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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바토레 Aug 27. 2021

■ Lost stars

,영화 Begin again을 보고..

 

"That's what I love about music. One of the most banal scenes is suddenly invested with so much meaning, you know?"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All these... these banalities they're suddenly turned into these beautiful, effervescent pearls. From music.”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의 대사처럼 음악은 평범하고 따분한 일상을 진주처럼 밝게 만들어가는 특별한 힘이 있다. 그 특별한 힘으로 듣는 사람을 기쁘게도 혹은 슬프게도 한다.

그러면서도 그 특별한 마법 같은 존재인 음악이란 양념으로 사랑과 우정, 가족애 같은 흔한 재료들을 잘 버무려 내놓은 맛있는 파스타 같은 영화다.


남자 친구(데이브)에게 실연을 당한 여자(그레타)와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해고된 남자(댄)가 우연히 만나 벌어지는 일상의 얘기를 음악이란 매개체를 통해 별처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뉴욕의 거리를 거닐며 어느 순간 그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며 어느새 일상의 상처를 위로받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각박한 도시의 삶에 지친 현대인의 침체되고 우울한 단면을 흔들어 깨우며 익숙함으로부터 나를 찾아가게 하는 영화다.



영화는 존카니 감독의 영화 "원스(ONCE)'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토론토 영화제(2013)에서 공개된 후 호평을 받았고 올해 상하이 국제영화제 예술공헌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아트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까지 낳으며 선덴스 영화제 관객상(2007) 등을 받은 원스에서 보다는 원숙해지고 다듬어졌다.

하지만 가끔씩 보여지는 조금은 엉성한 카메라 앵글의 흔들리는 줌-인(Zoom in) 구도는 원스에서 처럼 마치 주인공들을 실제로 보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존 카니 감독의 독특한 촬영기법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그들의 바로 옆에서 그들과 함께 걸으며 그들의 슬프고 때론 유쾌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들과 같이 공유하게 된다.


그레타의 남자 친구로 나오는 그룹 "마룬 5(MAROON 5)"의 실제 보컬인 "아담 리바인"의 공연은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생생한 감동을 더해 준다. 이 영화가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 단순한 음악 영화임에도 꽤 많은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이유다.


우리에게 '오만과 편견(2005)'와 '캐리비안의 해적(2007)' 등으로 친숙한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는 음악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여자 그레타 역으로 나와 영화 전반을 이끌어가며 모든 장르의 음악을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과 절제된 연기력으로 잘 표현해 내고 있다.  : Lost stars'의 그레타 버전

또한 음악을 상업적으로 포장하고 완성하는데 천재 프로듀서인 댄 역의 '마크 러팔로(Mark Alan Ruffalo)'는 '셔트 아일랜드(2010)', '어벤져스(2012)' 등과는 달리 자유분방한 에너지와 심도 있는 내면의 연기로 전작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그레타의 남자 친구 데이브 역할의 '아담 리바인(Adam Levine)'도 가수임에도 배우 못지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맡은 배역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가진 것 없는 가난한 두 남녀가 만나 자본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현실을 오직 음악적 재능과 열정 만으로 극복해 나가는 데이브(아담 리바인)와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를 통해 관객은 대리만족과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레타는 데이브의 외도로 그와 헤어지게 되고 실연의 아픔을 간직한 채 실직으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 댄(마크 러팔로)을 우연히 만나 댄의 설득으로 다시 음악을 시작한다.

이 영화의 첫 번째 'Begin again'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든 상황이 오면 극복해 나가기보다 그걸 회피하거나 그 상황만 모면하려고 한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다. 그레타는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다. 연인에게 배신당한 자신의 힘든 상황과 비슷한 처지의 댄과 길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자신을 위로하고 한편으론 자신의 내면과 끊임없이 대화한다.

