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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닥 Dec 14. 2021

28세, 독립 준비생

이렇게 갑자기 독립을 한다고?

조금 무섭지만, 해보는 거야 독립.

11월 19일은 취업한 지 딱 3개월이 되는 날이다. 이번엔 꼭 중소기업 청년 대출을 이용해 집을 구하자고 다짐했다. 고작 3개월 회사생활했다고 노션을 좀 다루게 된 나는 중기청 대출 서류를 꼼꼼히 준비했다. 

P 인간이 J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스스로 J 같다며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도 잠시, 전세자금 1억 가지고는 서울에 마음에 드는 방을 찾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저번에 봤던 방이 그대로 있는 걸 보니, 매물 업데이트도 잘 이뤄지지 않는 모양이다. 


'절대 월세는 안 갈 거야! 난 돈을 모아야 해'


라고 되뇌며, 밤 10시까지 부동산 플랫폼을 뒤졌다. 그 결과, 겨우 겨우 현실과 타협하며 찍어놓은 5개의 원룸이 남았다. 완전 마음에 드는 집은 없으니 시간을 좀 두고 여유롭게 찾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애인에게 내가 찜했던 방들을 보여줬다. 


"응응. 뭐 나쁘진 않네. 근데 여긴 위치가 좀 그렇고 여긴 회사랑 멀고.. 여긴 또.." 


한 번에 통과되긴 쉽진 않았다. 나도 마음에 쏙 드는 집들은 아니었기에 같이 'O 호선 분리형 원룸 전세' 키워드로 검색해봤다. 한 게시물의 포근해 보이는 침대 감성 사진이 나를 유혹한다. 

언제 클릭한 것인지 내 손은 내 뇌보다 빨랐다. 사진에 보이는 방은 채광이 좋고, 부엌과 방이 분리된 원룸이다. 게다가 테라스까지 있다. 


나는 야외와 집이 연결되는 공간을 좋아한다. 본가에 있던 옥상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이었다. 

아무도 없는 야외 공간을 햇빛과 함께 누리는 행복을 안다. 

내 상상 속에선 이미 친구들을 초대해 테라스에서 낭만을 즐겼다. 

상상보다 더 좋을 거라며 암시하는 듯 사진과 함께 빼곡 빼곡하게 적힌 글을 읽었다.

집에 대한 설명이다. 이 집을 보내는 아쉬움과 애정이 묻어 나오는 문장들이었다. 

순간 너무 놓치기 싫었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이 집은 전세가 아닌 월셋집이다.


55만 원 월세. 

공과금까지 하면 60만 원 정도의 월세인 것이다. 

'나의 작고 소중한 월급으로 이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 집 한 번 봐보기라도 하고 싶은 것이다. 


자취 경력 6년의 친구는 옆에서 "이 집 너무 좋은데? 빨리 연락해봐! 이런 집은 금방 나가" 하며 보챘다. 

잘 휩쓸리는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늦은 밤 실례인 걸 알면서 매물이 너무 마음에 들어 연락한다."며 세입자에게 문자를 급히 보냈다. (J는 무슨 역시 P였다. 하하)


당연히 잘 시간이었던 터라 답장은 오지 않았다. 초조해졌다. 

내일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서 첫 번째 손님으로 집을 보겠다고 다짐을 했다. 

선점을 빼앗길까 봐 불안해진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나는 주식의 수면 매매법을 이용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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