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만에 인재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소설가들은 어디 있나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주인 영감님은 아시겠네요?”
“글쎄요. 저도 잘…. 워낙 속을 알 수 없는 분이라….”
인재는 뭔가 이상하고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소설가들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아마, 모든 건 영래가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게 된 사실들이 전부 영래를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재는 조용한 민정의 눈치를 살폈다. 민정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조금 훌쩍이던 민정은 화장실로 향했고, 인재는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30분이 지났다. 화장실에 간 민정이 오지 않았다. 인재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화장실 앞으로 가 민정을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화장실 문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가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일이 점점 더 이상하게 돌아간다. 게다가 민정이까지 사라졌다.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위기감이 들었다. 혼자 이 일을 해결할 수 없다고 느낀 인재는 마을 회관에서 유일하게 유선 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방송실로 향했다. 방송실 전화기를 들고 경찰에 전화하는데 갑자기 뒤통수에 충격이 느껴진다.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의식의 전원이 꺼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떠 보니 어딘가에 누워있었다. 돔 형태의 천장은 꽤 높았고, 지하실 냄새와 약품 냄새가 났다. 인재는 자신이 어떤 침대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고 겨우 목만 옆으로 돌릴 수 있을 정도였다. 처음엔 이게 꿈인가 싶었다. 꿈이라면 이 답답한 상태에서 얼른 벗어나면 좋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꿈이 아니라는 게 명확해졌다. 그리고 시야가 점점 넓어지니 옆에 누가 누워있는지도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얼굴. 오른쪽엔 동혁, 왼쪽엔 준수가 누워있었다.
동혁과 준수는 의외로 멀쩡했다. 어디가 아픈 것처럼 보이진 않았고 다친 데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뭔가 행복한 꿈을 꾸며 잠든 것처럼 보였다. 가끔 움찔거릴 때면 지금이라도 당장 깨어날 것만 같았다. 인재는 동혁과 준수를 부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이 막힌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한참을 낑낑대다 포기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니 인재는 차라리 저들처럼 잠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송실에서 경찰에게 전화를 걸다 쓰러진 게 기억났다. 그 이전에 민정이 사라졌고. 알약의 비밀에 대해 전해 들었다. 그래. 알약. 아마 동혁과 준수는 그 알약을 먹고 잠들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의 진도가 나갔는데,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났다. 인재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 온다. 아마, 그놈이겠지. 그놈이 다가왔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