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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모 Aug 22. 2018

표지판 사진 찍는 오빠

브라질리언 픽토그램

말 잘 안 통하는 외국에서 살게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좋은 취미에는 두 가지가 있다. 말 안 해도 되는(적게 하는) 운동과, 역시 말 안 해도 되는 예술작품 감상이다. 둘 다 본질적으로는 입 벌릴 필요 없이 눈과 두 발만 있으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취미이다. 그래서 나는 브라질 사는 동안 운동으로는 주짓수를 배웠고, 취미로는 미술관과 공연장을 다녔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브라질에 살면서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인 픽토그램에 대해 써 볼 생각이다. 브라질 디자인 감성이 내 눈에는 어찌 그리 재미있는지. 브라질 사는 내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사진 중 상당수가 표지판류이다. 당시에는 뭘 그런 걸 찍고 다니냐고들 했지만 굴하지 않은 내게 박수를. 덕분에 좋은 추억거리를 챙겨 올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이 정말 많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에 있는 것들만 추려 보았다.





1 꾸리치바 │Curitiba


빠라나(Paraná) 주 주도이자 인구 180만의 도시인 꾸리치바. 동유럽계 이민 후손 인구가 많으며 환경·도시정책의 도시이자 대학의 도시이기도 하다. 꾸리치바의 사람들을 떠올리면 만감이 교차할 정도로 수많은 종류의 삶이 살아지는 개성 넘치는 도시.


차고 - 견인구역 - ⓒ 이성모. Curitiba

차고. 견인차 부를 거니까 앞에 차 세우지 말라는 무서운 문구를 귀여운 서체로 적어 두었다. 내가 살았던 Praça Rui Barbosa 근처에서 촬영.



ⓒ 이성모. Curitiba

(좌측 상단으로부터 시계 방향) 화재 경보 / 위험 - 전기 충격 / 소화전 / 소화기. 나는 저 노란색 전기 충격 딱지가 마음에 든다. 그냥 보면 조심하라고 해 놓은 건지 잘 모를 것 같다. 뭔가 해리포터 같지 않은지? 자주 놀러 갔었던 Paço da Liberdade 건물 내부의 표지판들이다.



주의, 영국 손!  ⓒ 이성모. Curitiba

사실 영국 손이 아니고 영국식 방향이라는 뜻이다. 영국에서는 차량들이 좌측통행을 하기 때문이다. Praça Santos Andrade 부근.



ⓒ 이성모. Curitiba

복잡하다. 무슨 뜻일까? Avenida Visconde de Guarapava에서 촬영. 근처에 있는 '마네끼 라멘'은 주변에서 그나마 일본식에 가까운 라멘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었다.



ⓒ 이성모. Curitiba

위의 E는 통상적으로 주차장(Estacionamento)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택시 정류장 표시이다. Praça Rui Barbosa에서 촬영.



ⓒ 이성모. Curitiba

사실 이것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버스 전용이라는 것 같은데 길바닥을 봐야 뭔지 알 것 같다. 저 뒤에 택시 정류장 표지판이 작게 보인다. Praça Santos Andrade에서 촬영. 바로 뒤에 남미에서 가장 큰 공연장이라는 과이라 극장(Teatro Guaíra)이 있다.



ⓒ 이성모. Curitiba

정말 급해 보인다. 입체적인 것이 참 재미있다. 프린트는 아니고 데칼인 것 같은데, 누가 했는지 재치 있는 디자인이다. 입을 그린 것이 화룡점정이다. Shopping Estação 내부에서 촬영.



ⓒ 이성모. Curitiba

경적 울리지 말라는 표지판. 모양이 애매한 것이 장식 달린 트럼펫인지 아니면 못생긴 뷰글인건지 헷갈린다. 어찌 됐건 귀엽다. 장소 불명. 집 근처 어딘가인데 못 찾겠다.



가? 말아?  ⓒ 이성모. Curitiba

두 개 다 켜면 어쩌라는 건지. 어느 한가한 일요일 낮에 집 근처에서 찍은 사진.



ⓒ 이성모. Curitiba


보도블럭에도 멋들어진 모양이 있다. 빠라나 주의 상징 아라우까리아 나무를 형상화 한 모양. 대칭된 나무 모양 사이에는 꽃 두 송이가 그려져 있다. 왼쪽 하단에는 히우데자네이루에서 볼 수 있는 보도블럭과 비슷한 파도 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여행사가 있는 건물이어서 그랬는지 짐작만 해볼 뿐이다.



ⓒ 이성모. Curitiba  

조심하라는 얘기인데 왜 저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의문이다. 장소 불명. 지도 열심히 찾으면 어딘지 알 수도 있겠다 싶지만 굳이.


ⓒ 이성모. Curitiba

자전거와 사람이 나란히 있는 것이 신기해서. Centro Cívico에서 촬영



ⓒ 이성모. Curitiba

내가 브라질에서 처음 발견한 귀여운 모양이다. 맨 처음 도착했을 때에는 정말 작은 차이점도 의미 있게 보였었다. 지금 다시 가라고 하면 정말 별생각 없는 사람의 시각이 되어 있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다. Praça Tiradentes에서 촬영.








2 상파울루 │ São Paulo



상파울루에서는 살 때보다 놀러 갔을 때 찍은 사진이 더 많다. 막상 살 적에는 직장에 잡혀 있다 보니 돌아다닐 일이 별로 없었다. 여기도 정말 재미있는 도시이다. 다시 보내준다고 하면 흔쾌히 갈 수 있을 것 같은 도시. 상파울루 신호등 시리즈를 소개한다.



