웃고 있을 때,
이제는 더 대화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때는 장마라 갑자기 비가 왔고,
우산도 없던 나에겐 그게 마치 생각 없이 뛰어야 한다는 누군가로부터의 계시 같았다.
그렇게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달려갔다.
갑자기 자리를 떠난 나에게 충격을 받은 그는
나에게 오해를 풀라며 문자를 보냈지만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게 끝이었다. 다시 연락하는 일도 없었고, 다시 연락이 온 일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거의 20년 가깝게 지켜진 내 기대를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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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든 것에 물들기 전 내 본질적인 면모와 잘 어울리던 사람이었기에
그에게 어딘가 남아있을 과거의 향수라도 찾아,
나에게도 이미 있던 지저분한 어른의 표상을 잠시 덮어보려 했던 걸까.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때서야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믿는다.
내가 인정한 어른의 표상이 그리 자랑스럽진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