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물론이고 물건에도 잔정이 많은 편이다. 꽤 오래전에 사용했던 물건들임에도 손때가 묻은 것들은 차마 버리지도 못하고 쌓아만 두고 있다. 시계나 옷 같이 언제나 보고 내 몸에 밀착된 것들, 매일 보고 사용한 물건들은 괜히 더 그렇다.
애플워치를 새로 장만해서 기존에 쓰던 워치를(시리즈 6이니 벌써 3-4년 전이다) 당근마켓에 팔려고 내놓았다. 예전에 수영장에서 긁힌 상처가 좀 크게 남아서 남들 하는 것처럼 평균가에서 그만큼 감액하고도 상처가 잘 보이게 사진을 찍어 올려두었다. 사실 휴대폰으로 대충 상처만 보이게 찍은 사진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나도 당근러버라 안다. 사실 하자가 크게 찍힌 제품은 썩 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물건일수록 보이는 하자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적어도 눈속임은 없다. 몇 건의 연락이 왔었는데 다 네고가 가능한지를 묻는 연락이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별 진전이 없자 만 원을 더 깎아 버렸다. 그럼에도 돌아온 연락들은 더 깎아줄 수는 없냐는 연락들.
뭐랄까. 좀 짜증이 났다. 계속된 네고가 짜증의 유발 시점인 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내 새낀데, 나와 몇 년을 붙어 다닌 녀석인데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받고 떨이 취급받는 게 싫었다. 적어도 나에겐 소중한 물건이었다.
원래 거래 글을 지워버렸다. 조명을 켜고 사진을 다시 찍었다. 가격도 처음 내놓았던 가격으로 되돌려놓았다. 1시간도 되지 않아 연락이 왔고 오늘 저녁 내 품을 떠났다.
괜스레 허한 마음 부여잡고 오늘 내가 낸 짜증의 실체가 물건에 대한 애착이었는지 아니면 쓸데없는 자존심이었는지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모르겠어서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흠..... 다시 사진을 꺼내보니 내가 잘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