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란 (飛鸞, ひらん)
- 모리 주조장, 나가사키현 히라도시
- 일본의 무역과 그리스도교의 거점이었던 히라도의 명주
- 히라도의 섬의 그림자가 마치 전설의 새인 난(鸞)이 나는 모습 같다 하여 지어진 네이밍
- 극한의 2.5%의 정미비율을 구현한 전설의 사케, 히란 빅토리아
나가사키는 쇄국정책이 이뤄졌던 에도시대에서 유일하게 개항되었던 도시라 아직 차이나타운이나 가톨릭 신앙자 및 성당 등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가장 유명한 특산물도 중국에서 온 짬뽕과 유럽에서 건너온 카스텔라이며 전형적인 일본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진하게 풍깁니다.
그중에서 면적은 47 도도부현 중 37위로 4,120 평방 킬로미터입니다. 가장 큰 홋카이도는 83,423 평방 킬로미터로 무려 나가사키보다 20배가량 넓습니다.
그런데 해안선 기준을 따지면 홋카이도 바로 다음이 나가사키입니다. 그것도 아주 근소한 차이로 말입니다.
그 이유는 리아스식 해안과 무수히 많은 섬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일본 전국의 6,852개의 섬 중 971개의 섬이 나가사키에 속해 있고 전체의 14.2%에 달합니다.
우리가 아는 대마도 및 후쿠오카 앞의 이키노시마라는 섬도 모두 나가사키현에 속합니다.
상기에도 언급했지만 일본 막부가 철저하게 탄압했던 그리스도교는 잠복 크리스천(카쿠레키리시탄)으로 은연중에 여기저기서 신앙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의 최적지가 바로 이 수많은 섬이겠지요. 지금도 고토 섬이나 외딴섬에는 성당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중 규슈본토와 가장 가까운 섬 중에 하나인 히라도 섬에도 자비에르 기념교회 등이 그 역사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히라도 섬에서 생산되는 아주 멋진 히란(飛鸞)이라는 사케를 소개드립니다.
처음 봤을 땐 와인인 줄 알고 관심 가지지 않다가 나중에 사케인 줄 알고 마셔보고는 그 훌륭한 맛에 아주 깜짝 놀랐습니다. 개방적이었던 나가사키의 사케답게 디자인도 모던하고 맛도 아주 트렌디합니다.
히란을 빚어내는 모리 주조장이 위치한 히라도(平戸)는 대항해시대 때인 400여 년 전부터 개항되어 일본최초의 무역항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히라도는 처음에는 히란도(飛鸞島, FIRANDO)라 불렸습니다. 여기서의 난(鸞)은 봉황과 비슷한 전설의 새로서 히라도 섬의 그림자가 마치 난이 날아가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불렸던 것입니다. 이 히란도가 전와되어 히라도가 되었고 그 옛 이름을 여기 히라도에서 1895년에 창업한 모리 주조장이 사케 브랜드로 채택했습니다.
모리 주조장의 최초 브랜드는 키쿠노츠유였고 다음은 호넨, 그리고 히란으로 점차 브랜드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히란은 유럽의 소믈리에 협회가 주최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사케 품평회인 '런던 사케 챌린지 2019'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2021, 2022년에 IWC에서 각 라인업이 금상, 은상, 장려상을 두루 차지하는 등 저력 있는 브랜드입니다.
히란은 니코마루라는 식용 쌀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나가사키현을 대표하는 품종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쌀 랭킹에서 4년 연속으로 최고 등급인 특 A 평가를 받는 등 우수한 품질로 유명합니다.
니코마루라는 이름만 들으면 일본어로는 방긋 웃는 모양과 동글동글한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즉 이 쌀은 맛있어서 미소가 넘치게 되고 동글동글하다고 해서 이렇게 작명했다고 합니다.
나가사키산 식용쌀 니코마루사케노와 기준으로 나가사키현에서는 요코야마에 이어 2위이며 전국에서는 86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TOP100에 들어가는 사케들은 주질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케들이오니 이 모던하고 아름다운 사케를 꼭 음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럼 히란의 대표적인 라인업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히란 빅토리아 (HIRAN Victoria)
2.5%의 극한의 정미비율로 완성시킨 히란의 수작으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투명감과 부드러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용 쌀 : 니코마루
알코올 도수 : 14%
정미비율 : 2.5%
* 히란 클래식 (飛鸞 Classic)
나가사키의 식재료와 요리에 맞는 사케를 목표로 만들어진 깊이 있고 뒷맛이 깔끔한 사케로 나가사키현내에서만 유통되는 한정주입니다.
사용 쌀 : 히라도 산 야마다니시키 등외미
알코올 도수 : 15%
정미비율 : 60%
* 히란 니코마루 (HIRAN にこまる)
나가사키 산 니코마루를 사용한 사케로서 니코마루의 감칠맛과 은은한 향을 제대로 살린 사케입니다.
사용 쌀 : 야마다니시키 / 니코마루
알코올 도수 : 14%
정미비율 : 65%
* 히란 니코마루 퀸 (HIRAN にこまる QUEEN)
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향과 달콤함, 그리고 섬세한 맛을 겸비한 사케입니다.
식용쌀의 가능성을 추구해 나가는 가운데 만들어진 가장 니코마루다운 사케입니다.
사용 쌀 : 야마다니시키 / 니코마루
알코올 도수 : 15%
* 히란 카구라 (HIRAN 神楽)
히라도 카구라라는 중요 문화재로 등록된 전통예능이 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즐겨달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사케입니다. 상쾌한 과일감과 산미 뒤에 찾아오는 묵직한 바디감이 서로 잘 어울려 감귤의 느낌도 나는 사케입니다.
사용 쌀 : 야마다니시키
알코올 도수 : 14%
정미비율 : 55%
* 히라도 (フィランド)
세계유산에 등록된 히라도의 카스가 계단 논(春日棚田)에서 재배된 쌀을 사용한 화이트 와인 같은 쥰마이겐슈입니다. 소믈리에 협회가 주최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사케 품평회인 런던 사케 챌린지에서 금상을 수상한 명주입니다. 가능하면 와인 잔에 마시길 추천하고 있습니다.
사용 쌀 : 일본산 쌀
알코올 도수 : 9%
용량 : 500 ml
일본 무역과 그리스도교의 거점이었던 히라도는 필자가 꼭 한 번은 가고 싶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의미에서도 히란이라는 네이밍은 상당히 잘 지어졌으며 그 음률도 상당히 우아합니다. 히란을 마시며 한 마리의 날아가는 전설의 새의 기분을 느끼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이라 생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