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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사 작사가 류익 Oct 23. 2024

[대학 일지] #30. 4학년 1학기 일기

입학) D+2751 2021. 9.12. (화)


ㆍ 2021학년도 2학기가 개강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해 학교가 견지하는 태도는 일단 관망이다. 2학기 역시도 비대면 수업으로 하되, 상황이 괜찮아지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마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학기마저도 비대면 수업으로 마무리가 될 것 같다.


ㆍ 가슴이 너무나도 두근거려, 경북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으레 그러하듯 심장 과를 찾아온 환자들은 거의 대다수가 노인층이었고, 아마도 환자 대기실에 앉아 있는 사람 중 내가 가장 어렸을 것이다. 대학 병원에서도 나의 진료 결과를 보더니 별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젊고 어린 나이에 이러한 증상을 발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서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할뿐더러, 당장 치료를 필요로 하거나 시급한 질병이 아니라서 무얼 어찌할 방법은 딱히 없는 듯했다. 그저 예전처럼 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다만, 담배는 될 수 있으면 피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모처럼 대구에서 검진을 받았기에 어머니가 내 자취방에서 하루를 묵고선 집으로 돌아가셨다.


ㆍ 올해 3월부터 새마을 세계화 재단의 글로벌 청년 새마을 지도자들이 쓴 수기집 발행을 기획했었다. 원고를 수정하고 탈고하는 과정을 거쳐 드디어 한 권의 책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되었다. 꼭 20대 때는 국제 개발을 해보고 싶었고, 내가 쓴 글로 책을 한 권 내보고 싶었다. 그리고 27세가 조금 지난 지금 나의 꿈을 이루어 내었다. 아, 나는 얼마나 행복한 청년인가. 새삼 세상의 많은 것들에 감사를 드렸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글귀가 얼마나 많은데, 그중 나의 글이 선택되어 '책'의 형태로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 남은

20대의 꿈을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꼭 교환학생을 한 번 떠나보기, 내가 작사한 음악이 세상에 나오기, 승무원이 되기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ㆍ 4-H MT가 끝난 후 거기서 만난 한 친구와 계속해서 연락을 나누었다. 물론 이성적인 마음도 조금은 담아서. 나의 마음이 어떻게 전해졌을까 잘 몰랐었지만.

그런데도 그녀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확실히 마음을 열지 않고 모호한 태도의 상대방을 보며 으레 그랬던 사람이구나 싶어 마음을 슬슬 접어가고 있던 찰나였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 연락을 하지 않고 있으니 갑자기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자며 우리 집 주변에 찾아와 본인의 마음을 내비쳤다. 여태 자기는 남자 친구를 사귄 적이 없어서 본인의 감정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자기 자신을 한 번 만나 볼 생각이 없냐며 내게 넌지시 물어본다. 어떤 부분은 당혹스럽기도 하면서, 어떤 부분은 참 기분 좋았다. 나도 나쁘지 않아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행동이 매우 답답할 것이라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야기를 하는데 일단 알겠다고, 내가 힘닿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갑작스럽고 당혹스러운 방식으로 올해의 첫사랑이 찾아왔다.


나는 항상 사랑할 때면 어린아이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상대의 문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거나 쉬이 채워지지 않는 내 욕심을 바라보며 많은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참 바보 같은 내 모습이지만 항상 어른스러운 사랑을 하고 싶은 나이지만, 언제가 되어야 나의 애정을 품은 이 마음은 성장할 수 있을까.




입학) D+2766 2021. 9.27. (월)


<아버지 없는 추석>


ㆍ 이제 막 추석이 지났다. 저번 설날까지만 하더라도 아버지는 이 땅에 존재하셨지만, 이번 추석부터는 없다. 당장 이번 추석 때 어디를 어떻게 갈지도 정하지 않았다.

