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서재로 돌아온 인재와 민정은 다른 소설가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전했다. 물론 다들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고, 동혁은 그 노인을 정신병원에 보내고 오지 그랬냐며 핀잔을 줬다. 그러나 그들은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직접 겪은 당사자들이었다. 알약을 먹고 잠에 취해 어딘가에 갇혀 있었고, 인재 덕분에 풀려나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늘 찜찜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왜였다. 왜 영래가 자신들을 마을에 모아 알약을 먹게 만들고 잠재워 가두기까지 했는지 알아야 했다. 그동안은 그 이유가 도무지 설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양 교수의 이야기를 믿으면 그 모든 게 그냥 설명되었다. 그게 아닌 게 아니라 그런 것이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하실에 남겨진 영래의 영상 편지와 양 교수의 이야기가 너무 잘 맞아떨어지니 부정하기 힘들었다. 인재와 민정, 동혁, 준수, 희경, 루키는 오랜 시간 응접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결국 그 모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함께 힘을 모아 보기로, 결정했다. 설령 그게 사실이 아니라 해도 민정을 위해서 다들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가 소설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찾기 위해 결의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응접실에서 동혁이 말했다.
“그런데 인재 씨, 그 이야기 엔진이라는 건 어떻게 구하지?”
“아, 이야기 엔진을 만드는 건 저희 힘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아요.”
“왜?”
“엔진 설계도가 너무 복잡하고, 그걸 만드는 데 시간과 돈이 엄청나게 든다고 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준수가 물었다.
“그럼,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가?”
“아뇨, 어제 양 교수님 이야기로는 마을에 남아 있는 이야기 엔진을 활용하면 가능할 거라고 했어요.”
커피를 홀짝이던 희경이 말했다.
“마을? 거긴 완전히 불타버렸는데, 그게 남아 있을까?”
“그래서 오늘 가 보려고요. 다 같이 가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6명의 소설가는 폐허가 된 소설가의 마을로 향했다. 한 달이나 지났지만, 마을은 여전히 그날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타다 만 집들이 위태롭게 서 있었고, 제대로 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인재는 기억을 떠올려 지하 벙커로 이어지는 문을 찾았고, 우선 혼자 지하로 내려가 보았다. 나머지 소설가들은 인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쯤 뒤 인재가 돌아와 말했다.
“엔진은 멀쩡한 거 같아요. 근데 가는 길이 좀 위험하니 조심하세요.”
다 함께 인재를 따라 지하 벙커로 들어갔다. 내부는 그날의 화재로 인해 검게 그을려 있었지만, 워낙 튼튼하게 지은 콘크리트 벙커라 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만 너무 어두웠기에 손전등만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게 쉽지 않았다. 어렵게 도착한 이야기 엔진 입구에서 동혁이 비상동력장치를 찾았다. 지하 벙커 내부의 전등이 켜지고, 커다란 이야기 엔진이 통유리 너머로 보였다. 엔진을 보고 놀란 루키가 말했다.
“우와! 엄청나네요. 무슨 우주선 발사대 같군요.”
희경도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모습에 놀라더니 인재에게 물었다.
“근데, 인재 씨 이걸 어떻게 작동시키죠?”
“아, 그게 말이죠…. 좀 곤란한 게 필요해요.”
“곤란한 거?”
“네, 양 교수님 말로는 여러분들의 상상력을 모아야 작동이 된다고….”
“상상력?”
옆에서 듣던 동혁이 피식 웃으며 인재에게 말했다.
“이거 무슨 동화야? 갑자기 상상력이라니? 상상만 하면 된다는 거?”
“그러니까, 뇌에서 상상력을 담당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쪼금 뽑아서…. 하하….”
준수가 놀라며 되물었다.
“네? 뇌에서 뭘 뽑는다고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