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째는 걸 잘하지 못한다.
맞다. 나는 지금 그걸 태어나서 손꼽을 정도의 확률로 해내고 그 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기나긴 스쿼시 강습의 마지막 주다.
나름 즐거웠고 계속하고 싶은 운동이긴 하나 매주 두 번 새벽 6시에 출근해 그까지 가는 건 말처럼 쉽지 않더라.
그리고 지난 3개월 (중간에 부상도 있었지만) 그 모든 걸 해내고 선물처럼 내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물론 지금도 마음이 쿵쾅거리고 당장이라도 스퀴시장으로 달려가야 하나 싶지만 지금은 비가 제법 많이 오기도 한다.
성실.
누가 듣기에는 굉장히 거창하고 좋은 단어 같지만 사실 이 허울좋은 굴레에 갇혀버린 나 같은 사람에게 성실은 크게 유쾌한 단어는 아니다.
요즘은 개근거지라 불린다지만 빛나는 졸업장과 늘 함께 받았던 개근상은 우리 부모의 자랑이었지 사실 내게는 별거 없는 종잇조각일 뿐이었다.
대학에 가서 이런 내게 쉼을 주기로 결정했었다.
나는 반드시 한 학기에 한 번 정도는 자체 휴강을 했고,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미고지에 의한 혼자만의 예배를 드렸다.(물론 이는 추후 고지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며 돌이켜보니 취업을 한 이후에는 단 한번도 그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소위 일일일포라 부르는 이 블로그의 매일의 기록들도 그러하다.
루틴한 삶에서 무슨 매일의 콘텐츠가 나오겠냐마는 그저 꾸역꾸역 밀어내는 별 의미 없는 삶의 조각들을 나는 밀어내고 살고 있었다.
정해진 루틴대로. 그냥 그렇게.
물론 이 루틴을 지켜낸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고 이 시간들이 쌓일 때 어떤 커다란 일들이 벌어질는지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다.
큰일이 생기겠지 아주.
그런데 가끔은 이렇게 숨 쉴 구멍도 필요하다.
꽤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