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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원 Jun 08. 2018

성장을 이끄는, 절차보다 경험 중시의 고객 응대

성장 핵심 비결 중 하나

※ 현재 저는 삼분의일에 몸담고 있지 않습니다. 아래 내용은 삼분의일 초기 때, 제가 주장했던 '일하는 방식'과 결과물 등 정리한 것입니다. 현시점에서는 아래와 같이 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삼분의일의 핵심 성장지표는 매출이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회사들처럼 매출을 주요 성장지표로 삼는다면, 삼분의일은 단 한번 뒷걸음 없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10개월 동안 판매량(≒매출) 변화


성장 비결을 하나 꼽는다면 '고객'이다. 삼분의일의 초기 고객 대다수는 구매자의 지인, 그 지인의 또 다른 지인이었다. 비록 구매는 하지 않았지만 체험관을 방문한 미구매자들은 주변에 우리를 소개했고, 소개받은 이들은 제품을 구매했다. 


브랜드 가치에 따라 최대한 '섬세하게' 고객을 응대하고, 삼분의일 제품과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경험한 분들은 우리를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린다. 입소문과 지인 추천의 힘은 매우 크고, 그 힘 덕에 삼분의일은 계속 성장한다.


이런 고객 중심의 성장 흐름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조금씩 성과를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흐름을 만들 생각을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지난 브런치 글에서 짧게 언급했듯) 제품 출시 초기에 잘못된 응대로 고객과 관계를 여러 번 망쳤고 반성의 결과가 현재의 모습이다. 


잘못된 응대의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잘 만든 고객 응대 매뉴얼 때문이었다. 




첫 고객 응대 매뉴얼의 허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삼분의일의 첫 고객 응대 매뉴얼의 목차다. 


1. 고객 응대 채널
2. 예상 답변
3. 상황에 따른 응대 및 대처 방법
    3-1. 일반적인 응대
    3-2. 불만사항 대처
    3-3. 예상치 못한 문의 대처
4. 톤 앤 매너
    4-1. 말투
    4-2. 해서는 안될 말
    4-3. 친절한 말투를 위해 유념해야 할 것들
5. 이메일 응대
6. 후속 조치
부록. FAQ


이 응대 매뉴얼은 기획 단계부터 수십 페이지 분량을 예상하고 만들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예시로 분류하고, 말투는 어말어미를 어떤 식으로 사용하면 좋을지까지 고려했다. 초기부터 함께했든 새로 합류했든 읽기만 하면 능숙하게 고객 응대가 가능하고, 업데이트될수록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초기에 이 매뉴얼은 유용했다. 배송이 늦어 화가 난 고객이 있으면 절차에 따라 알맞은 사과와 보상을 제시했다. 이건 어느 정도 먹히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과도한 사과와 보상을 줘야 격양된 감정이 가라앉는 고객이 등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응대 매뉴얼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이런 체계적인 절차를 제시하는 매뉴얼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든 수습할 방법은 제시했다. 그러나 너무 체계적인 절차로 인해 문제의 수습을 넘어서 고객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매뉴얼을 파기하고,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기로 했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 알기


우리는 인터뷰를 통해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를 낸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공손히 여쭈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이 정말 맞는지 하나하나 확인했다.


예를 들어 배송이 늦다며 화를 낸 고객은, 아이러니하게도 늦는 것 때문에 화내는 것이 아니었다. 고객은 배송이 늦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 먼저 궁금해했고, 이유가 있다면 왜 미리 알려 주지 않았는지에 화를 내는 것이었다. 반대로 이유가 없는데 늦는 경우에는 사과와 보상을 바랐다.


그래서 배송이 늦을 것 같은 고객, 덩달아 요청 사항을 반영하지 못할 것 같을 때, 조금 길더라도 사정을 자세히 알릴 수 있는 문자를 하나하나 보냈다. 


실제 문자 화면 캡쳐


반응은 놀라웠다.


위 첨부한 이미지처럼 고객들은 우리의 사정을 이해하고, 때로는 칭찬과 격려를 보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아무런 불만 전화가 없었다. 문자에 답을 안 하신 분들도 삼분의일 상황을 너그럽게 이해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이후 고객을 최대한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고객이 원하는 것과 불만이 무엇인지 하나씩 알아갔다.




