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윈스터즈> 리뷰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이 다원화 된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삶을 표현하는 방법은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 다양한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몇 번의 클릭질 안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간다. 해시태그로 대변되는 나의 기분은 긴 문장이 아니라 #짧고 #간단하게 #소통 #맞팔을 부르짖으며 전해지고 사람들은 댓글 보다는 단 한번의 ‘좋아요’로 관심을 나타낸다. 쉽고 빠른 소통은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제 1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SNS을 이용한다. 인터넷 선으로 이어져 그 어느 때 보다 작아진 세상. 2013년 이 수많은 클릭질 속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여느 여자애들처럼 SNS를 이용하고 있던 25살의 사만다 푸터먼에게 어느 날 친구 신청이 하나 들어온다. 이 나이스 브로디에라는 이름의 이 사람, 사만다는 그녀의 프로필 사진에 매우 놀란다. 25살, 런던에 살고 있는 이 나이스의 얼굴이 마치 거울을 보듯 저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만다는 믿을 수 없는 심경으로 이 나이스와 연락을 시작했고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자란 그녀에게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는다. 1987년 부산 출신, 입양아, 그리고 그 어느 누구보다 똑 같은 얼굴. 사만다는 생각했다. 어쩌면 두 사람이 쌍둥이일지 모른다고 말이다.
25년 만에 만난 쌍둥이 자매의 실화를 담은 영화 <트윈스터즈>. 두 사람의 사연은 3년 전 세상을 놀라게 했고 이 기적 같은 이야기가 사만다 푸터먼 감독에 의해 영화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어느 누구보다 SNS에 익숙한 세대인 사만다와 이 나이스. 사만다는 이 나이스를 만난 이후 결심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야겠다고 말이다. 처음부터 영화 제작을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는 유튜브에나 올릴 생각이었던 영상을 한 편의 영화로 태어나게 만들었다.
<트윈스터즈>는 기존의 그 어느 영화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세대에 친숙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 곳에 있는 친구와 스카이프로 영상 통화를 하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하루 종일 긴 얘기보다는 이모티콘을 날려 댄다. 전부다 영상으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다. 때로 그들의 이야기는 감각적인 모션그래픽으로 그려져 일반 영상보다 쉽고 재미있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기존에 다큐멘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깬 <트윈스터즈>. 빠른 편집과 다양한 효과음,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팝 음악은 SNS로 연을 맺은 두 사람의 밝은 기운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페이스북 올해의 이야기로도 선정된 사만다와 이 나이스의 만남은 그 이면에 두 사람이 지닌 아픔을 품고 있다. 한국 땅을 떠나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된 두 사람. 사실 두 사람에게는 한국이 오히려 낯선 땅이었다. 특히 이 나이스의 경우 자신이 한국에서 버림 받았기 때문에 입양 되었다는 생각에 힘든 시기를 겪었다. 반면 사만다는 양부모의 적극적인 권유로 항상 자기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배웠고 한국에 방문하기도 했는데. 쌍둥이임을 알게 된 후 함께 한국 입양 센터에 방문한 두 사람은 다른 입양아들을 만나고 한국의 입양 현실을 직시하며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조금씩 줄여 나간다.
세상이 그들을 입양아로 낙인 찍더라도 두 사람이 함께 힘을 낼 수 있는 건 두 사람을 사랑해주는 가족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남으로 그 가족의 범위는 더 커진다. 양부모들은 두 사람 모두를 자식처럼 여겼고 입양 되었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꼈던 사만다와 이 나이스의 허전함은 이제 서로를 만남으로서 완전하게 충족된다. 처음 서로의 존재를 알고 나서 매일 같이 연락을 하던 두 사람은 미국과 프랑스 사이의 거리가 무색하게 서로를 사랑하고 아낀다. 이처럼 스크린 속에서 보여지는 두 사람의 웃음과 행복한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SNS에서 밖으로 나와 세상 사람들 앞에 그 진솔한 이야기를 드러내는 <트윈스터즈>. 사만다와 이 나이스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