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시대에 포토샵은 망할 것인가? 어도비의 생존전략은?

이미지 편집과 생성 시장의 비즈니스모델 분석, 존속적 혁신과 신시장 혁신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무섭습니다. 구글이 선보인 나노바바나(Nanobabana)부터는 일관성을 유지하며 원하는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그려내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것은 AI가 픽셀을 무작위로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내의 객체와 배경, 빛과 그림자,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이해하고 구현한다는 것을 의미인데요. 주목할 만한 점은 이미지의 '일관성 유지' 능력입니다. 한 번 생성된 캐릭터나 스타일을 여러 이미지에 걸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마치 전문 디자이너가 작업한 듯한 결과물을 AI가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포토샵은 망할 것인가? 어도비 비즈니스모델'은 도서 <AI 빅 웨이브, 기술을 넘어 전략으로>의 주요 내용을 참고하여 구성되었습니다. 도서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으며, 이러닝 서비스 인터뷰어에서 저자 직강 강의와 도서, 강의교안, 전용 GPTs 등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chapter 1. AI 시대, 어도비의 미래는?

기술의 경쟁의 단계를 바꾼다

기술은 경쟁의 단계를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에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이 선보인 나노바나나(Nanobabana, 공식 명칭 Gemini 2.5 Flash Image)를 들 수 있습니다. 나노바나나는 한 번 생성된 캐릭터의 얼굴, 의상, 스타일 등 핵심적인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배경을 바꾸거나 , 새로운 소품을 추가하고 다른 행동을 취하게 하는 등 정교한 제어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남녀 캐릭터를 생성한 후, 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남성에게 기타를 연주하게 하는 식의 연출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하나의 일관된 세계관 안에서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콘텐츠 제작’ 도구로의 진화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일관성 유지 기능은 미드저니(Midjourney)의 ‘캐릭터 레퍼런스(--cref)’ 기능 등 다른 AI 모델에서도 핵심적인 발전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사용자들은 여러 장의 이미지에 걸쳐 동일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스토리보드, 웹툰, 광고 캠페인 등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용자 경험 또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복잡하고 긴 프롬프트를 한 번에 입력하는 대신, AI와 대화를 나누듯 단계적으로 요소를 추가하며 이미지를 완성해 나가는 방식이 가능해졌습니다. 배경을 먼저 묘사하고, 인물을 추가한 뒤, 세부적인 디테일을 더하는 식의 상호작용은 사용자의 제어력을 극대화하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이처럼 AI가 ‘일관성’이라는 창작의 핵심 요소를 확보하면서, 그 활용 범위는 마케팅 비주얼 제작, 사진 복원, 콘셉트 아트, 영상 제작 등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기술은 기술의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시각적 자산을 일관성 있게 조작하고 확장하는 능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 어도비의 미래는?

이 지점에서 생성형 AI는 기존의 전문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 시장의 오랜 강자인 어도비(Adobe)의 핵심 영역을 위협하는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게 됩니다. AI가 단순한 아이디어 구상 도구를 넘어, 실제 콘텐츠 생산 단계까지 깊숙이 관여하게 되면서, 어도비가 수십 년간 구축해 온 전문가 중심의 창작 워크플로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미지 생성 AI 기술이 어도비 포토샵(Photoshop)과 같은 기존 이미지 편집 서비스를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의 핵심은 1) AI 기능 유지에 드는 막대한 비용 대비 수익화(ROI)가 불분명하고, 2) 캔바, 미드저니, 나노바나나(제미나이) 등의 AI 서비스들이 어도비의 핵심 시장을 잠식할 수 있고, 3) AI가 제공하는 무한한 창의성과 효율성이 포토샵과 같은 기존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견고한 어도비의 비즈니스모델

그런데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 시장의 오랜 강자인 어도비(Adobe)의 힘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단기적인 수익화 압박과 장기적인 생태계 지배력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라고 평가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도비가 AI라는 거대한 흐름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유는 어도비가 경쟁사의 AI 기술을 위협으로 방치한 것이 아니라, '파이어플라이(Firefly)'라는 이름으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자사 핵심 제품에 통합하면서 AI를 자사의 서비스에 녺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들은 AI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다른 서비스로 이탈할 필요 없이, 가장 익숙한 작업 환경 안에서 AI를 하나의 강력한 기능으로 사용하게 되어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도비는 AI 비용(ROI)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생성형 크레딧(Generative Credits)'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은 AI 연산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동시에 AI 자체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만든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어도비는 캔바나 미드저니가 가진 약점인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개인들이 제미나이(나노바나나)에서 이미지를 생성해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측면에서는 저작권 이슈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에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생성된 이미지의 저작권 문제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배상해 주는 '상업적 이용 보장(Indemnification)' 정책을 제시한 것이고, 소송 위험을 감수할 수 없는 대기업, 방송국, 광고 에이전시 시장을 타겟팅하고 있는 것입니다.


