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진심 | 강재원 저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는 각기 다른 감정들의 이름이 나온다. 그들은 서로 투닥거리기도 하고 힘을 합치기도 하며 여러 감정들이 혼합되기 마련인 사람을 세워나간다. 한 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세간의 화제인 <티니핑>도 비슷한 내용인 걸로 알고 있다. 아이들의 전유물인 것 같았던 감정 놀이가 어른들에게까지 전염이 되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각해 보면 언젠가부터 우리는 감정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화를 내야 할 때 참아야 했고 그렇게 꾹꾹 눌러 삼킨 마음은 사소한 트리거 하나에 터져 나왔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자기는 뒤끝이 없다며 주변의 모든 이의 감정을 박살 내곤 한다. 또 어떤 이는 스스로 논개나 예수가 된 마냥 혼자의 희생으로 다른 모든 것을 구원할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완벽주의, 긍정, 느긋, 후회, 공감, 분노, 쾌락, 혐오, 개인주의 등 이러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52가지의 감정에 대해 정신과 의사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이렇지 않은지? 의사의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약간의 코멘트를 다는데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며 왠지 모르게 조금 서글퍼졌다.
우리는 왜 이것들을 잊어버리고 살았을까.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인 감정들을 다름이라고 부르며 그냥 놓고 살았을까.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괴물이 되어버린 지금도 뉴스에 나오는 인간의 군상들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발전했다고 하는데, 어제보다 나아졌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일까.
이 글을 쓰는 나는 카페에 있다. 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앉아있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이들이 앞에 앉은 사람이 아닌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