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하와 가격 인상이 가져오는 결과는? 다이소의 저가격 전략의 핵심은
'가격전략, 싸게 팔면 더 많이 팔릴까? 가격 전략의 핵심'의 글은 도서 <마케팅의 정석> 내용을 참고하여 구성하였습니다. 교보문고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으며, 인터뷰어 이러닝 사이트에서 저자 직강 강의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가격 인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실제 이커머스 기업들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가장 쉽게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할인입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전략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보는 것과 같이 원가 7,000원, 마진 3,000원의 상품을 8,000원으로 낮춰 판매하면, 한 제품에서 얻는 이익은 3,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어듭니다. 같은 총이익을 유지하려면 이전보다 세 배 더 많이 팔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가격 인하를 통한 판매량 확대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반대로 판매가격을 30% 인상하면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판매가격을 높였기 때문에 총이익은 감소하지 않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가격 인상을 통한 브랜딩 활동도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는 소비자들의 반응 때문입니다. 선택지가 많고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상품은 가격을 조금만 내려도 금방 반응하지만, 브랜드 가치나 제품 차별성이 있는 경우엔 가격을 내려도 그만큼 판매량이 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할인 폭이 커질수록 남는 이익이 줄어들 뿐 아니라, 너무 자주 가격을 낮추면 '싸게 파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경쟁 업체와 계속해서 가격을 맞추거나 깎는다면 전체 시장이 끝없는 할인 경쟁에 빠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는 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대체 상품이 많다 보니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집니다. 일부 업체들이 쿠폰과 할인으로 단기간 주문을 늘리기도 하지만, 이런 전략은 오히려 마진을 줄이고 자금을 소진시켜 경영을 어렵게 합니다. 특히 소규모 쇼핑몰은 대형 플랫폼과 같은 수준으로 할인 경쟁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에, 차별화된 가치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고객을 유지하기 힘들어집니다. 또 지나친 가격 인하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브랜드 신뢰도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전략은 영업 부진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하고,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수익과 브랜드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전략을 설명하는 이론 중에 하나가 수요의 법칙입니다. 수요의 법칙이란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재화(제품, 서비스, 상품 등)의 가격이 하락하면 해당 재화의 수요량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은 감소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가격 이외에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와 신뢰, 다른 상품과의 비교, 구입 시점 같은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격을 조금 내렸다고 해서 바로 판매가 늘어나는 일은 드물고, 가격을 올렸다고 해서 항상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가격이 싸지면 사람들이 더 사려고 하는 건 당연합니다. 동네 빵집에서 오늘만 단팥빵을 50% 할인한다고 하면, 평소보다 두세 개 더 사 먹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한 달, 일 년 내내 이어질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사업에서 중요한 건 이렇게 반짝하는 일시적인 효과가 아니라, 꾸준하고 의미 있는 판매량의 증가입니다.
여기서 '가격 탄력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똑같은 높이에서 공을 떨어뜨렸을 때, 농구공은 잘 튀어 오르지만 볼링공은 거의 튀어 오르지 않죠? 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을 내렸을 때, 어떤 상품은 농구공처럼 판매량이 확 튀어 오르고(이걸 '탄력적'이라고 합니다), 어떤 상품은 볼링공처럼 거의 반응이 없습니다(이건 '비탄력적'이라고 합니다).
이 탄력성이 왜 중요할까요? 바로 우리 회사의 총수입, 즉 (가격 × 판매량)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제품이 볼링공처럼 비탄력적인데 가격을 50%나 내렸다고 해봅시다. 판매량이 몇 배로 늘지 않으면, 우리는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저가 전략의 함정 중 하나입니다.
가격 전략에서 가격 탄력성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어떤 상품들은 가격에 별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휘발유나 달걀, 소금처럼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휘발유 값이 조금 내렸다고 해서 매일 드라이브를 떠나지 않고, 달걀 값이 싸졌다고 갑자기 하루에 열 개씩 먹지도 않습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고, 마땅히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어려운 상품들입니다. 또는 담배 같은 중독성 있는 상품처럼 끊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에 덜 민감합니다.