몇 년 사이 비전문가 시장은 캔바(Canava)나 제미나이(나노바나나)가, 콘셉트 아트 시장은 미드저니 등이 일부 가져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도비가 타겟팅하고 있는 프로페셔널 및 기업 시장의 지배력은 축소되지 않았습니다.

생성형 AI 시대, 제미나이(나노바나나), 피그마, 캔바, 어도비의 생존전략은?

chapter 2. 로우엔드 혁신과 신시장 혁신

파괴는 파멸이 아닌, 과정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름만 보면 시장을 무너뜨리는(파괴하는) 혁신처럼 들리지만, 파괴적 혁신은 파멸이 아닌 변화의 과정을 뜻하는 것입니다.


파괴적 혁신은 보통 작고 자원이 부족한 신생 기업이 기존 시장의 하단부(저가·틈새시장)에서 시작해, 점점 상위 시장(주류 시장)으로 올라가면서 결국 기존의 강한 기업을 위협하거나 대체하게 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존 기업이 무능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오히려 수익성이 높은 핵심 고객에게 집중하고,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새로운 위험 신호를 놓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크리스텐슨이 말한 혁신가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입니다.


로우엔드(Low-End) 혁신과 피그마(Figma)

크리스텐슨은 파괴적 혁신이 두 가지 길로 일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로우엔드(Low-End) 혁신입니다. 이는 기존 제품이 너무 과한 기능이나 성능을 제공해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고객층을 겨냥합니다. 기존 기업들은 계속 고급 기능을 더하며 비싼 제품을 만드는 반면, 새로운 기업은 딱 필요한 만큼 좋은(good enough) 제품을 더 저렴하게 내놓습니다. 기존 기업들은 이런 시장이 수익성이 낮아 보인다는 이유로 무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시장이 점점 커지고, 결국 신생 기업이 기존 기업의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것이 파괴적 혁신의 핵심 과정입니다.


로우엔드(Low-End)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피그마(Figma)를 들 수 있습니다. 초기의 피그마는 어도비나 스케치처럼 복잡하고 고성능의 툴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브라우저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여러 명이 동시에 수정할 수 있는 협업 기능을 내세웠습니다. 당시 어도비는 이러한 시도를 가볍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피그마는 점점 속도, 기능,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며 전문가용 툴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고, 결국 어도비조차 피그마를 인수하려 할 만큼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피그마는 기존 시장의 하단에서 출발해 점진적으로 상위 시장으로 올라간, 전형적인 로우엔드(Low-End)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시장(New-Market) 혁신과 캔바(Canva)

파괴적 혁신의 두 번째는 신시장(New-Market) 파괴적 혁신입니다. 신시장 파괴는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여력이나 기술이 없었던 비소비자(non-consumers)를 새로운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입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기존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비소비' 그 자체와 경쟁하는 것입니다. 파괴자는 더 저렴하고 접근하기 쉬운 제품을 통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합니다.


신시장(New-Market) 파괴적 혁신의 사례로 캔바(Canva)를 들 수 있습니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전문 툴을 사용할 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디자인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습니다. 복잡한 기능 대신, 템플릿 기반의 간단한 편집 방식으로 누구나 카드, 포스터, SNS 이미지를 만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습니다. 어도비는 이 시장이 자사 고객과 겹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캔바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개인 사용자뿐 아니라 기업용 브랜드 관리, 프레젠테이션 제작, 팀 협업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어도비의 일부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캔바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시장의 외연을 확장한 신시장형 혁신의 성공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어도비가 바라보는 시장과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가 바라보는 시장은 단기적으로 같지 않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제미나이(나노바나나), 챗GPT(달리), 캔바(Canva)와 같은 서비스들은 그동안 이미지 편집이나 생성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시장 혁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신시장 혁신은 종종 기존 시장의 강자를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도비는 포토샵 내에 '생성형 채우기(Generative Fill)'와 같은 어도비 파이어플라이(Firefly) AI 기능을 도입하면서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chapter 3. 존속적 혁신과 어도비(Adobe)

기존 기업의 대응방안, 존속적 혁신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대기업 걱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사실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입니다. 큰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자원—사람, 자금, 기술, 네트워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충분히 시장의 변화를 흡수하고 새로운 경쟁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어도비(Adobe)입니다. 한때 ‘포토샵의 회사’로 불리던 어도비는,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위기에 놓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누구나 버튼 한 번으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복잡한 디자인 툴을 쓰는 이유가 점점 줄어드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도비는 이런 변화를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존속적 혁신이란 기존 시장의 주요 고객을 유지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전략을 말합니다.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기존 고객이 만족할 만큼 꾸준히 더 좋아지는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인데요. 존속적 혁신은 기존 시장을 지키고 키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어도비는 단순한 방어에 그치지 않고, 자사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한 다층적인 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어도비의 대응은 기술, 비즈니스 모델, 법률적 보호라는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파이어플라이 통합과 생태계 락인(Lock-in)

