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기까지 4주 남짓 쉬는 기간 동안 어떤 걸 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 끝에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부터 착용했던 안경에서 해방되는 것을 결심했다.
그리하여 안과에서 라식/라섹 수술이 가능한지 검사를 받았으나
망막 열상과 백내장으로 인해 수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야말로 청천벽력이 이런 것인가 싶었지만
우선 망막 열상만 치료하면 백내장은 경과를 두고 본 이후에
처리해도 된다는 소견을 듣고 조금은 안심이 됐다.
그러나 다음에 내원할 때는 보호자를 동반하라는 권유가
머리를 아프게 했다.
내 나이 서른 하나에 보호자가 웬 말인가 싶으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일로 부모님이 마음 쓰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또 한편으로는 나에 대한 원망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조금 더 어릴 때 병원에 와서 시력을 교정했으면 이런 걱정을 안 했을 텐데..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것에 대한 자책감이 컸다.
부정의 늪에만 빠져있으면 죽도 밥도 안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해봤다.
더 늦었으면 실명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전에 발견해서 치료가 가능하니
따지고 보면 운이 억세게 좋은 거구나 싶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열심히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