정말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별일도 없으면서 대구로 올라와 며칠을 보내고선 다시 본가로 올라갔다. 첫날을 일본어 교류회 사람들과 다음 날은 셋째 고모 댁과 큰집을 다녀왔고, 다음 날은 진목정 성지에서 미사를 드린 후 아버지를 잠시 만난 뒤 할머니를 모시러 갔다. 오랜만에 뵌 할머니는 여느 때처럼 정정하셨지만 변비에 걸려 배변 활동이 힘들다고 하셨다. 다음 날 제사가 있으므로 할머니를 포항으로 모셔왔고, 외삼촌 댁으로 보내드렸다. 추석 전날은 동규와 동훈이, 누나와 언욱이 형이 우리 집을 방문하였고, 다음 날은 아침에 어머니와 같이 추석 위령미사를 지낸 뒤 큰 이모와 민영이 누나 가족이 우리 집으로 놀러 와 시간을 보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사실 앞으로도 없겠지만, 아버지가 없이도 이 명절이 잘 굴러간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과거에 발목 잡혀 있고 싶지는 않다.


ㆍ 작년에 사주를 보았을 때 올해 내가 생각한 괜찮은 여자가 들어올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내 눈에 차지 않는 여성 분들이 많이 나타났다. 외모의 기준은 물론이거니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통하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이 없었다. 그러다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9월이 되어서야 짝이 찾아왔다.

상대는 생각보다 딱딱하면서 수줍음이 많고, 여리하면서도 수수하다. 크게 내색하거나 표를 내지는 않지만, 나를 좋아하고 점점 더 좋아해 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계속해서 내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지 확인하려 하고, 이따금 큰 용기를 내기도 한다. 물론, 이성 경험이 많이 없어서 그런가 약간은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조금씩 우리가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고 속도에 따라와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일단 심성이 너무 곱다. 참한 성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물론 이전에도 좋았지만, 좋은 사람이 다가와 주면서 삶이 더욱 풍족해졌다. 그녀도 알고 있었겠지만 나를 아주 특이하고 별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내가 조그마한 장난을 쳐도 아주 반응을 잘해준다. 그리고 가끔씩은 내가 소신 있는 발언을 할 때면 놀라거나 당황한 내색이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어제는 4-H 동아리에서 만난 동생의 생일 겸 모임을 했는데, 같이 별똥별을 본 4명이 만나 이야기를 하고, 볼링도 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우리는 사귀기로 하고 3주가 지나서야 첫 입맞춤을 나누었다. 이렇게 천천히 진도를 나가고 있는 내 모습이 약간은 새롭기도 하고 속도에 천천히 따라오는 상대도 귀엽기도 하다. 나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고 있기는 하다.


ㆍ 교환학생을 신청한 지 거의 2년 만에 후쿠이 대학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올해는 교환학생을 받을 예정인가 보다. 그래도 참 운이 좋게도 마지막 학기라도 갈 기회가 조금이나마 생겼다. 아직 Nomination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마 갈 수 있는 듯하다. 어머니는 크게 반기지는 않지만, 나는 힘이 닿는다면 꼭 가고 싶다.


ㆍ 코로나 잔여 접종에 또 성공해서 Pfizer 백신을 2차까지 맞았다. 이제는 접종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좋다. 악명과 비교하면 접종 후 별 부작용은 없이 넘어갔다.


ㆍ 특히 이번 상반기는 '휴식'에 초점을 많이 맞추었다. 일단 내 건강 상태가 너무나도 좋지 않았고,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를 때까지 다시 회복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가만히만 있을 성격은 아니라 그사이에 투자를 배워보기도 했고, 틈틈이 사업단 활동과 Egg Studio에서 Youtube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 크게 무리하지는 않았다. 몸 상태가 회복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결국은 병원을 몇 번 방문하여 약을 처방받은 이후에야 어느 정도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큰 스트레스받지 않고 푹 자고 잘 먹으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지금 생활이 너무나도 좋다 보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ㆍ 동규는 얼마 전에 폐 분체도료를 이용한 특허를 냈고, 졸업 이후에는 석사 취득을 목표로 대학원 진학을 목전에 두고 있는 듯하다. 나는 몸 상태가 조금 회복된 다음에야 다음 계획을 생각하고 있다. 이미 포화된 Youtube 시장에서 한국 영상을 스리랑카로 수출해보려 한다. 영상의 자막은 Nadeesha, Nilusha가 달아 주기로 하고, 간단한 한국 소개 영상을 찍어서 보내보려 한다. 아무쪼록,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입학) D+2774 2021.10. 5. (화)


