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리바 Jun 03. 2022

가공되지 않은 생각

선도 보고 연애를 하겠답시고 소개팅도 했던 요즘의 나날들에 느끼는 단상.

'반박 시 님 말이 맞음' 최근에 이와 같은 글은 당장의 본인에게 좋을 진 몰라도 좋은 토론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칼럼을 읽었기에 이 말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오늘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 폭력적으로 와닿을 수 있다고 여겨서, 나 또한 내가 경험한 일에 대해 가공되지 않은 나의 생각을 글로 적어보기 위함으로써.


/선도 보고 연애를 하겠답시고 소개팅도 했던 요즘의 나날들에 느끼는 단상./


어디에 말하긴 낯부끄럽기에 그렇다고 안 말하기에는 속도 답답해서 브런치에 기록을 해본다. 훗날 나의 이런 생각들이 양분이 될 수도 있으니깐.


최근에 강하게 드는 생각은, 과거에 선이나 중매라는 제도가 누군가에겐 좋은 제도고, 누군가에겐 인생을 조진 제도였단 걸 확실하게 느낀다. 단지 적령기라는 이유로 인해서 간단한 조건에 부합하면 쉽사리 결혼이 이루어졌고 이후 꾸려질 가정에 대한 이해나 책임 없이 살아온 어른들이 참 많다는 걸 느낀다.

(내가 '결혼 적령기'라는 나이에 들어서니 그런 상황들은 너무 자주 목격된다. 아무래도 미래에 가정을 꾸리기 위해 많은 데이터를 모으기 위함이..라는...)


까놓고 말하면 자격이 안된 어른들이 보다 낮은 조건의 수용으로 결혼이 이뤄졌고 그게 나는 시대적인 혜택이라고 여긴다. 과거의 시대는 지금처럼 개인의 잣대가 높지 않았다는 뜻이다. 어른들의 그런 경험들은 결혼을 엄청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이전 시대와는 다르게 사람이 지닌 기본적인 수준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서 바라는 수준이 높아졌으니 결혼은 예전만큼 간단한 조건을 통해 이뤄지는 쉬운 허들이 절대 아니다. 


게다가 최근에 드라마 파친코를 보면서 입하나 덜려는 이유로 딸을 보낸다던가 금쪽이를 보며 어렸을 적 가정환경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서였을까. 더더욱 나의 이런 생각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최근에 선도 봤고 연애도 하겠답시고 소개팅도 했다가 대체 내면의 자격이 되지도 않고 덜렁 결혼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나온, 연애하고자 하는 (물론 연애는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만 나이가 있는지라.) 마음으로 나온 사람들을 마주하고 혀를 찼다. 물론 사회적으로 좋은 직장, 재산을 이루었을지 모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 사람이 지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실망스럽다는 마음이 가득 찬다.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니 어른들은 당연하게 결혼을 하라고 부추긴다. 그런 어른들에게 '결혼하면 뭐가 좋아요?'라고 질문하면 이내 눈을 시선을 돌리면서 '혼자 늙으면 처량하잖아. 너 아플 때 챙겨줄 사람은 결국...' 이런 이야기들이 들린다.

그 이야기를 듣고 더 말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기에 '네. 그렇죠. 혼자 늙어 죽은 귀신도 그렇게 무섭다던데 하하 호호' 받아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그렇게 걱정하는 어른들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신감..? 내가 불행할 때 곁에 있어줄 보험 같은 누군가를 위해서 결혼? 자녀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은데, 남편 때문에 고생하는 거 같던데, 둘이어도 결국 다른 객체기 때문에 외로움은 스스로의 몫 아닌가?라는 생각이 뒤따른다.


결국 처량하지 않기 위해, 내가 약할 때 내 곁을 지켜 줄 사람이기에라는 말들은 내게 결혼의 장점으로 크게 와닿지 않는다. 엄마는 내게 혼자 사는 건 불행하다며 끊임없이 예시로 든 인물이 '박근혜 전 대통령' 최근에는 '고 강수연 배우'이다.


부모님은 나이만 먹는 내게 자꾸 걱정과 겁을 주지만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나이가 찼다고 급급하게 이상한 남자와 결혼할 바엔 혼자 사는 게 났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요즘 선도 소개팅도 겪어보고 들어 보니 그런 생각이 너무나 심각하게 든다)

사실 지금보다 조금 어렸을 땐 그 사람이 가진 것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이후에 사람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진 것보다 그 사람의 가치에 더 큰 무게를 두고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번에 내가 소개팅과 선을 보면서도 사람을 더 크게 바라보자는 생각으로 임했으니깐.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인간적인 매력을 지니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걸 몸소 느꼈다. (그렇다고 조건을 또 안 보는 건 아니겠지. 나 또한 속물이니, 마음 같아선 나도 조건을 보고 싶지 않다. 사람만 보고 싶다. 제발)





결혼 나이가 됐다며 결혼 순번을 뽑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번호표 뽑기 전에 객관적으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마음으로 결혼에 배우자의 삶에 임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대기했으면 좋겠다.

이상한 애들은 제발 스스로가 알아서 자중하고 결혼(연애는 까지는 막을 수 없다) 안 할 생각 해야 하는데 어디서 굴러먹던 새끼들이 기웃거리면서 자기 인생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면서 뻔히 남의 인생 종 치게 만들려고 결혼한다고 설치는 게 화난다.

본인이 스스로를 따져보고, 스스로 따져보기보다 주변 평판도 좀 들어보고 자격이 안 되는 거 같으면 외면보다는 내면을 채웠으면 좋겠는데 무작정 번호표만 뽑고 대기하는 꼴은 누구 인생 망치려는 건지.

제발 좋은 사람들을 존중해 줘. 나대지 말고. 숨죽여 살아 제발. 니들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 뭐 한다고 같이 더불어 살려고 하니...


난 결혼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결혼의 전제에는 사랑이 있어야겠지. 사랑은 여러모로 대단한 감정이다. 그리고 남녀가 화합을 이루며 사는 건 창조주의 입장에서 원하는 바 이기에 그걸 부정하고 싶진 않다. 허나 쉽지 않다. 결혼은 안 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내 주변엔 통계와는 다르게 반비례를 이루는 현상이 보인다. 결혼뿐만이 아니라 출산율까지. 대한민국에 결혼과 출산은 내 주변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듯 보인다. 그래서 부쩍 우울해지는 마음이 들어차기도 한다.


나 혼자서 도태되는 기분이 크게 들어서 미혼인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볼까 진지하게 생각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 때 보면 나는 결혼 반려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무언가를 같이 할 수 있는 동반자가 필요한 것 같다 (성별에 상관없이)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도 처량하지 않다 함을 증명하기 위해ㅋㅋㅋㅋ 쓀데없는 반골기질로. 



결혼은 두 사람만 함께 하는 게 아니라 현실이라며 기혼자들은 현실에 대한 고충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이 시점에서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관계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