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된 것을 알게 된 건 내 생일 날이었다.
정말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생명을 잉태하기까지 얼마나 어렵고 힘든가. 그런데, 물론, 아니 물론… 초기 12주 전 유산은, 특히 첫 8주, 5주 전에는 유산이 잘 된다고 한다.
지금은 별 것 아닌 양 말할 수 있지만, 그 날은 너무 슬프고 답답해 계속 눈물이 났다. 그저 세포인데,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없었던 세포일 것임에도 마음이 쓰렸다.
그리고, 그 날은 내 생일이었다.
아직도 6월 23일 목요일 저녁 6시.
그날 저녁, 마침 우울하게 가족들과 생일을 보내지 않을 수 있었다. 교회에서 예배 뒷켠에서 아무도 모르게 일하는 성도들을 위로하기 위해 목사님께서 식사를 대접해주시는 날이었다.
다행히 아무도 모르고 있었고, 가정교회에 같이 나가는 언니 한분은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아주셨다. 나중에 둘이 있을 때 슬쩍 물어봐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금요일 교회 기도회까지, 계속 틈만 나면 눈물이 났다. 하하.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틈이 나서 그 생각에 젖으면 눈물이 났다. 지금도, 다시 돌이키며 쓰느라 그런지 눈물이 나온다.
이 주간은 정말 교회 사람들을 만나느라 바빴는데, 그 덕분에 많이 울지 않고 극복할 수 있어서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정말 재미있는 것은, 이 기회를 통해 나는 어떤 그리스도인인가를 다시 생각 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정말, 정말 운이 좋은게, 혼자서 이런 일을 겪었다면… 생각하기도 어렵다.
나는 2019년 코로나때 모두와 같이 교회를 쉬었다. 하나님을 쉰 건 아니지만, 교회를 가지 않고 그냥 혼자 성경을 읽고, 생명의 삶 큐티를 하고, 혼자 찬양을 들었다. 생방송인 예배를 틀고 예배를 봤지만, 결국엔 보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되지 않을까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자연 유산이 있기… 한두달 전, 다시 교회로 돌아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맞다고 느낀 게, 처음에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사람들 곁에 있자 너무 어색했고, 점점 뭔가 하지 않으면 날 사랑해주지 않을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사회성이 많이 퇴보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유산, 어떻게 보면 매우 안타깝고 불쌍하거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하나님께 되물었다. 저는 당신의 뜻이 알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데 뭘 하면 좋겠습니까, 나같은 티끌이 무엇을 해도 당신에겐 아무 이득이 되지 않는 데, 무엇을 하면 좋겠습니까.
그러다 우연히, 나는 그것을 응답이나 음성이라고 하고 싶진 않다, 나의 오만함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몸 관리 제대로 하고, 건강한 삶, 혹은 다시 아이를 가지면 좋겠다는 그런, 아련한 희망이 생겼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아이 둘이면 족하다. 물론 겉으로는 농담조로, “아이는 딸 4명이면 되죠, 저는 이미 처음부터 실패했으니-나는 아들 둘의 엄마다- 나머지 둘은 딸을 갖고 싶네요.” 라고 했었다.
이번에 찾아보다가, 펑 박사의 ‘독소를 비우는 몸’ 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펑 박사는 캐나다에서 단식을 처방으로 내리는 신장병 전문의다. 그 사람은 단식으로 제 2 형 당뇨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증명해왔다.
나는 이번 피검사로 놀란게, 2019년 피검사를 했을 때 당화혈색소 (3개월 간의 당수치) 가 5.9 이니 “운동을 하고 음식을 조절하세요” 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운동은 하루에 2–3천 걸음, 음식은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고지방, 고단백으로 먹는다. 키토제닉 식단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 집은 췌장과 신장이 약한 내력이 있는데, 그래서 더 인슐린 저항성에 취약한 듯 하다. (이게 맞는 문장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호르몬 계 질환이 많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1년간 한의학에 대해 배울 때, 나의 주 목표는 첫째 아이의 아토피였으나, 점점 갈수록 내장질환, 내분비계열 질환을 설명하는 것에 놀랐는데, 최신 의학 저널에 발표된 바로는 당뇨를 단식으로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질환들이 있고 처방약을 먹고 있는 경우, 무조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어떤 부작용이 어떤 약의
처방, 효과를 낮추거나 높일 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 먹고, 그러니 칼로리 인, 칼로리 아웃 다이어트는 당연히 도움이 안되고, 고지방 고단백, 저탄수 다이어트는 이미 어릴때부터 해왔지만, 그래도 살은 안 빠지고 더욱 부어올랐다. 어떤 다이어트도 안 된다면, 나는 다시 고등, 대학교때 했던 단식 다이어트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이 기회를 통해 내 몸을 한번 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연 유산하고 2주, 6월 28일까지 몸이 춥고 (지금은 한여름이다!) 관절이 아프고, 몸살 감기에 걸린 것처럼 뼈가 아리고 뼈마디가 시려웠다. 눈 앞이 깜깜하고, 물건이 두개로 보이는 등 정상이 아니었다. 대체 왜 그랬지...? 당뇨 전 증상이 더 심해졌던 걸까, 호르몬이 다시 제자리를 찾느라 그런걸까... 아니면 단순히 유산이, 나에게 그렇게 큰 충격이었던 걸까?
그리고 오랫만에 처음 24시간 단식을 했던 엊그제부터 몸이 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펑 박사의 독소를 제거하는 몸을 통해, 임산부와 아이, 모유수유하는 산모들은 단식을 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자세히 읽어볼 겸, 나는 아직 아이가 없을 때 제대로 단식해서, 당화혈색소를 정상수치로 되돌리고 건강한 임신을 하고 싶다.
이 마음, 이 결심이 생기기까지 많은 힘든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 시기가 아니었다면 이런 결심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무조건 고꾸라져서 방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힘든 일이 있을 때 곁에서 지지해주고, 물어봐주고, 지켜봐준 교회 사람들과, 아이를 잃어도 괜찮다고 해주는 남편과, 다음 아이는 여자아이가 좋겠다며 철없이 웃는 아이들 덕분에 기운을 차렸다.
다음 임신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최대 5일까지 단식을 이어가며 끊임없이 얼기고 설기는 당뇨와의 전쟁을 이제 끝내고 싶은 마음이다.
24시간 단식은 보기보다 쉬웠다. 배가 꼬르륵 거리면 물을 주거나 차를 주면 그것을 받아마셨으니까.
6월 28일 화요일 저녁을 8시에 마치고, 금요일 저녁 7시까지 물, 차, 사골국 같은 것을 먹으며 바쁘게 지낼 생각이다.
혹은 그게 무리라면 목요일까지 그럴 생각이다. 주 목표는, 이 몸뚱아리가 알아채지 못하게 재빠르게 단식하고, 주기가 반복되지 않게 여러번 괴롭혀서 인슐린 저항성을 없애버리고, 자가치유하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나처럼 간헐적 단식이 크게 영향을 못 줬다, 고지방 다이어트가 살이 더 찌는 것 같다, 생각한다면 그냥 2일 내리 굶고, 그 후엔 24시간 굶고, 그 후엔 5일 굶고, 이런식으로 몸이 “와 씨 뭐지? 주인 뭐하냐?” 싶게 만들면 대사 증후군들이 싹 사라진다고 한다.
나 또한 그런 식으로 한번 내 몸을 정신못차리게 만들고 대사 질환들과 싸워보려고 한다.
펑 박사님의 책을 통해 단식의 효과와 제대로 하는 방법, 그리고 실질적으로 나는 어떻게 했나 같은 것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적어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