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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Dec 31. 2018

내겐 너무 소중한 월급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가 직장인 1,152명을 대상으로 2016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월급(56.9%), 적성(10.3%), 정년보장(10.1%), 노동시간(8.4%), 회사의 성장성(3.9%), 기타(10.4%) 순이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역시 ‘월급’이었다. 

혹자는 월급을 이렇게 정의한다. 내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는 돈,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받는 치료비, 이 일 말고 다른 일을 포기한 대가로 받는 기회비용.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게 있다. 입사하기까지 쏟았던 모든 학비와 취업 준비 비용도 포함하자. 이렇게 생각하면 월급은 그냥 써 버리기엔 꽤 무거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월급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쓰는 돈, 요새 말로 ‘시발 비용(비속어인 ‘시발’과 ‘비용’을 합친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을 너무 많이 써버 린다. 손꼽아 월급을 기다려봤자 ‘월급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와 동시에 ‘월급님이 로그아웃 하셨습니다’가 돼버리는 게 현실이다. 왜 우리는 월급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노예로 살고 있을까?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하다 보면 어느덧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얘기로 흘러간다. 결국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 월급을 예금 이자나 건물 수익으로 환산해보는 것이다. 월급 250만 원은 2% 금리로 15억을 은행에 예금해 월 이자를 받는 것과 같다. 또는 7.5억 건물의 4% 임대 수익률로 받는 임대료와 맞먹는다. 만약 월수입 450만 원이라면 27억 예금의 이자 수입이며, 13.5억 건물의 건물주와 동일하다. (편의상 비용과 세금은 고려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월급 250인 사람의 몸값은 15억이다. 만약 15억 자산가라면 이자 수익에 맞먹는 월급에 연연하지 않고 이자로만 먹고살 수 있다.



딱히 일하지 않고 원금 15억이 인플레이션을 넘어설 수 있는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유지 관리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 그런 자산이 없다면 열심히 출근하며 월급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 한 방을 노려 거위의 배를 가르면 그나마 황금알도 얻을 수 없다는 게 이 동화의 결말이다. 그러나 거위를 잘 키운다면 계속 황금알을 얻을 수 있고 알을 계속 모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일해서 번 돈은 부피를 더해가며 종잣돈이 되어 부의 가속화에 기여한다. 진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 몸값을 올리는 게 기본이다. 





적어도 직장은 좋은 곳이다. 물론 일은 힘들고 미운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그래도 꼬박꼬박 정해진 날에 월급은 통장에 꽂히고 개인적인 사유로 연월차를 사용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휴직도 가능하다. 따라서 직장에서 나오는 월급은 나와 내 가족이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돈이며 훌륭한 시드 머니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연차나 호봉이 올라갈수록 월급도 상승해 자산 증식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 있다. 이렇게 직장인들은 오랜 기간 규칙적으로 소득이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나가서 이 월급 못 벌겠어?”

“내 꿈은 이게 아니었어. 가슴 뛰는 일을 찾고 싶어.”

“맨날 저 모양인 상사 보기 싫어 관둬야겠어.”


직장인들은 이렇듯 하루에도 몇 번씩 퇴사를 결심한다. 쥐꼬리만 한 월급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해진 날짜에 자동이체 내역들은 잘도 빠져나간다. 통장이 ‘텅장’이 되어버리는 건 한 순간이다. 내가 이러려고 그렇게 어렵게 공부해서 이 회사에 들어왔나 억울한 마음도 들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찾아가야 하는데 시간만 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다 잘될 거라는 무한 긍정의 자세로 회사를 나오는 건 옳지 않다.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싫은 일도 참을 수 있어야 함의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목적이 있다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싫은 사람도 만나며 나 스스로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도 확신도 없는 퇴사는 다시 그보다 못한 자리로 가게 될 결말이라 말리고 싶다.

최소한 10년은 버티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그 분야에서 최소 10년은 일해 봐야 업(業)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를 부여해본다. 최소 10년은 꾸준히 월급을 모아야 종잣돈도 마련하고 장기적인 자산 계획을 세워볼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내가 얼마를 모아야겠다는 목표가 필요하다. 그것도 매우 구체적으로 본인의 연봉과 해마다 연봉 상승률, 금리까지 예상해 시뮬레이션해보자. 그리고 우직하게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만약 지출을 줄이고 저축액이 높다면 굴러가는 자산의 규모는 속도를 낼 수 있다.


1, 2년 간격으로 이리저리 회사를 옮기면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고, 공백 기간 동안 모아뒀던 돈을 생활비로 써야 되며, 작별하고 새로 적응하는데 심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는 병이 되기도 하고 먹는 것이나 쇼핑으로 풀기 때문에 돈 모으는 데는 피해야 한 1순위 적이다. 남들은 직진대로를 60km 속도로 달릴 때 나는 회전 많은 구간을 브레이크를 밟았다 뗐다 하며 운전한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빨리 달려가는 게 능사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결승점에서 물 한 모금 마실 여유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무작정 퇴사하겠다는 후배님들께 해주고 싶은 얘기를 몇 가지 적어보겠다. 

“나가면 그 월급마저도 못 벌 확률이 큽니다.”

“친구 연봉이랑 비교하고 회사에 떼쓰지 말아요. 본인만 지칩니다.”

“계속 가슴 뛰는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병이죠.”

“그래도 그 상사 입사할 때 한 번 걸러진 사람입니다. 더 이상한 사람 많아요.”

“어딜 가나 또라이 있습니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기억하세요.”

“어떤 걸 시작할까 고민하기 전에 어떻게 지금을 해결할까 고민해보세요.”


‘티끌 모아봤자 티끌’이라며 월급을 우습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나도 사회 초년생일 때는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우공이산(愚公移山,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결국엔 뜻을 이룬다는 뜻)의 우공처럼 해낼 수 있다는 경험을 한 나로서는 결국 월급의 소중함을 100% 이상 느낀다.           



본 글은 ‘ 엄마를 위한 심플한 경제 공부, 돈 공부’의 본문 일부입니다. 위클리 매거진을 통해 9회분 연재하며 배너를 통해 예약 및 온라인 구매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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