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 잘하는 사람이 좋다. 그걸 어떻게 느끼게 되었냐면, 모두가 성격이 개차반인 사람이라며 혀를 내둘렀는데 나 혼자서 그 사람이 하는 업무가 너무 말끔하고,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나와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피드백을 주면 상대에서도 피드백이 오는데, 우리가 오고 가는 피드백이 다소 격양되어 있을지언정 나는 말이 잘 통한다 여겼다. 게다가 나는 얼굴이 별로여도 일을 잘하면 사랑에 빠질 정도다.
그래서 최근에 나는 '일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내가 일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할 땐 나 또한 신뢰를 주는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어야 함을 안다. 결과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 일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주변인들은 그런 나를 신뢰한다. 그런 신뢰를 알기 때문에 일만 바라보지 않고 전체적인 그림으로 일을 바라보려 애쓴다. 아무래도 주변의 신뢰와 지지가 나의 동력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일을 하면 4 분류로 나뉜다. 일을 잘하는 사람, 일만 하는 사람(과정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 일을 못하는 사람, 일을 열심히는 하는데 서투른 사람.
회사에 사업 때문에 임원으로 오신 분이 계신데, 약간 그분에 대한 판단이 점점 '일을 열심히 하지만,,, 서투르시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를테면 코로나로 인해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는데 다 먹고 플라스틱 용기를 내게 보이며 '이거 (분리수거) 어떻게 해야 해요?'라거나 '이거 플라스틱에 넣어야죠?'라던가.
처음 한 번은 그러려니 하고 '쓰레기통 위에 글자 쓰여있는 대로 넣으시면 돼요'라고 답했는데 그다음에도 물으니 '내가 당연하게 모두가 분리수거를 안다고 여겼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정말 열심히 하신다. 정말 너무 열심히, 6시까지 시간을 꽉 채워서 하신다. 하지만 우리 회사 사람들은 모두 안다. 업무가 많다한들 결재과정이 길기에 하루에 9시부터 6시까지 일을 꽉 채워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건, 4시 30분 정도부터 전화통화와 인쇄로 바쁘게 돌아가는 그의 업무 스타일이었다. 그러니깐 9시부터 4시 30분까지 어떤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업무는 막바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에 열심히의 모습을 시전하고 계시는구나, 생각했다.
퇴근 6시면 어김없이 나서는데 어떤 날은 본인의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해서 빨리 가봐야 한다고 나섰다. 순간 내가 엄마가 된..줄, 만약 일 잘러였다면... 기다려줬을 것 같다. 그러나 업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파악이 된 후였고 내 마음에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기에 얼른 퇴근했다.
어른세대의 스타일이어서 그런지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과 보내는 것도 조금 남다르시고 컴퓨터로 작성을 하는 것보다 필기를 하고 스캔해서 메일을 보내는 그런 모습을 하나씩 알아가니 약간 어질어질했다. 전화 같은 경우도 여러 사람 거쳐서 하는 것을 선호하시는지 몇 번을 나에게 전화를 걸어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는데 나도 내 업무가 있고 그분의 업무를 내가 대신해 줄 파트도 아니어서 직접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열심히는 하는데 서툴고 눈치를 봐가며 일하는 사람. 물론 일이야 하겠지만 회사를 다니며 내가 어떤 방법으로 회사생활을 해야 하는지 여러 상사들을 바라보는데, 그 사람처럼은 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우리 회사에 날티나게 팅가팅가 놀며 월급루팡을 해대는 상사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뒤에서 안주거리로 욕이라도 하면 시원하지만, 분명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데 서투른 사람은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지, 가끔은 그분을 보면 답답하게 여겨진다. 그렇다고 내가 다 해주기엔 나한테 똥이 돌려질까 나도 노이즈캔슬링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난 그저 일 잘하는 사람이 좋다. 일 잘하는 사람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