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 지는 지름길, 나 혼자 다 했다는 착각
나는 "내가 왜 이거까지 혼자 다 해야해?"라는 생각을 달고 살았다. 나도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와서 쌓여있는 설겆이를 보며 남편에게 왜 나는 일도 하고 집안일도 내가 하냐고 원망했고, 아이 밥을 먹이면서도 왜 맨날 나만 육아를 하지? 라고 생각했다. 이건 집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였다. 회사에서 처음 앱을 출시 했을때 나는 내가 혼자 기획했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속에서 즐거움과 뿌듯함도 있었지만 내심 이렇게 큰 일을 왜 내가 혼자 해야하지? 왜 나만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고민하고 고생 해야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것 같다. 하지만 이 생각은 너무 나도 위험한 결과를 가져왔다.
내가 혼자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과가 어땠던간에 결국 마지막에 힘써줬던 개발팀만 칭찬 받는것 같아 미움과 시기의 마음이 들었다. 앱에 문제점이나 개선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그것을 내가 혼자 했기 때문에 다 내 잘못이고 내 부족함이라고 느꼈다. 누군가 앱에 기능을 추가 하거나 수정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와도 나는 기쁘지 않았다. 기존에 내가 만들어 놓은 것이 잘못 되었었구나 하는 해석으로 갔기 때문이다. 누군가 전혀 앱에 관한 문제가 아닌 이슈를 이야기 해도, 혹시 내가 뭘 잘못 디자인 했나? 하는 자책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나는 결국 그렇게 일을 해내고도 전혀 즐겁거나 기쁘지 않았다. 점점 이런일들이 쌓이자 더 이상은 내가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압박감과 중압감이 나를 눌렀다.
작은 회사였기에 내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일정 부분 내가 혼자 해야만 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 이 일들을 혼자 했는가? 라고 생각하면 절대 아니였다. 나의 디자인에 피드백을 준 동료 디자이너,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나가준 PM, 화면들을 동작하게 만들어준 개발팀, 나에게 월급을 준 회사, 그리고 내가 마음편히 일할수 있게 아이를 봐준 엄마 등등 나는 절대로 혼자서만 고생 하며 한 일이 아니였다. 나는 내가 이 일을 혼자 했다고 착각하면서 그 짐을 내가 다 안고 갔던 것이다.
무언가를 혼자 했다고 생각하면 오로지 나의 공이라고 생각하기에 더 뿌듯하다고 일시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완벽한 것이 거의 없고 실제로 혼자서 해 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왜 나 혼자서 해야해"라는 생각과 "내가 다 했어"라는 착각은 마음에 매우 큰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 잘 돌아보아라, 정말 지금 그 일을 혼자 하고 있는지, 그리고 도움을 청할 사람은 없는지. 자존심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금방 행복해 질 수 있다.
*이 글은 자이요가 명상 지도자 과정에서 배운것을 바탕으로 작성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