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서울, 내가 학부생이던 때의 일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최저가에 컴퓨터를 산다며 엄마와 용산으로 향했다.
엄마와 같이 지하철로 모든 걸 실어와서 배송비까지 아끼려는 내 구두쇠 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신용산 역에서 내려 용산 전자 상가에 가는 길은 굴다리를 통과하는 다소 긴 길이었는데,
그 당시엔 노점상과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이 많았다.
항상 그 사람들에게 방해받던 걸 기억하고 있었고,
인터넷으로 이미 가격을 다 알아봤기 때문에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찍어둔 가게로 가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그 긴 길에서 광고지를 하나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달랐다.
수북하게 모든 전단지를 주워 들고 있었다.
무슨 정치인이 유권자를 만나서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듯
지나가는 모든 전단지 뿌리는 사람에게서 전단지를 받은 것이었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왜 그 가게에서 사지도 않을 거면서 전단지를 받았냐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은 이걸 다 나눠줘야지 집에 갈 수 있거든."
*
그때까지도 아마 난 어른이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어른인지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