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 시장의 중국 유통 구조
"이러다가는 다 죽어. 다 죽는단 말이야."
사실 <오징어 게임>을 보지 않았다.
넥플리스에 나오는 건 다 찾아보면서 무슨 이유로 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쇼츠와 릴스 도파밍 중독인 나는 짤을 많이 보았다.
김영수 할아버지의 '이러다 다 죽어'라는 말이 뇌리에 남았다.
아직 중국에 정식으로 어떠한 통로로도 판매하지 않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중국에 B2B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내가 이 브랜드가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포인트가 몇 가지 있는데
1. 아직 중국 시장을 어떤 경로로 들어가지 않아, 아직은 가격이라던지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2. '더마'제품은 워낙 인기 있는 아이템이고 샘플을 써보니 좋았다.
3. 라인업이 많아, 마케팅 포인트가 다양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 중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올리브영에 판매되고 있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가격은 비싸지 않고, 중국 브랜드도 가격이 싸지 않은 브랜드들이 많았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승부 볼만하다고 생각하고 한국에 돌아온 직후였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한참 진행을 하고 중국 B2B 업체에서 몇 군데 관심을 보였다.
불과 3주 만에 중국 업체들은 Give Up을 했다.
이미 한국의 판매가격에 60%에 판매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브랜드가 브랜드력을 가지는 힘든 이유 중 하나가 개인 셀러 플레이가 많다.
상점의 브랜딩을 한 이들은 이미 한국보다 싼 가격에게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공식 B2B 업체가 가져가면 브랜드의 이미지, 브랜딩을 지켜줘야 하기에 마케팅, 유통 모두 해야 하는 입장에서 마진이 남지 않는다.
가져가야 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
제품을 면세점에 넣으면 싼 공급가에 제공을 하고
공급가에서 더 싼 가격에 대리구매 상들이 제품을 사간다.
오래전부터 면세점도 B2C 시장이 아닌 B2B시장이 되었다.
우리는 아주 싼 가격에 브랜드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요즘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 브랜딩, 브랜드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지금 바짝 팔면 장땡이다.
예전처럼 브랜드력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길지도 않으니 어쩌면 브랜드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일지 모른다.
브랜드도 의류 SPA 브랜드 처럼 되었다. 오히려 면세점에 입점하지 않은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몇몇의 브랜드가 중국 왕홍의 라이브 방송으로 터진 사례를 보기도 했다.
나는 더 이상 이 시장에 희망을 갖지 않는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실무를 하며 느꼈지만, 입으로 내뱉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이미 철옹성 같이 악순환 고리를 걸려버린 유통 구조를 바꿀 힘이 없고, 지금 새로운 방식을 찾지 못하면 오징어 게임의 김영수 할아버지 말처럼 이러다 다 죽을 수 있다는 위화감이 들었다.
나는 이 시장을 포기하기로 했다. 오히려 포기하니 다른 것들이 보인다.
기존의 것을 탈피하고 싶어 하면서도, 자꾸 그 틀 안에 기어 들어가려고 하는 나를 자각했다.
세상을 바꿀 힘은 없지만, 관점을 바꿀 의지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