기본. 배움과 실무에 적용하기


우리는 고객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동시에 2가지를 배웠다. (배움의 가짓수는 훨씬 많으나, 가장 큰 배움 2개를 소개한다)


1. 고객 응대는 궂은일이 아니라 브랜드의 최전선에서 고객 감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문자, 인터뷰, 온·오프라인 상담 등 모든 곳에서 우리가 보여준 행동과 말이 브랜드 경험이다. 고객은 그 경험으로 우리를 인식하고 평가한다. 그래서 나는 사소한 것도 브랜드 가치에 입각해 응대하고, 평소 전달하는 브랜드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삼분의일에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하게 여긴 고객들 다수가 응대에서 좋은 경험을 겪은 후, 삼분의일 브랜드를 사랑해주며 주변에 적극 소개했다. 자연스럽게 회사의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2. 구성원의 동기부여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내가 삼분의일 공동창업자 혹은 브랜드 담당자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앞서 예를 든 것 같이 열성적으로 하나하나 문자를 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회사의 정해진 특정 절차에 따라 대응하는 것을 더 선호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앞으로 합류한 모든 구성원에게 절차를 강조하기보다는 고객을 만족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강조하고,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실행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공유: 이해하면 사랑할 수 있다는 말처럼, 모든 구성원이 삼분의일 제품과 브랜드를 이해함으로써 사랑하게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그동안 쌓인 모든 정보를 공유했다. 특히 제품 개발 과정은 상세하게 전달했는데, 한 동료에게는 하루 몇 시간씩 약 3주에 걸쳐 방대한 내용(관련해서 '요약'한 문서만 A4 20페이지)을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제품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구성원도 공동창업자들처럼 제품을 잘 이해하게 됐다.


권한: 과한 억압과 규율은 심리적 위축을 가져오므로, 다른 구성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재량에 따라 고객 응대할 수 있게 했다. 만약 혼자 결정하기 힘든 수준의 쟁점이 발생할 경우, 부담 없이 나나 전주훈 대표를 붙잡고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음가짐(≒마인드셋):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마음껏 재량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렇다고 규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브랜드 가치에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했다. (우리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 브런치 글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구성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명문화하며 강제로 따르게 하기보다는 구두로 때때로 일러주며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도하도록 했다. 


이와 같이 우리는 계속 일했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절차를 철저하게 쌓인 배움을 바탕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앞서 예로 보여준 것 같이 배송이 늦을 것 같으면 문자 등으로 미리 안내하는 것부터 시작해, '고객이 지금 이 시기면 이것을 궁금해할 것이다' 알게 된 것들을 고객이 묻기 전에 우리가 한발 앞서서 관련 내용을 정리해 알렸다. (브랜드 가치 중 하나인 '섬세함'을 고객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심화. 오프라인에도 적용하기


채팅, 이메일, 전화로 들어온 문의는 문의 시점과 유형 등을 파악하고 이를 데이터화(化)하여 배움을 정리하고 숙지하기 용이하다. 또한 얼굴을 마주하지 않기 때문에 돌발 질문이 들어와도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있다.


그런데 오프라인 응대는 좀 다르다. 고객과 얼굴을 맞대기 때문에 사소한 말과 행동이 브랜드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을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의 전문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 가치 중 하나가 '전문적인'이기 때문이다)


매트리스는 제품 특성상 체험을 원하는 고객이 매우 많다. 그래서 사무실 한편에 매트리스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을 마련하고, 아래와 같이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체험관은 매주 100팀 이상 방문하는데, 방문한 분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준비해도 100팀 모두 다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동일한 수준의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응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만이라도 통일하기로 했다. 


1. 메모하게 만든다

고객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알면 도움될 만한 정보들을 알린다. 고객 입장에서 처음 듣는 정보라도 메모할 정도로 유용한 정보라면 쉽게 우리의 말에 귀 기울이기에,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유도할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정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삼분의일은 새로 합류한 구성원이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꽤 많다.)


2. 험담하거나 영업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객이 물어보는 것이 무엇이든지 답변한다. 이따금 고객은 다른 브랜드 제품을 물어보기도 한다. 그럴 때는 타제품에 대해 험담하기보다는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전달한다. (타 체험관 방문 경험담을 듣고 충격받았다. 영업 사원들은 타 브랜드 제품을 험담하며 자신들의 제품의 가치를 높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객도 객관적으로 우리 제품을 평가하고 본인에게 더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우리는 영업보다는 고객의 올바른 선택을 돕는다. 