ㆍ GTEP 사업단에서는 매년 해외 마케팅 실습을 한다. 매년 Amazon US에 상품을 열거하고, 성적이나 성과가 좋은 팀을 추려 매년 1번씩 열리는 전자상거래 경진대회에 출전한다. 원래는 차량용 거치대를 판매하려 상품을 올려 미국으로 보냈는데 생각보다 판매 실적이 부진해서 기존에 같이 합을 맞추었던 무리는 흩어졌고, 실적이 좋은 팀에 다시 가입하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 활동하는 무리는 Ear Saver이라고 평소에 쓰는 Mask에 작은 천을 덧대어 피부가 약한 이들이 귓가에 상처가 나지 않게 도와주는 기구를 판매하고 있다.

우리 조는 상당히 성과가 좋은 편에 속한다. Marketing 비용으로 다 빠져나가서 순수익은 얼마 되지는 않지만, 총수익은 약 300$ 정도 달성하였다. 그래서 그런가 교수님께서는 우리 조에 많은 기대하고 계시고, 전국 GTEP 활동의 실질적 정량평가 요소가 되는 전자상거래 경진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주길 바라고 계신다. 경진대회를 대비하여 협력 업체에 출장을 가볼 것을 권하셨고, 시간이 허락되는 단원들은 직접 서울로 가서 기업 미팅을 하기로 했다. 시간이 괜찮은 단원은 조장 동연이와 나, 서울에서 다리 치료를 받는 영재가 전부였다. 나는 서울에서 뵙고 싶은 지인들도 꽤 있었고, 시간적인 여유도 있었기 때문에 올라간 김에 며칠 머물며 지인들이나 만날 심산으로 서울로 올라갔다.


ㆍ Egg Studio 촬영을 마치고, 여자친구를 만나 Cost-co에서 장을 보고 우리 집에서 밥을 먹으며 밤새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동연이와 같이 서울로 향했다. 출장을 나가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협력 업체가 우리에게 물로 제품을 제공해주고 있었고 우리는 그 고마움의 표시로 동연이 사비로 선물을 준비했다. 약간은 형식적이기도 했던 기업과 만남이 마무리되고 같이 기업을 방문했던 조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후 각자 갈 길을 떠났다. 나는 처음으로 고려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대영이를 만나 같이 저녁을 먹으며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대영이는 완전히 지식인이 되어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적확해지고 확실히 논리적인 사람이 되었다. 본인이 어떻게 대학 생활을 했는지, 지금 어떠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해주는데,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다행히도 대영이가 한 이틀은 본인 집에서 자도 된다고 했다.


ㆍ 다음 날에는 스리랑카에서 같이 지냈던 하림이를 만나 서울 숲을 산책했고, 다음 날은 중학교 친구 지원이와 권정민 코디님을, 그다음 날은 신촌에서 영주 형을 만나고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우진이 누나를 만났다. 마지막 날에는 재원이 형과 수아를 만났다. 참 신기하게도 이번에도 수진이와 서울 일정이 겹쳐 같이 대구 쪽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다들 오랜만에 만나긴 했지만 친절하고 다정해 대해주셔서 참 감사했다.


