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남자

by 서효봉

할아버지였다. 민정이 눈을 뜨니 할아버지가 민정을 걱정스럽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앗! 할아버지! 여기, 어디예요?”

“어디긴. 집이지.”

“집이요?”

“그래. 집.”

“어? 저 소설가의 마을에 있었는데 언제?”

“마을에 쓰러져 있던 널 데려왔어.”

“저 혼자 있었어요?”

“그래. 몸은 좀 어떠니?”

“괜찮아요.”

“너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한 줄 아니?”

“할아버지…. 근데….”

“그래, 왜?”

“아…. 아니에요.”

“민정아”

“네?”

“엄마 보고 싶지 않니?”

“보고 싶어요.”

“그래, 아빠는?”

“보고…. 싶어요….”

“그래….”

“왜요?”

“아니다…. 그냥….”

“…….”

“민정아, 아직도 소설 쓰고 싶어?”

“네, 물론이죠.”

“그래, 꼭 훌륭한 소설가가 되어라.”

“네! 꼭 할아버지처럼 멋진 소설가가 될게요.”

“…….”


그놈이었다. 예상했던 그 얼굴. 다만 주름진 그 얼굴의 눈빛은 뭔가 달라 보였다.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독기가 느껴졌다.


“한 명 더 늘었군…. 젊은 놈이라 꽤 많이 나오겠는데?”


인재는 그 젊은 놈이 자신이란 걸 직감했다. 살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잠든 것처럼 크게 숨을 쉬었다. 그놈은 인재의 링거액이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지 확인하고는 바로 옆에 누워있는 동혁의 침대로 돌아섰다. 인재는 용기 내어 실눈을 떴다. 그놈의 등이 보인다. 한 손에 커다란 주사기를 들고 있다.


‘아니, 대체 뭘 하려는 거지? 피라도 뽑는 거야?’


그놈은 대형 주사기를 동혁의 어딘가에 꽂더니 빨아내기 시작했다. 주사기에는 하얀 빛깔의 투명한 액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동혁은 뭔가 행복한 꿈을 꾸는지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동혁에게서 뭔가 뽑아낸 그놈은 준수에게서도 똑같이 그 하얀 빛깔의 투명 액체를 뽑아냈다. 그리곤 그 액체를 전등 빛에 이리저리 비춰보며 즐기는 듯했다. 잠시 후 갑자기 들고 있던 주사기를 떨어뜨렸다.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이상했다. 두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른다. 뒤이어 손톱으로 자신의 몸을 막 할퀸다. 인재는 그 광경을 보고는 전율했다. 누가 봐도 미친 사람이다.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정신병자 아닌가? 기괴하게 자해하던 그놈은 5분 정도 땅바닥을 굴러다니다 갑자기 멈췄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어나 옷을 털며 중얼거렸다.


“재수 없는 놈. 그만 좀 까불어! 진짜, 확 보내버린다?”


누구한테 하는 이야기일까? 그렇게 혼자서 중얼대던 그놈은 바닥에 떨어진 주사기를 집어 들었다. 주사기 속 액체를 유리병에 밀어 넣더니 씨익 하고 웃는다. 방금까지 목 조르며 굴러다니던 놈이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 엔진 돌리러 가야겠구만.”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소리가 확실히 사라지고, 인재는 천천히 눈을 떴다. 둥근 천장이 보인다. 잠시 후,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놈의 얼굴이 나타났다.


<다음 편에 계속>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7화지하 벙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