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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an 16. 2021

아홉수 아니고 이제 백수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 노인>
 
*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때 가수 이애란의 노래 ‘백세인생 차트를 역주행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노래의 흥행 요인은 다름 아닌 가사. 평범한 가사가 소위 ‘짤방이라 불리는 사진으로 만들어져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며 더불어 노래까지 주목받게 만들었다. 노래에서 반복되는 ‘ 세상에서  데리러 오거든 ‘전해라  구절이 특히 자주 인용되는 문구. 특히 제목에 명시된  세에는 이렇게 말한다. ‘극락왕생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 이것도  , 백세 시대라 불리는 요즘에는  시기에 무엇을 할지조차 고민거리가 된다. 나이가  자릿수로 변하는 특별한  시점에는 왠지 특별한 일을 해야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였을까,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 노인> 주인공 알란 칼손은 100세가 되는 생일을 맞이하는  용감하게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도망친다. 저를 찾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떠난  노인의 파란만장한 모험기는  세계적으로 500  이상 팔리며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플렉스 할그렌 감독의 손에서 생생하게 살아난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 노인>. 파란 바탕에 여행 가방을  노인이 그려진  표지와 달리 폭탄을 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포스터에서부터 우리를 반긴다.

영화는 100 생일을 맞이한 알란 칼손(로버트 구스타프슨 ) 창문을 넘어 도망친 순간 이후로  시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100 노인의 삶과 과거를 돌아보는 그의 100 인생사가 교차 편집되며 지금의 알란을 만드는 것이다. 우연히 불량배들이 나르던  가방을 손에 넣은 알란은 여행길에 사기꾼으로 살아오던 율리우스(이와 위클란더 ), 허풍으로 가득 찬 베니(데이비드 위버그 ), 코끼리를 키우고 있는 여자 구닐라(미아 스케링거 ) 만나고  가방을 되찾으려는 갱단과 알란을 찾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한  도망자의 길을 떠난다.
 
알란이 살아온 인생철학은 간단하다. 그저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가는 것이다. ‘미래에 대해 생각해봤자 소용없다. 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난다 말하는 알란은 세상의 기준과 상관없이 자기 마음이 이끄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스웨덴 시골 구석, 작은 소년이었던 알란의 마음속에는 폭탄에 대한 애정이 자리 잡고 있었고  열망은 점점 자라나 그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젊은 시절 폭약 회사에 취직하여 폭탄 제조에 일가견을 보였던 그는 스웨덴 내전에 참전하며 파시스트들의 영웅이 되는가 하면 미국 원자폭탄 프로젝트의 결함을 해결해 제2차 세계 대전을 종결시키려 트루먼 대통령의 참모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미국과 러시아의 이중 스파이가 되었다가 베를린 장벽 붕괴에 일조하기도 한다.  누구보다 역동적으로 살아온 알란은  어떤 정치적 견해나 이념 싸움에 흔들리지 않은  자기 신념을 지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신념은 100살이  현재까지 이어져 끊임없이 새로운 만남을 이어갈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다만 영화는  모든 이야기를 풀어쓸  없기에 소설   가지 장면들을 생략했다. 가령 중국에 가서 쑹메이링을 만나는 장면이나 스탈린과의  말다툼, 어린 김정일과의  일화나 아만다, 유리 부부와 같은 주변 인물들의 사연들을 말이다. 게다가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싶어서였을까, 소설 속에서 두목 페르군나르 예르딘은 알란과 친구가 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서는 다른 부하들처럼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발리섬에서 이뤄지는 알란의 결혼 역시 생략되고 대신 영화는 여정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구닐라와 베니의 결합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다소 다른 점이 많지만 변하지 않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보이는 스펙터클한 알란의 여정. 오히려 영화는 극적인 장면들을 추가해 알란의 도망길을 더욱더 역동적으로 묘사했다.
 
창문은 바깥세상을 보여주는 창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유리창 너머 풍경을 바라볼  결코  너머로 달려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차이는 여기서 시작된다. 창틀을 넘어서 세상 속으로 뛰어들 것인가, 혹은 그저 지금 삶에 안주하여 남을 것인가. 100세에 떠난 알란의 활기찬 여정은 SNS 통해 사진으로만 세상을 마주하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외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딛고 있어야  곳은 스마트폰  세계가 아닌 진짜 현실이라고 말이다. 아직도 망설여지는가? 그렇다면 알란의 말을    기억할 .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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