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찌 극복하시는지...
오늘은 쓸쓸한 얘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우리는 왜 사는 걸까? 나는 왜 살고 있는 걸까?
이거는 우울증과는 다른 문제다.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물론 답은 그냥 살아가는 거지. 인생이 뭐 그렇지...
그런데, 예전같이 재밌지가 않다. 드디어 나도 그 유명한 ‘노잼시기’에 다다른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은 참으로 변수가 많다. 이 일의 최고의 재미라고 하면, 수많은 변수들을 잘 이겨내고, 결국 무사히 잘 진행하여 성취를 이룬 후 잘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들이 참 재밌었다. 나는 어떤 것이든 잘 믿는 편인데, 특히 내가 바라는 것을 간절히 바라면,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는다. 또 다행인 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바로 다른 대안을 찾아 다시 그것을 해결하려 한다. 생각보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가 이런 일을 하기에는 참으로 적절하다. 힘들었던 일은 금방 까먹는다. 또한 다행인 점 하나는 나는 잔머리가 뛰어나다는 건데, 이것 역시 수많은 변수들을 헤쳐나가는 데에 꽤 적절하게 이용되곤 했다.
무엇인가 해결되지 않았었도 나는 아쉬워하지 않았고, 그것을 해결하려 고군분투했으며, 결국 잘 해결되어 나는 엄청난 기쁨을 누리곤 했다. (엄청난 기쁨이 엄청난 소득과는 결부되지 않았음을 꼭 밝히고 싶다만...) 최근에는 그런 수업도 만들어졌다던데...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수업 말이다. 나는 정말 그 문제 해결 능력에 나름 탁월하다!
그. 런. 데.
요즘에는 정말 너무너무 힘들다. 우선 여전히 내가 하는 일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생긴다. 그 변수들을 해결하는 데에 여전히 많은 힘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는 그런 힘을 들이기가 싫다. 내가 이 나이까지 왜 이렇게 굽신굽신 하며 이 일들을 해결해야 하나 하는 꼰대 같은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내가 굽신굽신 했던 ‘갑’들이 나보다 열 살이상 어려지고, 그들에게 이상한 고집들이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잔머리도 별 도움이 못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말 나이를 따지지 않는 나인데, 점점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꼰대가 되는 것은 필연인가 보다.
새로운 일,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 요즘인데 나는 여전히 이 늪 같은 변수들에 발목이 붙잡혀서 약간의 시간도 낭비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일은 개뿔. 항상 지금이 힘들고 지친다. 새로운 생각을 할 여유를 가지지 못함에 혼자 또 자책하고 ‘나는 왜 이럴까’를 반복하고 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익숙함이 지겨워진 게 아니라, 더 이상 익숙해지지 않은 계속되는 이러한 변수들이 지겹다. 도대체가 쉽. 게. 가는 법이 없다! 제길. 문제 해결 능력이 너무 좋아서 문제인지, 온종일 문제만 지긋지긋하게 해결하고 있는데... 연락해줘야 할 사람들은 연락이 안 오고, 계속 재촉하기엔 내가 빚쟁이 같고, 연락해야 할 사람에게는 이렇다 저렇다 또 하나하나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한다. 내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에 사과하는 것도 이제는 너무 지친다.
사람들은 어릴 때 공부하라고 한다. 어릴 때 해야 암기력도 좋고 더 잘할 수 있다고. 내가 보기엔 일도 더 어릴 때 해야 한다. 진짜 나이가 조금만 들어도 정말 일을 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짐을 나눠주려니, 그들이 회사를 떠나버릴까 봐 무섭다. (실제로 너무 많은 주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냥 이 짐은 내가 앉고 있다가 푹 가라앉아야 하는 것 같다. 나도 그냥 훅 회사를 떠나서, 어릴 때 못한 공부나 실컷 더 하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눈이 침침하다. 다시, 제길!
결국 짐을 하나둘 싸고 사무실을 나와, “은행 좀 다녀올게” 그러고는 스타벅스에서 이러고 있다. 여전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연락은 안 주니 또 빚쟁이처럼 연락을 돌려야 하는데... 그냥 이 커피숍 앞에 있는 영화관에 들어가서 영화나 한 편 때리고 싶다. 결국 달달한 민트 초코칩 블랜디드를 들이켜고는, 해결사가 된 것 마냥 다시 일어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