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애 저
돼지꿈을 꾸는 날은 어김없이 복권을 산다. 금메달을 따거나, 무언가에 쫓기는 꿈을 꿀 때도 그렇다. 고양이가 죽거나 잃어버리는 꿈을 꾼 날은 온 집의 문을 두 번 세 번 꽁꽁 잠그고 나간다. 야 그거 미신이야 누군가는 쉽게 말하지만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싱숭생숭해지는 내 마음은 그렇게 쉽지 않다. 몇 년 전부터 서점 베스트셀러 한쪽에 걸려있던 책이다.
처음엔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유의 어떤 판타지 소설인가 싶었다. 그것들보다 표지와 제목이 그다지 당기진 않았고(필자는 포터 마니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독서로 이어지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읽고 난 후의 느낌도 그냥 그랬다. 그저 그런 드라마를 한 편 본 느낌. 소설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무언가 자꾸 이야기하려 하는 것 같은데 사실 그 감동 포인트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와닿지도, 누구에게 권할 정도로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사실 이런 유의 책은 참 많다. 도대체 이 책이 왜 뜬 걸까 검색하던 찰나에 저자의 인터뷰를 보았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응원
저자는 이 소설이 첫 작품이고 번번한 글쓰기 수업 한번 받아본 적도 없다고 했다. 심지어 삼성 출신의 이과생이란다. 읽으며 스토리가 너무 단편적이고 솔직한 표현이 많아서 책을 프로작가는 아닌 것 같은 데란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진짜로 그렇다는 얘기에 뭔가 묘한 동질감과 부러움, 질투 같은 게 잠깐 일렁이기도 했다. 이어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음에도 왜 그간 인터뷰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운이 좋아 작가가 된 주제에 했던 얘기 또 할 게 아니라 한 줄이라도 더 써야겠다는 대답이 좋았다. 명작을 쓰겠다는 게 아니라 읽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태도도 좋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나서 어떻냐는 질문에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며 웃어넘기는 작가의 솔직함이 좋았다. '완성해봤자 아무도 안 봐줄 것 같고, 글쓰기는 어렵고, 완성하겠다고 누구랑 약속한 것도 아니고'라는 넋두리도, 그리고 이 책은 '내게 한 응원'이라는 이야기도 무언가 마음속에 품고 평생을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묘한 위로가 되었다.
당신의 위로는 어디에 있나요?
우리는 모두 잠을 잔다. 그리고 꿈을 꾼다. 어떤 꿈은 오래도록 기억되어 삶의 방향이 되기도 하고, 어떤 꿈은 눈을 뜨는 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또 어떤 꿈은 미래에 일어날 어떤 장면을 먼저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속 판타지는 여기서 시작된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꿈 백화점에서 꿈을 사고 그 꿈을 꾼다. 꿈은 다양하다. 하늘을 나는 꿈, 부자가 되는 꿈 사랑을 하는 꿈. 우리는 꿈속에서 누구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각자의 소원을 담은 꿈을 찾는 이들도, 그리고 그 꿈을 만들어 전시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달러구트 씨의 꿈 백화점은 그 꿈을 만드는 이와 파는 이가 모이는 곳이다. 책은 이곳에서 처음 취업한 직원 페니의 눈에 보이는 꿈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꿈 백화점에서 꿈을 사곤 자신이 그 꿈을 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단지 그 꿈을 꾸었다는 기억의 단편만 남을 뿐. 하룻밤이지만 사람들은 꿈을 통해 자신의 소원을 조금씩 이루어 간다. 물론 그것이 그를 살려주는 경우도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무엇이든 파는 것이 좋을 법한 백화점의 주인 달러구트 씨는 고객들을 세심히 살피며 꿈을 팔기도 하고 고객을 설득하기도 한다. 그는 꿈을 통해 사람들을 치유한다. 눈 뜨면 사라지는 의미 없어 보이는 꿈일지언정 그 꿈은 우리게 삶의 의미가 되기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만약 오늘 밤 어떤 꿈을 꾸고 싶느냐 달러구트 씨의 질문에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꿈꾸던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가, 원하는 사랑을 이루고 싶은가. 혹은 이제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가. 우리를 살게 하는 것,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것은 어쩌면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막대한 부, 정치적 신념, 위대한 사상 같은 것을 이루기 위해 오늘 하루를 다 써버리지만 결국 우리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저녁 밥상, 포근한 잠자리 그리고 푹 자며 꾸는 행복한 꿈이다.
당신의 위로는 어디에 있을까.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작가는 주위를 둘러보라 권한다. 그리고 뚜벅뚜벅 오늘의 하루를 살라고 위로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애 저 / 팩토리나인 출판 /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