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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Apr 30. 2024

애플워치를 보냈다

사람은 물론이고 물건에도 잔정이 많은 편이다. 꽤 오래전에 사용했던 물건들임에도 손때가 묻은 것들은 차마 버리지도 못하고 쌓아만 두고 있다. 시계나 옷 같이 언제나 보고 내 몸에 밀착된 것들, 매일 보고 사용한 물건들은 괜히 더 그렇다.

애플워치를 새로 장만해서 기존에 쓰던 워치를(시리즈 6이니 벌써 3-4년 전이다) 당근마켓에 팔려고 내놓았다. 예전에 수영장에서 긁힌 상처가 좀 크게 남아서 남들 하는 것처럼 평균가에서 그만큼 감액하고도 상처가 잘 보이게 사진을 찍어 올려두었다. 사실 휴대폰으로 대충 상처만 보이게 찍은 사진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나도 당근러버라 안다. 사실 하자가 크게 찍힌 제품은 썩 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물건일수록 보이는 하자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적어도 눈속임은 없다. 몇 건의 연락이 왔었는데 다 네고가 가능한지를 묻는 연락이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별 진전이 없자 만 원을 더 깎아 버렸다. 그럼에도 돌아온 연락들은 더 깎아줄 수는 없냐는 연락들.


뭐랄까. 좀 짜증이 났다. 계속된 네고가 짜증의 유발 시점인 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내 새낀데, 나와 몇 년을 붙어 다닌 녀석인데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받고 떨이 취급받는 게 싫었다. 적어도 나에겐 소중한 물건이었다.


원래 거래 글을 지워버렸다. 조명을 켜고 사진을 다시 찍었다. 가격도 처음 내놓았던 가격으로 되돌려놓았다. 1시간도 되지 않아 연락이 왔고 오늘 저녁 내 품을 떠났다.


괜스레 허한 마음 부여잡고 오늘 내가 낸 짜증의 실체가 물건에 대한 애착이었는지 아니면 쓸데없는 자존심이었는지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모르겠어서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나름 상처가 보이게 찍은 사진(좌) 조명켜고 찍은 사진(우)


흠..... 다시 사진을 꺼내보니 내가 잘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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