ㆍ 우연히 20살에 몸을 담았던 영남대학교 연극동아리 '천마극단' 사람들의 근황을 보게 되었다. 무려 8년 가까이 세월이 지난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인연들인데, 정말 놀랐던 부분은 그때 만난 이들의 상당수가 아직 그 자리에 몸을 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때 잠시 인연을 닿았었던 이들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 분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내가 군대를 다녀오고,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스리랑카 생활을 약 2년이나 끝내고 돌아올 동안, 그들은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저 Amateur의 단계에서 벗어나서 그들끼리 무리를 만들어 국책 사업에 참여하거나 연극을 개최하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ㆍ 요즘 세상 돌아가는 NEWS를 보는 것이 너무 재밌다. 한국, 일본으로부터 시작해서 많은 NEWS Contents를 섭렵해야지.




입학) D+2795 2021.10.26. (화)


ㆍ 시험 기간은 일찌감치 끝났다. 애초에 시험에 대비해서 시험이라는 것을 칠만한 과목을 하나밖에 수강하지 않았고, 그마저도 대학 1학년 때 배웠던 교양필수 과목을 재이수하는 것이었다. 단 하나뿐인 시험 대비를 한답시고 며칠을 동규와 주야장천 놀기만 하다가 단 한 시간 만에 허무하게 중간고사가 끝나버렸다.


ㆍ 동규가 이전부터 계속 '아이슬란드' 여행과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를 하고 싶다며 이야기를 했었는데, 드디어 이번 겨울로 시기를 정한 듯하다. 역시 나도 동행할 예정이다. 그래서 두 명이 모이면 아이슬란드 여행 영상을 보거나 관련 자료들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규는 이미 비행기 예약에 Rental car 예약까지 끝마친 상태이다. 나는 아직은 유동적으로 계획을 짜고 있다. 그래도 큰일이 있지 않은 이상은 나도 같이 여행을 할 듯하다.

그리고 동규는 최근에 SRF라고 고형 연료에 관한 특허를 냈다. 아직은 개발 단계에 있지만 기발하고 참신한 제품을 각종 환경 공모전에 출품하여 다작의 공모전 수상을 꿈꾸고 있다. 참으로 고맙게도 참가자 명에 내 이름도 같이 넣어주어서 만약 수상하게 된다면 내 이름도 같이 명기되어 있을 듯하다. 참 고맙다.


ㆍ 여자친구와의 관계는 아주 미지근한 편이다. 일본 교환학생 Visa가 아직 안 나오기는 했지만, 무언가 벌써 마음은 그곳에 있는 것만 같다. 참고로 일본은 완전히 위드 코로나 (With Corona)를 선언하였고, 그로 인해 차례로 Visa와 입국 규제 완화 등을 차례로 진행하고 있다. Visa가 나오게 된다면 얼른 신청해서 그곳으로 떠나야지.


ㆍ 그리고 GTEP 사업단에서는 계속해서 전자상거래 공모전을 준비하는 중이다. 아무래도 교수님께서는 우리 조에 걸고 있는 기대가 큰 것 같았고, 만약 우리가 경진대회 본선에서 최소 장려상 이상 받게 된다면 꼭 해외 전시회에 보내 줄 테니 끝까지 힘내 보라고 하신다.


늦게나마 조에 합류하게 된 나는 Marketing 담당으로 천편일률적인 Instagram, Facebook viral marketing에서 벗어나 조금 더 색다른 방법이 없을까 해서 Instagram Filter를 사용 한 홍보나 Naver에서 운영하는 Zepeto라는 Metaverse Program을 이용해서 우리 제품을 홍보하는 장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사실 이 Metaverse와 Zepeto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게 만들어주신 분이 계시다. 우연한 기회로 Everytime에서 동성로 metro city 축제에서 사은품을 나누어 주는 소일거리를 찾게 되었는데, 그 행사를 담당하시는 대표님이 Metaverse 쪽에 조예가 깊으셔서 본인의 사업 구상 물품을 소개해주며 그때 Zepeto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지만, 나에게는 약간 영감을 주셨다.

