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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Apr 29. 2024

그래서 제가 어디가 다친건가요?

테니스 레그

다리를 다쳤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올해부터 스쿼시를 배우고 있는데, 시작할 때부터 주위의 만류가 많았다. 나이 먹고 그런 거 하면 다친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벼이 넘겼다. 한 달 정도의 레슨은 즐거웠고 새벽마다 흘리는 땀은 뭔가 인생 스포츠를 만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사단이 났다.


공을 쫓다 종아리에서 ‘뚝’하는 소리가 났고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들이 하도 걱정을 하니 괜찮다고는 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양해를 구하고 병원을 찾았다.


처음 갔던 병원에서는 근육이 놀란 거라고 주사 맞고, 근막 치료받고 하루 이틀 정도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실비가 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굳이 쿨밴드인가도 권했는데 뭔가 자꾸 권하기에 그건 됐다고 했다. 그리고 받아든 병원비 영수증에는 총 19만 원 중 비급여 187,500원이라는 처음 보는 금액이 적혀있었다. (와….)


하루 이틀이 지났고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걷지 못하는 상태는 여전히 지속됐는데 괜찮다고 하니 그냥 열심히 다녔다. 상태는 갈수록 악화됐고 어느 날 저녁에 발이(종아리가 아니라..) 퉁퉁 붓고 멍이 심하게 들어있는 걸 발견했다. 큰일 났다 싶어서 출근하자마다 다른 병원을 찾았다.


발에 멍은 괜찮은 거라고 했다. 혹시 인대나 뼈가 다친 건 아닐까 물었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걷지도 못한다고 했다. 충격파 치료를 하고 물리치료를 한주에 두 번 정도 올 것을 권유받았는데 물리치료까지는 바빠서 안되고 일단 10분 이내의 충격파 치료를 했고 영수증은 비급여 10만 원. 다음 주에 뵙자고 인사하고 나왔다.


대구 집에 와서 걷지 못하는 나를 보며 아내의 등짝 스매싱은 시작됐고 다음날 아내의 손에 끌려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그리고 비로소 나의 병명을 들었다.


테니스 레그.


준비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하다 종아리 근육이 손상되는 건데 축구하다가 많이 다치는 부위라고 했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면 보통 정상으로 걷는데 아직도 못 걸으시면 많이 다치신 거라고 반깁스하고 전치 4주 소견서 드릴 테니 혹시 쉬어도 되는 직장이면 가능한 쉬시고 걷지 말라고.. 병원비는 3만 원. 


동네 의사 선생님이 그래야 월세라도 낼 수 있으니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가능하면 그런 병원 가지 말라고, 이상한 치료받지 말고 너무 아프면 물리치료(그것도 자꾸 뭐 더 하라 그러면 하지 말라고) 한두 번 받으시라는 말에 어이가 없기도 했고 일주일 동안 안 해도 되는 고생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상한 느낌이다.

처음 두 병원은 내가 낫기를 바랐을까 가능하면 이 환부가 지속되기를 바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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