ⓒ 이성모. São Paulo

한국인 관광객의 상파울루 1호 방문지, 쎄(Sé) 성당 앞이다. 여기만 보고 브라질을 판단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은데 제발 그러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브라질은 상상보다 훨씬 거대하고 복잡한 나라인 만큼 볼 것도, 느낄 것도 많다.



ⓒ 이성모. São Paulo

브라질 독립공원 앞. 독립공원에는 역사박물관이 있다. 운영시간이 짧기 때문에 방문 시 오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공원 크기가 매우 크고 경사가 져 있어서 동네에서 스케이드보드 타는 브라질 청소년들의 집합 장소이기도 하다.



ⓒ 이성모. São Paulo

일본인 마을인지 동양인 마을인지 호칭으로 의견이 분분한 리베르다지(Liberdade) 지역 신호등. 신호등만 보면 본질은 일본 마을이다. 실제로 브라질로의 일본 이민은 100년이 훨씬 넘었다. 상파울루 도시 곳곳에서 고급 일식집을 찾을 수 있으며, 예약 손님만 받는 오마카세도 있다. 최근에 급증한 중국계 이민자로 인해 리베르다지 마을의 정체성이 조금씩 흐려지는 추세라고 한다.



ⓒ 이성모. São Paulo

상파울루 미술관 앞. 나중에 상파울루 살게 될 때는 미술관 바로 옆에 살았는데도 한 번도 다시 안 갔다. 바로 앞에 더 좋은 FIESP 전시랑 공연이 있었던 탓이라고 하자. 외국인 관광 코스 필수 방문 장소이다. 이름값은 하는데 별로 브라질스러운 느낌은 없다. 건물의 특이한 무게 지탱 방식 때문인지 건축 공부하는 친구들은 좋아했었다.



ⓒ 이성모. São Paulo

삐나꼬떼까(Pinacoteca)에 갔을 때 설치미술 작가들 전시가 많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는 진짜 미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그냥 재미있게 봤다. 그래서인지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 이성모. São Paulo

마지막은 상파울루 시립극장이다. 미리 신청하면 포르투갈어나 영어를 사용하는 가이드가 해 주는 극장 투어를 해볼 수 있다. 시에서 가장 오래된 몇몇 건물들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하에 어떤 건축 방식이 적용되어 통풍 구조가 특별하다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 이성모. São Paulo

상파울루에는 꾸리치바에 없는 지하철이 있다. 노란 선 넘지 말라는 말이다. 어느 지하철 역에서 촬영.







3 다른 지역 │Outras

ⓒ 이성모. Campinas

깜삐나스 공항의 센스 있는 문구. KISS AND GO! 비행기 타기 전의 입맞춤이 행운을 주는 의미인 것 같더라. 물론 나한테 키스해 줄 사람은 없었다.



ⓒ 이성모. Uberaba

브라질리아로 가는 버스를 탔다. 긴 여정 중 두 번째 휴식인 관계로 슬슬 다리가 불편해 주위를 돌아다니던 중 노란색 표지판이 눈에 띈다. '당신의 베스트 프렌드를 버리지 마세요' 라는 의미이다. 밑에는 동물 유기는 범죄라며 관련 법령에 관한 안내문이 적혀 있다. 한국에서 보고 배워야 할 점이다.



ⓒ 이성모. Araraquara

횡단보도 건너는 사람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표지판. 걸을 때 모습 약간 엉거주춤하게 그려놓은 것은 사실 브라질 사람들이 속으로는 성미가 급하다는 표시 아닐까 생각해본다. 땅이 커서 그런가 이 사람들 걷는 속도도 엄청 빠르다. 빨리 걷다 보니 상체가 앞으로 쏠린 것일까?



ⓒ 이성모. Lençóis

담배 피우지 마세요. 북동부 바이아(Bahia) 주 고원지대인 샤빠다 지아만치나(Chapada Diamantina)에서 만난 돌로 만든 표지판. 판매용인지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것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 이성모. Porto Ferreira

상파울루 주에는 도자기 굽는 도시가 있다. 컵 사러 갔었던 도시인데, 주로 만드는 것이 도기인지 자기인지는 모르겠다. 길거리에 도자기 조각이 많았던 것이 기억난다. 새끼돼지 통구이(Leitão)를 하는 식당이 동네 유명 식당이라고 해서 가봤던 기억이 있다.



ⓒ 이성모. Rio de Janeiro

히우에서 찍은 유일한 신호등. 가는 건 사람 모양인데 멈추는 건 손바닥이다. 잘 보면 손등 같이 생기기도 했지만 아마 손바닥이겠지. 시내 중심부 어딘가에서 찍었다.



ⓒ 이성모. Araraquara

아는 형님 댁에 놀러 갔을 때 복도에서 본 초대형 소화기. 표지판에 알기 쉽게 물(AGUA)이 들은 소화기라고 적혀 있다.



ⓒ 이성모. Araraquara

무덤에 한 발짝(Pé na cova) - 죽기 일보 직전이라는 뜻을 가진 브라질식 동네 펍.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밤새 얘기를 나누는 브라질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중간쯤부터는 글을 나눠서 써야 하나 심각한 고민을 했지만 결국 이어서 완성했다. 예전부터 꼭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는데 해냈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의미가 크다. 이런 식으로 쓰다 만 글들이 많은데 좀 더 힘내서 다 완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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