내친김에 그 일에 관해서 이야기를 더 하자면, 대구 Metro city 상인회에서 후원하는 행사로, 일 30,000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는 곽 휴지를 10,000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는 응모권을 주어서 매일 다수의 인원에게 경품을 추첨해서 나누어주는 행사였다. 나는 그중에 가장 진상이 많을 듯한 곽 휴지를 나누어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안 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사람이나 금액이 부족해도 막무가내로 물건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힘이 드는 위치였다. 일의 내용은 아주 단순하고 순조로웠지만, 그저 눈이 빠지도록 영수증을 들여다보고 도장을 찍은 후 곽 휴지를 나누어주는 단순 활동만 이어져 약 여섯 시간의 노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뿌듯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 기간이 아닌 시험 기간을 보내는 와중에 이렇게 소액으로나마 용돈 벌이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참고로 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나름 유명인이라는 사람들을 초청했던데, Youtube 구독자 2~3만 명 정도의 유명인이 와서 실시간 방송을 했었다.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ㆍ 대구에서는 Randy's doughnuts이 생겼는데, 갈 때마다 매진이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일까. 어떤 맛이길래, 참 궁금하다.


ㆍ 저번 주와 이번 주 화요일은 순재 형님의 편의점에서 야간 일을 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밤을 새우는 것은 끄떡없지만, 이렇게 이로써 밤을 새우는 것은 조금씩 부담이 따른다.




입학) D+2802 2021.11. 2. (화)


ㆍ 교환학생 일정에 약간 차질이 생겼다. 만일 마지막 학기에 교환학생을 가게 된다면 꼭 9학기 등록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에서 수학한 과목과 학점을 인정받을 때까지 약간 시간이 걸리는데, 그전에 졸업 사정을 받을 수 없으니 꼭 다음 학기에 단 1학점이라도 학점 단위 등록을 해야지만 졸업을 할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29살이 되어야 드디어 학부생 졸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교환학생을 다녀온다면 큰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나 역시도 '취업준비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졸업생'의 신분으로 취업을 준비하는가, '졸업예정자'의 신분으로 취업을 준비하는가에 대한 간단한 차이점밖에 없지만, 확실히 심리적인 부담감은 있다.


ㆍ 얼굴에 정말 피곤이 가득한가 보다. 혈색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인가.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내 얼굴을 보고 피곤해 보인다고 한다.


ㆍ Egg Studio 촬영도 격주에 한 번꼴로 진행하고 있다. 이따금 공모전에 출품할 영상을 찍고 편집하여 제출하는데, 상을 타오거나 지원금을 받는 등 생산적인 활동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출품한 작품으로 상금을 타오더니 Party room을 예약해서 쓰고 놀자며 계획을 한다. 그리고 상금을 노릴 수 있는 다른 공모전도 다양하게 준비하는 중이다. 참, 남은 것 없고 의미 없으면서도 매력 있어 찾게 되는 오묘한 활동이 아닐까 싶다.

이제 곧 Egg Studio 사람들과도 이별이다. 마지막 인사를 훈훈히 끝낼 수 있었으면 한다.




입학) D+2809 2021.11. 9. (화)


ㆍ 아울러의 성익이 형이 주관하고 추진한 '청도 희열' 행사를 다녀왔다. 청도 희열은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기존에 진행되는 '사람 도서관' 활동과 청도 내 젊은이들이 모여 벼룩시장을 연 곳에 한 부분을 맡아 행사를 진행하고 보조하는 활동이었다.