반대로, 어떤 상품들은 가격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칠성사이다와 스프라이트는 맛이나 마시는 상황이 비슷해서 서로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스프라이트 가격이 100원이라도 비싸면, 사람들이 칠성사이다를 선택할 겁니다. 또는 금목걸이처럼 사치품들도 가격에 민감합니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다음에 사지 뭐" 하고 쉽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요가 탄력적이라고 표현합니다.
물론 가격의 민감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되기도 합니다. 당장은 어쩔 수 없이 쓰던 물건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대안을 찾거나 소비 습관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비탄력적이던 수요도 장기적으로는 탄력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단팥빵은 '먹을거리'라는 큰 범위에서 보면 수요는 비탄력적이지만, '우리 동네 A 빵집의 단팥빵'이라는 좁은 범위로 좁혀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옆집 B 빵집, 편의점 빵, 심지어 집에서 먹는 밥까지 수많은 대체재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 빵집의 단팥빵' 수요는 매우 탄력적이기도 합니다.
결국, 가격전략은 우리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필수품'인지, 아니면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인지를 파악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는 나머지, 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가격을 내리는 것이 성공하려면, 경제적인 조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가 보낸 '가격 인하'라는 신호가 소비자에게 무사히 도착해서, '오, 이거 정말 괜찮은데?'라고 해석되고, 마침내 지갑을 여는 행동으로까지 이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합니다. 수많은 장애물이 있고, '싸다'는 우리의 신호는 종종 무시되거나 엉뚱하게 해석되기도 합니다.
동네 작은 빵집이 빵값을 10% 내린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조차 모릅니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에 정보의 격차, 즉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는 곳이 아닙니다. 소비자들은 매일 수많은 광고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 소음을 뚫고 "우리 가게 할인해요!"라고 알리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돈과 노력이 듭니다. 이미 가격을 내려서 이익도 줄었는데, 마케팅 비용까지 써야 하는 셈이죠.
이 '정보 비대칭성'이라는 말은 원래 중고차 시장의 '레몬 문제'를 설명할 때 나왔습니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엉망인 차를 '레몬'이라고 하는데요, 판매자는 차의 문제를 알지만 구매자는 모르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는 이런 '레몬' 같은 저품질 차만 남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가격 인하의 경우엔 이 원리가 반대로 작용합니다. 사장님은 "우리 제품은 이 가격에 정말 좋은 품질이야!"라는 걸 알지만, 이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좋은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거죠. 좋은 물건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사람들은 가격을 볼 때, 그 숫자 자체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항상 마음속의 어떤 기준점과 비교해서 '비싸다' 또는 '싸다'를 느끼죠. 이 기준점을 '준거가격'이라고 부릅니다. 준거가격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내부 준거가격'으로, 내가 과거 경험을 통해 '이 정도 물건은 대충 이 정도 가격이지'라고 기억하는 가격입니다. 예를 들어, 늘 1,500원 하던 아이스크림이 1,000원에 팔리면 '싸다'라고 느끼는 거죠. 다른 하나는 '외부 준거가격'입니다. 매장에서 직접 보여주는 비교 가격이죠. 백화점에서 '정상가 100만 원'이라는 꼬리표 옆에 '할인가 70만 원'이라고 붙여놓는 게 바로 이겁니다. 소비자의 비교 기준을 판매자가 직접 만들어서 할인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입니다.
똑같은 사실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60%가 죽는 수술"이라고 하면 무섭지만, "40%가 사는 수술"이라고 하면 희망적으로 들리는 것처럼요.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용카드로 내시면 수수료 3%가 붙습니다"라고 하면 손해 보는 느낌이지만, "현금으로 내시면 3% 할인해 드립니다"라고 하면 이득 보는 느낌이 들죠.
가격은 모든 사람 모든 상황에서 동일하게 해석되지 않습니다. 제품의 품질 대비, 경쟁사 대비, 내가 낼 수 있는 돈 대비의 상황이 모두 만족되어야 '싸다'라고 인식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여러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지만 소비자는 비로소 지갑을 열 준비를 합니다.