꾸미기 전 체험관. 탁 트인 공유 오피스 한가운데 매트리스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현재의 체험관 모습

3. 제품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트리스라는 제품은 독립된 공간에서 홀로 혹은 가족과 함께 마음 편히 엎드리고 뒹굴며 사용하는 제품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매트리스 체험 공간(=매장)은 활짝 트인 공간에 매트리스가 놓여 있고, 영업 사원이 졸졸 따라다니거나 무심하게 멀리서 쳐다본다. 고객은 매트리스 '체험'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구매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제대로 알 수 없다.


우리는 고객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집에서 사용할 때는 이렇다'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체험관을 최대한 꾸몄다. 공유 오피스라 불가능하다고 외치기보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독립된 공간으로 만들고, 집처럼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조명과 아로마, 음악 등을 준비했다. 


그리고 고객이 방문하면 제품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최우선 한다. 앞서 언급한 '메모하게 만든다'와 같은 설명은 체험 후 하는 것이다. 우선 제품부터 잘 체험해야 고객이 제품을 더 잘 평가하고, 보다 속 깊은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와 고객 후기 모음


스타트업 성장 필수 요소는 제품, 브랜드, 기준, 배움 등이다. 가장 기본은 제품이며 양품이 아니라면 성장은 요원한 일이다. 브랜드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떤 마음으로 일할지 정의한다. 또한 차별점을 '우리다움'으로 올바르게 알리는 것도 브랜드다. 기준은 의사 결정을 내리고 업무 방식을 결정하는 지침으로 업무 효율을 높인다. 배움은 성장을 지속하는 원동력이다.


삼분의일은 제품 출시 후 고객에게 가장 많이 배웠기에, 지속적인 성장의 열쇠는 고객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고객이 긍정적인 경험을 할수록 성장할 것이라 확신했다. 이후 오직 고객 경험을 위해 기존 것을 버리고 절차와 마음가짐을 새로 만들어 정했다. 그 결과 삼분의일은 지금까지 잘 성장했고 앞으로도 더 성장하기 위해 다시 고객에게 배우고 고민할 것이다.


끝으로 체험관을 방문한 고객들의 소중한 후기를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1. 메모하게 만든다

2. 험담하거나 영업하지 않는다.

3. 제품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위에 언급했던 체험관 응대 마음가짐이 잘 느껴지는지 확인 바란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삼분의일입니다. "구매전 리얼체험" 엑설런트였습니다. 아들 둘 모두 만족스러워 하였고 아내에겐 매직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도 한 몫 더하였습니다.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 직선적인 질문들에 흔쾌히 웃으며 답변 주신게 감사했어요, 친절하고 이해가능하도록 자세히 설명해주신 부분에 신뢰가 생겨 체험 후 바로 퀸사이즈를 구매했습니다. 후에 프레임이나 베개가 출시되면 구매의향 있습니다


설명해주시는 분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제가 질문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훌륭히 답변해주셨습니다. 무조건 가보시고 누워 보셔야 압니다. 설명도 무조건 들어보셔야 압니다. 침대에 대해서 궁금했던 '그것이 알고싶다'를 모두 알 수 있습니다.


담당자 분은 솔담한 스타일에 커미션을 받지 않다보니 구매유도보다는 진정성과 정보전달 위주임. 소비자들의 무지함과 계량되지 않는 주관적인 편안함, 이미지메이킹 위주의 브랜드를 주력으로 하는 기존 기업들도 롱런하고 싶다면 영업이익 그만 빨아먹고 지금이라도 가성비를 높혀 매출과 점유율을 가져가야 할것임.


경쟁사(?)에 대한 질문에서도 솔직함이 느껴지는 답변이 참 좋았고,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라든가, 하시는 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방문이었습니다. 기존에는 후보군 중의 한 매트리스였다면, 다녀와서는 "꼭 이걸 사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업하려고 하는거면 거부감이 들었을텐데 전혀 그런것없어서 좋았어요. 친절한 설명 덕분에 메트리스 자체에 대한 공부도 되었네요. 아직 사이즈에 대한 결정을 못해 구매를 못한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매트리스 체험관 여러군데를 가보고 삼분의일을 가봤는데 어느 곳에서 들었던 설명보다 제일 객관적이고 구체적이고 전문적이었어요. 설명도 조언도 딱 들어도 개발직원분이 해주시는 조언이고ㅋㅋ 솔직한 조언을 해주셔서 너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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