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오후 4시, 독감 막바지라는 핑계로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이제 몸 상태는 거의 회복했다. 지난주에 끙끙 앓으면서 일했던 게 믿겨지지가 않을 만큼. 그래도 나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어서, 다음 주에 4일만 시프트를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주 월요일 저녁에는 뷔페가 있고 목요일 저녁에는 오픈 하우스 행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재미있는 일주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뭔가 허한 느낌이 든다. 뭔가를 먹는다고 해서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허기다. 아무래도 독감에 걸리면서 마음도 감기를 앓고 있는 모양이다. 이럴 땐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이럴 때일수록 별 생각이 다 파고들어 곳곳을 찌른다. 여러 생각들을 무작위로 풀어보자면,
위니펙에서 계속 살고 싶은데, 비자를 잘 연장할 수 있을까. 연장한다고 해도 영주권을 딸 수 있을까.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디서 뭘하며 먹고 살아야 하지, 원고 피드백이 오면 다음 주에는 내내 그걸 매달려야 하는데, 잘 고칠 수 있을까. 한국 가서 감자탕이랑 추어탕 먹고 돌아오고 싶다. 왜 전과 같지 않게 의욕이라는 게 푹 꺼져 버렸지. 추워서 나가기 싫고 답답해서 나가고 싶은데 귀찮다. 돈을 쓰면 스트레스인데 돈을 쓰고 싶다. 근데 대체 사고 싶은 게 뭔데? 필요한 것도 없잖아? 생기 있고 에너지 넘치고 의욕 넘치던 시절 회상. 반송장처럼 걸어 다니며 세상의 종말을 보고 싶었던 시절 회상. 동화 스터디 책 읽어야 되는데 왜 나는 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는가. 잘난 사람들 생각하면서 나랑 비교 및 감탄하기, 자책하기, 원망하기.
나는 위니펙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도둑이다. 내 귀한 시간을 마구잡이로 훔쳐 쓰면서 독감이라는 핑계를 대는 시간 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