정보가 부족할 때, 사람들은 가격을 통해 품질을 판단하곤 합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처럼,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비싼 건 품질이 좋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직접 써보기 전에는 품질을 알기 어려운 약이나, 변호사 같은 전문 서비스, 명품 같은 경우엔 비싼 가격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줍니다. 샤넬이나 롤렉스가 절대 할인을 하지 않는 이유는, 높은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최고의 품질과 희소성을 시장에 끊임없이 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떤 가게가 맨날 세일만 한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이제 할인된 가격을 '원래 가격'으로 생각하게 되고, 다시는 제값을 주고 사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할인하는 걸 보니, 제품에 무슨 문제가 있나?" 하고 품질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격을 내렸습니다'라는 신호는 생각보다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소비자들은 너무 바빠서 알아채지 못하고, 마음속 여러 기준과 비교하며 '별거 아니네'라고 판단하며, 최악의 경우 '품질이 나빠졌나 봐'라고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을 내리는 것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전략입니다. 우리가 할인으로 손님을 끌어모으기 시작하면, 곧바로 옆 가게에서도 “우리도 할인!”을 외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가격 경쟁은 탄력성의 원리를 무시한 채 시장 전체의 이익을 갉아먹는 ‘끝없는 싸움’으로 변해 버립니다.
최근 중국의 즉시배송 시장에서 이런 일이 그대로 벌어졌습니다. 2024~2025년 알리바바, 메이투안, 징둥닷컴 등은 1시간 내 배송 서비스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할인 쿠폰과 가격 인하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부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현금이 소모되고 이익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조차 전략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규제 당국이 “바닥을 향한 경주를 멈추라”며 지속 가능한 경쟁을 주문했고, 결국 주요 플랫폼들은 “무분별한 가격 경쟁을 자제하겠다”라고 약속했지만, 그 사이에 누적된 손실은 막대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죄수의 딜레마’와 비슷합니다. 모두가 가격을 유지하면 좋지만, 누구나 “나만 조금 더 싸게 팔면 이길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한 업체가 가격을 내리면 다른 업체도 따라 하게 되고, 결국 누구도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승자 없는 싸움이 되고 맙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무료 배송과 최저가 보상을 내세운 유통업체들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현금 여력이 큰 대기업은 버틸 수 있지만, 중소업체는 결국 수익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저가 전략은 혼자만 쓰는 비장의 수가 아니라 경쟁자들을 자극하는 선전포고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격을 내리면 경쟁사의 대응까지 감안해야 하고, 할인과 매출 증가 사이에는 시간 차가 있어 자금이 바닥날 위험도 있습니다. 결국 가격 전쟁은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는 바닥을 향한 경주가 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우리는 다이소를 보며 흔히 '어떻게 저 가격에 팔 수 있을까?'라는 감탄 섞인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이익을 거의 남기지 않는 박리다매'나 '품질을 약간 타협한 저가 정책'에서 찾으려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만을 보는 것입니다. 다이소가 대단하다고 평가받는 것은 '싸게 팔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었다는 데 있습니다.
진정한 저가 전략의 핵심은, 우리가 벌어야 할 마진을 희생하거나 품질을 낮추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경쟁자를 압도하는 공정과 구조를 만들어 원가 자체를 극단적으로 낮추는 것입니다.
다이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압도적인 주문량에서 나오는 '규모의 경제'입니다. 다이소는 전 세계 35개국, 3,600개가 넘는 협력업체에 한 번에 상상을 초월하는 물량을 주문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공장에서 컵 100개를 주문할 때와 다이소가 100만 개를 주문할 때, 컵 하나의 생산 단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납니다. 이것이 바로 규모의 경제가 가진 힘입니다.
