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낙서장] 정치부 일간지 기자가 듣고, 보고, 느낀 그대로를 적습니다. 고쳐쓰기를 최대한 지양하고 직관적으로, 읽기 쉬운 '정치 낙서장' 입니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한반도 평화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국회에서 가장 착잡했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입니다. 청와대 국정상황기획실장을 지낸 그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보좌진에게 보고 받고 급격히 어두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평소 윤 의원은 표정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입니다. 그는 이날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난 뒤 기자에게 "상황이 좋지않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윤 의원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회담을 진두지휘한 바 있습니다. 그는당시 4월 판문점 회담과 9월 평양 회담 개최 논의를 위해 정의용 실장과 함께 두 차례 특사로 방북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문재인정부에서 가지는 상징성은 '평화메신저'로 요약됩니다. 이희호 여사 조문을 계기로 김여정 제1부부장이 판문점을 방문했을 때, 언론은 "이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답으로 "윤건영 실장이 동행했다"라고 답했습니다. 상황을 묻는 질문에 윤 의원을 언급하며 4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메시지도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입니다. 2시간 뒤 문재인 대통령은 오슬로 연설에서 북에 4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습니다. 윤 의원이 남북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연스럽게 윤 의원이 국회에서 가장 열망하는 일 또한 '한반도 평화'입니다. 그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유일한 초선의원입니다. 원내지도부도 윤 의원이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해 그를 외통위에 배정했습니다. 윤 의원은페이스북을 통해 “1순위로 신청한 외통위를 배정받았다. 외통위를 지원한 이유는 대북특사로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과 평화경제의 실현 때문”이라며 “상임위 활동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는 한동안 냉각기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관계에 춘하추동 중 겨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윤 의원은 향후 전망에 대해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상당기간 냉각기가 지속될 걸로 예측된다. 아울러 아침에 있었던 북한군부 움직임 고려할 때 추가 도발도 가능할 걸로 예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반도 평화 우선 기조를 튼튼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엄중한 상황에서도 평화 기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문재인정부의 남북관계 철학을 말한 것입니다.
북한의 저의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북이 생각하는 다양한 변수가 있을 것이다. 지난 2년간 북이 여러 조치를 취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유해 송환 등 북은 나름대로 일정한 노력을 취했다. 그런데 그 대가가 뭐냐고 그 답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좀 더 쉽게 말하면 지금 상황 지속되는 데 대한 상당한 부담 갖고 있기에 판을 움직여보려 하는 그런 저의가 있지 않나 싶다"고 했습니다.
다시 남북관계가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외적인 환경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미국의 대선이 맞물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을 포함한 외교문제 보다는 내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플로이드 사건, 코로나19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운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좋지 않은 상황이 분명합니다.
운전대를 책임진 문재인정부는 빨간 신호등과 함께 어두컴컴한 산속 비포장도로에 진입했습니다. 이때 이 길을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어떻게서든 전진하는 것입니다. 윤 의원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