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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Mar 12. 2024

왜때문에 내 비혼을 당신이 판단하는가?

에이징 솔로 | 김희경 저

나는 결혼을 하고 싶었나? 글쎄 어릴 적에는 막연히 결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나름 로멘티스트이던 시절, 언젠가 교과서에 서 봤던 단란한 가정, TV에서 나오는 다정하고 행복한 가정. 그런 가정을 나도 꾸리는 게 내 막연하고도 작은 소망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취업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며, 소위 사회란 곳의 진짜 일원이 되고서야 알았다. 교과서에 나온, TV에 그려지는, 소위 성공한 어른들이 말하는 가정의 모습을 꾸리고 사는 가정이 사실 우리 주변에도 별로 없다는 걸.

사람들은 대체 뭘 믿고 사람들은 엄빠와 자녀 2인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을 제외한 모든 가정을 비정상, 결손가정 따위의 말로 만들어서는 함부로 행복 아니 정상/비정상의 잣대로 갖다 대는 걸까. 실상 껍데기만 4인 가정이면서 그 안에 사랑이니 행복 같은 건 언감생심인 이들도 많았을 텐데 우리는 왜 그 말도 안되는 잣대를 받아들고는 모두가 나의 부덕이라 자책하며 살았던 것일까.

나는 어릴 적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쭉 한부모 가정으로 살았다. 돌이켜보면 큰 문제 없이 자랐으나 지금도 나와 내 가정이 당연히 숨겨진 정서적 문제로 가득할 거라고 ‘믿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처음에는 치받고 싸우기도 했다. 편견은 왜 착하고 성실한 이들이 더 크게 가지는 것일까 가끔 의아스럽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이것이 믿음의 영역이라는 걸 인지한 이후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성실한 이들의 순전한 믿음을 깨뜨릴 힘은 내게 없더라.

책은 이처럼 결혼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다.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다.(못한 게 아니라 선택하지 않았다. 이건 꽤 차이가 크다) 이들은 책을 통해 각자의 결혼에 대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결국 그들의 이야기는 개인의 행복을 책임지지 않으면서 그제 낙인 찍으려는 사회의 문제, 제도의 부재로 귀결된다. 태어나 처음 보는 숫자의 저출산의 시대에 나오는 대책이라는 게 고작 얼마를 주겠다가 전부인 사회.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지,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지에 대한 일고의 고민도 없이 돈 줄 테니까 애 낳고 결혼하라는 세상에 이들은 그저 ‘No’라고 대답한다.

더 나아가 나이가 들며 실제적으로 겪는 외로움의 문제, 혼자서 있을 때 아프면 어쩌지라는 걱정, 혼자 집안에서 사망했을 때(여기다 쓸쓸히 혹은 고독사라는 단어를 왜 갖다 붙이나!) 등 돌봄의 문제 등에 대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나름의 대안들도 함께 제시한다. 사실 이는 비혼이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다. 사회는 돌봄을 가족의 몫이라 퉁치고 주민등록상 가족이 존재하는 한 이들을 최대한 돌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돌봄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이미 경제력에 의한 계급의 문제로 치환되었다. 돈 있는 가족은 최대한의 돌봄을 받고, 그렇지 못한 가족은 없느니만 못한 존재가 된다. 세상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어쩔 수 없다. 이는 다들 눈 감고 싶어 하는, 꽤 오래된 사회복지의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들은 되묻는다. 우리의 보호자는 왜 늘 가족이어야 하는가. 이웃이, 친구가, 내 옆집 사람이 나를 돌아봐 줄 수는 없는가.

사람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벗어나 혼자 살기로 결정한지는 많이 잡아도 고작 5-60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인구는 최근 유례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사회규범에 어긋난 것이라는 뻘소리는 집어치우고 혼자 살고자 하는 이들이 왜 이렇게 늘어났는지, 이런 이들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묻고 대답해야 한다. 요즘 젊은 것들은 쯧쯧 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다. 당신이 어른이라면, 이 사회에 책임감 있는 구성원의 하나라면 더 늦기 전에 이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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