이는 납품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제안입니다. 물론 개당 이익은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이소가 보장하는 엄청난 물량은 공장의 기계를 1년 내내 멈추지 않고 돌릴 수 있게 해 주고, 직원들의 월급과 임대료 같은 고정비를 해결해 줍니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생존을 담보하는 안정적인 동아줄이 되는 셈입니다. 결국 다이소는 이 거대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전통적인 유통 과정은 보통 '공장 → 총판 → 도매상 → 소매상'과 같이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그리고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중간 상인들의 이익, 즉 '유통 마진'이라는 거품이 가격에 더해집니다. 하지만 다이소는 이 복잡한 과정을 단숨에 뛰어넘습니다. 중간 상인을 모두 없애고 공장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여기에 '즉시 현금 결제'라는 강력한 무기가 더해집니다. 대부분의 거래가 수개월짜리 어음으로 이루어지는 시장에서, 물건을 받자마자 바로 현금으로 대금을 치러주는 다이소는 제조사 입장에서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자금 흐름에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죠. 제조사들은 안정적인 현금 확보를 위해 기꺼이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공급하게 됩니다. 이처럼 다이소는 유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불필요한 비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가격을 낮출 여력을 확보합니다.(물론 다이소도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위탁 판매(판매 후 대급 지급)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전체 품목 중 위탁 판매 비율은 극히 적은 수준입니다)
다이소의 매장 위치와 형태에도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먼저, 전국 1,600개가 넘는 촘촘한 매장 네트워크는 언제 어디서든 우리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 편리한 접근성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다이소 매장이 월 임대료가 가장 비싼 중심 상권(A급 상권)의 한복판보다는, 약간 벗어난 B급 상권에 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소매업의 가장 큰 고정비용인 임차료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최고의 자리를 약간 포기하는 대신, 절약한 비용을 고스란히 상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다이소는 작은 매장보다 한 번에 많은 물건을 진열하고 쇼핑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형 매장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는 저가 모델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개당 이익이 적은 사업 모델에서는 고객 한 명이 매장에 들어왔을 때 최대한 많은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넓은 공간에 수만 가지의 상품을 진열해 놓음으로써, 고객들이 계획에 없던 물건까지 바구니에 담게 만들어 객단가를 높이는 것입니다.
다이소의 진짜 무서움은 이 모든 시스템 위에 세워진, 가격 정책 그 자체에 있습니다. 바로 '500원, 1,000원, 2,000원, 5,000원' 등으로 딱 떨어지는 '균일가'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이 가격표 뒤에는,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핵심은 '역산형 가격 설계'입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 원가에 이익을 붙여 판매 가격을 정하는 '정산법'을 쓴다면, 다이소는 정반대의 길을 갑니다. 먼저 '1,000원에 팔겠다'는 목표 가격을 정해놓고, 그 가격에 맞추기 위해 원가, 디자인, 포장, 기능까지 모든 것을 역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플라스틱 컵이라도 불필요한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포장을 최소화해서 기어코 1,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이는 식이죠.
이 균일가 정책은 아주 재미있는 결과를 낳습니다.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책정하다 보니, 원가가 700원인 제품은 1,000원에 팔아 넉넉한 이익을 남길 수 있고, 원가가 2,500원인 제품은 3,000원에 팔아 적정 이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원가가 1,100원이라 어쩔 수 없이 1,000원에 팔아야 하는 손해 보는 듯한 상품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이 단순한 가격 체계가 오히려 이익을 높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귀신같이 이런 '가성비 끝판왕' 상품을 찾아내고, 해당 제품은 순식간에 품절 사태를 빚으며 다이소 쇼핑을 일종의 '보물찾기'로 만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전략은 운영 효율성과 소비자 심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습니다. 모든 상품의 가격이 몇 가지로 정해져 있으니 복잡하게 가격표를 붙이거나 할인 행사를 할 필요가 없어 인건비와 운영 비용이 크게 절감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990원 같은 애매한 가격보다 1,000원이라는 딱 떨어지는 가격이 오히려 신뢰감을 주고, 지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낮춰 '일단 바구니에 담고 보자'는 행동을 유도합니다.