댄 또한 소통이 필요한 자신의 딸 바이올렛과 빌딩의 루프탑 연주신 ;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Rooftop Mix)-Keira Knightley (HD)

에서 서로의 음악으로 말없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준다. 둘 다 음악이란 매개체로 상대방과 소통을 하며 잃어버린 혹은 숨겨진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대사 대신 음악으로 소통하고 서로를 보듬어 안는다. 음악으로, 단절된 유대의 끈이 하나로 이어지고 서로에게 상처 입은 감정들이 치유된다.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완성되고 절제된 미학의 본보기다. 왜 영화를 종합 예술이라고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비유를 하자면 마치 몬드리안(Mondriaan)과 칸딘스키(Kandinsky)의 그림에서 처럼 불필요한 일체의 요소를 배제한 선과 면의 '추상적 미학(Abstract aesthetics)'이 음악이란 선율과 음표로 다시 되살아난 느낌이다.


라스트 신에서 그레타는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둘러 쌓인 데이브가 부르는 노래 'Lost stars'를 들으며 자신이 원했던 음악적 열정, 혹은 진정성과 그의 사랑이 더 이상 순수했던 예전의 것이 아님을 자각한다. 그리고는 그 길로 미련을 버리고 공연장을 나간다.; 영화 Begin Again OST "Lost Star"-Adam levine(비긴어게인 마지막장면)

이 영화의 마지막이자 두 번째 'Begin again'이다.


옛 남자 친구 데이브의 노래를 뒤로하고 떠나는 그레타를 통해 영화는 관객들에게 과거 속에 안주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 길을 찾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 데이브의 노래를 지켜보던 그레타의 눈물과 돌아서 나가는 그녀의 시선에서 우리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레타의 엔딩 장면을 통해 인생을 살다 현실이란 높은 장벽에 부딪혀 꿈을 잃고 방황하거나 사랑하는 이로부터 실연을 당해 길거리를 헤매는 에게 끝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작은 위로와 긴 여운을 동시에 남긴다.

"당신은 그리고 나는 단지 길을 잃은 별 들일뿐,
길을 잊은 건 아니니,
길을 가다 넘어져 깨어지고 부딪혀 상처가 나 때론 좌절하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고,
자신을 가두는 운명의 속박에서 벗어나 다시 길을 찾아가라고,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길 잃은 별들의 숙명이라고.., "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전작인 '원스'가 길을 걷다 다소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별처럼 빛나는 원석을 발견한 감명이었다면,

'비긴 어게인'화려한 출연진과 스텝이란 세공사들에 의해 세련되게 가공되어진 반짝이는 보석을 보는 듯 하다.


더불어 흔히 로맨틱한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불필요한 감정선의 낭비나 개연성 없는 플롯, 억지로 끌어다 붙인 것 같은 전개와 동화에서나 봄직한 아름다운 결말 같은 일체의 군더더기 없이, 영화의 가장 본질인 관객과의 내적 동화에 충실하기 위해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는 과정 내내 시각과 청각에만 집중하여 음악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관객으로 하여금 화면 안팎의 넘나듦이나 곁눈질 없이 영화 속의 등장인물에게로 몰입과 동시에 감정 이입이 가능하게끔 유도한다.


비록 스펙터클한 화려한 연출 기법으로 시ᆞ공간을 아우러거나 판타스틱한 CG가 화면을 도배하거나 극적인 반전으로 도식화된 로맨틱한 결과물 하나 없는 어떻게 보면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지루한 일상의 이야기지만 감독의 의도대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누군가에게 다시 시작할 희망을 주었다면 흥행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 성공한 영화라 하겠다.


지금 힘이 드는가? 

직장에서 가정에서 때론 연인에게 상처 입고 낙담하고 좌절하고 그래서 우울하고 슬프고 괴로운가?

그렇다면 이어폰을 끼고 밝은 거리로 나가보라. 'Lost stars'를 들으며..

이 영화의 세 번째 'Begin again'은 바로 그때부터다. 


길 잃은 당신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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