나는 성익이 형의 안내와 추천을 이 행사에 참여하였기에 '사람 도서관' 활동을 하기로 했다. 행사는 크게 3~4번으로 나뉘어 OT, 당일치기 사전 Interview, 2박 3일 Interview, 성과 발표회 순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OT는 시험이 겹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에 안내를 받아 실질적인 첫 활동은 10월 30일 청도에서 이루어졌다. 우리 '사람 도서관' 조는 다시 두 개의 조로 나누어져 한 조는 청년 창업농, 다른 한 조는 남성현 초등학교 학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중 나는 청년 창업농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가 만나는 창업농들은 사회 생화를 하다가 뒤늦게 청도에 들어가 미나리와 산딸기, 견과류와 감 등을 재배하는 농부들이었다. 생활환경 자체는 스리랑카의 산골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한 창업농 선생님은 처음에는 Internet도 잘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본인이 제작한 상품 (견과류, 소금 등)이 입소문을 타고 언론에 몇 번 노출이 되니 그제야 길이 생기고 통신이 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내가 스리랑카 생활했을 때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유와 시간이 많지만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는 점. 산딸기, 산양 우유 등 독특한 상품을 다룬다는 신선함이 있었다.

청도에 간 김에 이전에 같이 전시회로 갔었던 '쪽빛나라' 사무실도 잠시 방문했다. 대표님은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제 뵌 듯 반겨주셨고, 고기와 커피를 사주시고서 돌려보내 주셨다. 감사합니다.


ㆍ 곧이어 2박 3일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행사의 참가생은 대부분 대학생이었다. 20세부터 30세까지 있었고, 대부분 영남대학교 학생이었지만 대구한의대학교나 대구대학교 학생도 있었다. 첫날은 청도 코미디 타운, 청도 읍성을 탐방하였는데 청도를 천천히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숙소도 약간 독특한 곳이었는데, 운문산 안에 있는 자연 휴양림 내에서 하루를 묵었다. 밤에는 주최 측에서 피자와 맥주를 준비해 주셔서 단원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은 원래 오전에 산림체험을 하고 오후는 Interview 활동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GTEP 사업단 수료를 위해 신청한 유통관리사 3급 시험 날짜와 딱 겹쳐서 오전 산림체험 시간에 밀양으로 가서 시험을 응시하기로 했다. 오전에 일어나서 조식을 먹은 후 청도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별안간 기사님께서는 버스가 청도에 가지 않는다고 하시며 '동곡'이라는 한 읍내에 내려주셨다. 갑자기 내리라고 해서 참 당황했었지만 지금 당장 밀양으로 출발해도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아슬한 시간이었다. 결국, 택시를 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당연하게도 카카오 택시는 없었고, 벽에 쓰여 있는 콜택시 회사 두 곳에 전화를 걸었는데 한 회사가 일단 가보자고 해서 차에 올랐다. 기사님은 산길을 정말 묘기를 하듯 달렸고 정말 1분을 남긴 아슬아슬한 시간 차이로 시험장에 도착했다. 기사님은 1%의 가능성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잡으라고 씩 웃어주셨고, 나는 연신 감사 인사를 드리며 시험장으로 들어가 무사히 시험을 응시했다. 시험을 마치고 다시 청도로 들어가 Interview 활동을 재개했는데, 같이 활동을 하는 누나 한 명이 활동에 집중을 안 하고 계속 응석을 부리거나 불평을 해서 성익이 형도 진땀을 뺐다. 겨우내 활동을 끝내고 다른 행사가 이어지고 있는 벼룩시장을 구경한 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쉬었다. 행사장에는 쪽빛나라의 종수 형을 만났는데, 물건은 거의 못 판 듯했다.

다음 날도 오전 중에 간단한 회의를 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Randy's Doughnut을 사 먹고 푹 쉬었다.


ㆍ 참으로 감사하게도 전자상거래 경진대회 예선을 통과했다. 꽤 오랜 기간 준비했고 몇 번의 수정을 거친 우리 작품을 한국무역협회에 제출했다. 총 80개가 넘는 조가 지원했는데, 그중 15개의 조가 예선 심사에서 통과하였고, 그래도 우리는 대회 본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낳기 위해 많은 연습을 이어갔다.