가격은 단순히 제품에 붙는 숫자가 아니라, 시장과 고객을 향한 기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따라서 '싸게 팔아야 한다' 혹은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단편적인 접근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라는 전략적 무기를 뽑아 들 때는 우리 회사가 어떤 전쟁터에 서 있는지, 그리고 손에 든 무기가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가격을 내리는 것은 우리의 이익을 깎아 먹는 출혈처럼 보일 수 있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생존과 성장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시급한 재고 소진이 필요할 때입니다. 신선식품처럼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 출시로 구형이 되어버린 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0'에 수렴하게 됩니다. 이때의 가격 인하는 이익을 내기 위함이 아니라, 손실을 최소화하고 창고를 비워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입니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고자 할 때도 저가 전략은 효과적입니다. 낯선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신생 브랜드에게 가장 큰 장벽은 '무관심'입니다. 이때 파격적인 저가 정책은 소비자들이 "한번 써볼까?" 하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초대장 역할을 합니다. 초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다면, 초반의 손실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더 큰 그림을 위한 '미끼' 역할로서도 가격인하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프린터는 거의 원가에 가깝게 팔면서 비싼 잉크 카트리지로 꾸준한 수익을 내는 전략처럼, 특정 '미끼 상품'의 가격을 대폭 낮춰 고객을 유인할 수 있습니다. 일단 우리 가게나 웹사이트로 들어온 고객은 계획에 없던 다른 고수익 상품을 함께 구매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버텨야 할 때도 가격 인하를 활용합니다. 콜라, 라면, 생수처럼 수많은 대체재가 경쟁하는 시장에서는 제품의 맛이나 품질만으로 차별화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레드오션'에서는 가격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경쟁사가 가격을 내렸을 때 우리만 가만히 있는다면 순식간에 시장에서 잊힐 수 있습니다. 이때의 가격 인하는 공격이 아닌 생존을 위한 방어 전략인 것입니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비즈니스의 체력을 키우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가격을 높여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경우는 '프리미엄'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을 때입니다. 명품 시계나 최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낮은 가격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높은 가격 자체가 희소성과 품질,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는 강력한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가격이 주는 '이야기'와 '가치'를 소비합니다.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가졌을 때도 비싼 가격이 용인됩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엔디비아입니다. 엔디비아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훈련시키는 데 필수적인 GPU(그래픽 처리 장치) 시장의 약 80%를 장악한 기업인데요. 엔비디아(NVIDIA)의 2025년 영업이익률은 연간 기준 62.4%로 집계되었습니다. 2025 회계연도 2분기(5~7월 분기) 기준으로는 영업이익률이 약 56.5% 수준이며, 최근 분기별로도 50%를 상회하는 뛰어난 수익성을 유지 중입니다.
강력한 브랜드 팬덤을 구축했을 때도 가격 인상이 가능합니다.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가 가격을 인상한다고 해도 팬들은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주는 신뢰와 경험, 그리고 소속감을 함께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신뢰라는 자산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러한 명품 브랜드의 전략은 우리와는 거리가 먼, 닿기 어려운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성공은 이것이 우리도 충분히 시도하고 닿을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젠틀몬스터는 파격적인 공간 디자인과 아티스트와의 협업, 예측을 뛰어넘는 행보를 통해 '힙하고 트렌디한' 브랜드라는 강력한 정체성을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결국 가격 인하와 인상의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는 단순히 어떤 전술이 더 유리한가를 따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는 어떤 종류의 기업이 될 것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가격을 내리는 길은 필연적으로 효율성과 규모의 싸움으로 귀결됩니다. 이는 경쟁자보다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더 넓게 공급할 수 있는 운영의 대가가 되겠다는 선언입니다. 반면, 가격을 올리는 길은 차별성과 독창성의 싸움입니다. 이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기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브랜드 경험을 통해 고객에게 가격표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입니다.
따라서 가장 강력한 가격 전략은 역설적으로 고객이 가격을 잊게 만드는 것입니다. 제품의 성능이, 브랜드의 이야기가, 서비스의 경험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가격이 구매 결정의 후순위로 밀려나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모든 기업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이며, 가격 논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