어도비는 새로운 AI 서비스를 따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람들이 이미 익숙하게 쓰고 있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익스프레스 같은 프로그램 속에 AI 기능을 자연스럽게 녹여 넣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토샵 안에서 Generative Fill(생성형 채우기) 기능을 사용하면, 복잡한 편집 없이도 몇 초 만에 배경을 확장하거나 불필요한 객체를 지울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새 프로그램을 배울 필요가 없고, 기존의 익숙한 환경에서 훨씬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히 기술을 추가하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도비의 핵심 생태계—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으로 이어지는 작업 흐름—안에 AI를 통합함으로써, 사용자가 어도비를 떠날 이유를 없애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이를 락인(lock-in) 효과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어도비는 AI라는 새로운 기술의 파도를 맞으면서도, 오히려 자신의 생태계를 더 단단히 묶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결국 어도비의 존속적 혁신은 기존의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기술적 진보를 단순히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생태계와 결합시켜 경쟁사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상업적 안전성과 지식 재산권 리스크 해결

어도비의 전략 중 가장 강력한 가치제안은 상업적 안정성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쟁 AI 모델들은 인터넷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하여 학습하기 때문에, 생성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 침해 소송의 위험이 상존합니다.


반면, 어도비 파이어플라이는 자사가 라이선스를 보유한 어도비 스톡(Adobe Stock) 이미지와 저작권이 만료된 공개 저작물만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합니다. 이를 통해 어도비는 상업적으로 안전한 AI 모델이라는 가치를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들이 챗GPT나 제미나이에서 이미지를 생성해서 개인적인 용도로 SNS에 업로드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영리적인 목적으로 이미지를 생성해서 SNS 등에 사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법적 리스크에 민감한 대기업, 방송사, 광고 대행사 등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소송 위험은 어도비의 높은 구독료보다 훨씬 더 큰 비용입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깨끗한 데이터셋을 확보하지 못한 무료 또는 저가 경쟁 서비스들은 결코 넘을 수 없는 강력한 해자가 구축됩니다. 구글 클라우드 역시 유사한 면책 조항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엔터프라이즈급 AI 서비스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기도 합니다.


새로운 수익모델, 생성형 크레딧 시스템

생성형 AI 모델을 운영하는 데에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소모되며, 이는 기존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요인입니다. 어도비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생성형 크레딧(Generative Credits)이라는 새로운 과금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이 모델은 두 가지 핵심적인 목적을 가집니다. 첫째, 비용 전가입니다. AI 기능 사용 시 발생하는 가변적인 서버 비용을 사용자에게 크레딧 형태로 분담시켜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합니다. 둘째, 신규 수익원 창출입니다. AI 기능 자체를 유료 서비스화함으로써, 막대한 R&D 투자가 이루어진 AI 기술을 비용 요인이 아닌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합니다. 어도비의 투자자 보고서 역시 이러한 전략적 의도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이 크레딧 시스템은 사용자들로부터 상당한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 창의적인 작업 과정은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동반하는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이 생성될 때마다 크레딧이 차감되는 방식은 자유로운 실험을 위축시키고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경쟁의 단계를 바꾼다

기술은 경쟁의 규칙을 바꿉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제시한 ‘파괴적 혁신’ 이이를 설명하는데요. 이번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파괴적 혁신은 두 가지 경로로 나타났습니다. 피그마(Figma)는 더 저렴하고 협업에 용이한 도구를 앞세워 기존 시장의 하단부를 공략하는 ‘로우엔드(Low-end) 혁신’으로 새로운 강자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캔바(Canva)는 디자인 경험이 없던 비소비자들을 위한 시장을 창출하며 ‘신시장(New-market) 혁신’으로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 앞에서 어도비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으로 응수하고 있습니다. 어도비는 단순히 기존 시장을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습니다. 생성형 AI라는 가장 강력한 신기술을 자사의 핵심 생태계에 통합함으로써 기존 전문가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생성형 크레디트’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세 기업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것입니다. 피그마와 캔바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시장의 외연을 넓혔다면, 어도비는 자신의 왕국을 더욱 견고히 다지면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의 경쟁은 누가 승리하고 패배하는가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혁신을 통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생성 AI 시대, 어도비의 생존전략과 비즈니스모델은?


keyword
작가의 이전글트렌드.브랜드 후광효과는 감소하고 제품력의 시대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