Amazon과 전자상거래에 관한 내용 숙지를 거의 암기하듯 했었고, 최종적으로 발표는 현정이가 맡았다. 본인도 많이 긴장한 듯 보여 나도 덩달아 긴장하였다. 아침 일찍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가 다 같이 점심을 먹고 COEX 건물로 들어갔다. 주변 구경을 살짝 하고 타 대학 GTEP 학생들의 발표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다들 열심히 준비한 듯 보였고, 다들 즐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현정이는 예상보다 너무 긴장을 많이 했나 보다.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덜덜 떨었고 PPT가 두 개씩 넘어가는 돌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를 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는 별로 설득력 있는 발표를 하지 못했고 거의 울다시피 하며 우리 PT 기회는 날아갔다. 그래도 총 12위의 준수한 성적을 내었고 우리는 장려상 수상으로 대회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입학) D+2822 2021.11.22. (월)


ㆍ 2021.11.18~21까지 Baby Fair에 참여하게 되었다. 목~일요일까지 이어지는 일정에, 기업이 급하게 인원 요청을 하시는 바람에 이번 행사도 나 혼자 참여하게 되었다. 행사 전날 오후 1시까지 서울 COEX로 부스 설치를 도와달라고 하셔서 화요일 저녁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잠은 수진이 오빠 집인 상현이 형의 집에서 잤다.

그다음 날 대표님을 만나 행사장 설치를 도와드리고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그렇다고 아주 완벽히 쉬지는 못했다. 최근 '대구 디지털 사업단'의 일원으로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업'은 한국형 녹색 뉴딜 정책의 하나로 디지털 뉴딜, 특히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관련해서 고령층을 주축으로 교육을 하는 교육자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무엇보다도 시급을 13,000원이나 주는 것에 매력을 느껴 신청했었다. 언제 신청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갑자기 인원 추가 모집을 한다며 면접을 볼 것인지 여쭤보셨다. 시간대가 애매해서 기차에서 전화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 엉성하게 면접을 보았지만 어찌 되었든 합격했다. 사업단 측에서 수십 개의 교육 이수를 요구했는데, 인터넷 강의를 틀어 놓듯이 한 강의가 끝나면 다른 강의를 또 틀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ㆍ 다음 날부터는 본격적인 박람회가 시작되었다. 우리 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어린이용 마스크와 기능성 턱받이, 일회용 손수건 등이다. 신생아들, 6개월 이상 된 아기들이 쓸 수 있는 마스크를 Sample로 하나씩 나누어 주었는데 당연히 숨쉬기가 불편한 아이들은 곧장 울거나 마스크를 내팽개쳤다. 모든 아이가 귀여웠지만, 이 아이들에게 억지로 마스크를 쓰게 해야 하는 현재 상황이 아주 안타깝다.

마스크는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라 물건을 설명하거나 판매하는 것에 큰 부담은 없었지만, 손수건이나 침받이는 사용해 본 적 없는 물건이라 고객들에게 설명하기 매우 어려웠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꽤 붐볐고 우리 매장도 평균 1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던 중 동규가 준비하던 공모전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마친 Baby Fair 기간과 겹치게 되어 동규, 신헌이와 하루 같이 숙소에서 묵으며 발표 준비를 했다. 사실 동규 혼자 준비한 One man team에 가까워서 PPT 준비도 동규가, 발표도 동규가 하게 되었다. 준비했던 발표는 준수하게 끝이 났고, 전시회도 그럭저럭 잘 마무리되었다.


ㆍ 이후로는 조금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펼쳐졌다. Egg Studio 식구들과 수상 기념 파티 겸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후 한국 4-H 대회에서 진행한 중앙 경진대회에서 V-log 발표를 하기 위해 전주로 향했고, 이어 한국 국제교류재단과 일본 국제교류센터에서 주관하는 제7회 한일 주니어 포럼에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대다수 한일관계 증진에 Metaverse를 이용하지던가 결연 도시를 증대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왔는데 혁신적인 대안을 따로 없는 듯했다.

학기가 점점 끝나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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