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이 이야기 엔진 입구에서 이야기하는 동안 마을에 또 한 사람이 도착했다. 백발노인은 청년 한 명과 함께 마을에 들어서더니 그 청년의 안내에 따라 지하 벙커로 이동했다. 문이 열리고 6명의 소설가 앞에 등장한 양 교수는 함께 온 선재에게 손짓했다. 선재는 소설가들에게 종이를 한 장씩 나눠줬는데 그 종이에는 동의서라고 적혀 있었다.
“아, 친애하는 소설가님들. 여러분이 소설의 세계로 가시려면 앞으로 제 말을 무조건, 믿으셔야 합니다.”
인재는 다른 소설가들에게 양 교수를 소개했고, 이야기 엔진을 돌리는 데 필요한 연료를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동혁은 동의서를 보더니 떨떠름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이거 무슨 장기 기증하는 것 같은 분위긴데 괜찮은 걸까?”
희경과 루키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큰 걸 돌리는데 필요한 게 석유나 우라늄이 아니고, 우리 뇌에 있는 액체라고?”
“인재 씨, 나 의료보험도 안 되는 외국인인데 괜찮을까요?”
동요한 소설가들 앞에 민정이 나와 꾸벅 인사하며 말했다.
“여러분, 이번 한 번만 부탁할게요. 할아버지 그리고 우리 아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부탁이에요.”
민정의 애절한 부탁에 다들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긴 침묵을 깨고 준수가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도 소설가인데, 소설의 세계에 한 번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난 동의.”
준수의 말에 용기를 얻은 다른 소설가들도 동의했고, 마지막으로 인재가 외쳤다.
“저는 뭐, 당연히 동의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것도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그렇게 다들 이야기 엔진의 연료를 모으는 데 동의했다. 양 교수는 소설가들에게 수면제를 주고 잠들게 한 다음 뇌에서 엔진의 연료를 뽑아냈다. 몇 시간 뒤, 소설가들은 깨어났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양 교수의 말에 다들 이야기 엔진 앞으로 모였다. 인재가 양 교수에게 말했다.
“그런데, 교수님. 갈 때는 이렇게 가는데 올 땐 어떻게 하죠?”
“그래,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려던 참일세. 올 때는 이야기 엔진을 쓸 수가 없네.”
“네? 그럼 어떻게 돌아오죠?”
“알아서 잘 돌아와야지.”
“헐.”
다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민정이 재빨리 양 교수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나오셨죠? 그 방법을 알려주세요. 부탁이에요.”
“좋아. 한 번만 이야기할 테니 잘 기억해.”
“네, 네.”
“소설의 세계에서도 여기처럼 언제 어디서 문이 열릴지 아무도 모를 거야.”
“네, 그럼 어떻게?”
“소설의 세계에 숨어 있는 현자들을 찾아가.”
“현자들?”
“그래, 어떤 이야기에 어떤 현자가 있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그들은 자네들이 다른 세계로 가는 걸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야. 그 현자들을 찾는 것 말곤 방법이 없지.”
이야기를 끝낸 양 교수는 선재에게 손짓했고, 선재는 이야기 엔진에 연료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인재가 영래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처럼 방의 다른 한쪽 문에서 하얀색 빛이 새어 나왔다. 양 교수가 그 문을 열고 손짓했다. 6명의 소설가는 뭔가 홀린 것처럼 천천히 그 빛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하나둘씩 빛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