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oy Aug 30. 2024

성실하면, 기본까지는 간다.

두 달 차, 수린이의 수행기

오늘 7월 1일부터 시작한 새벽 6시 수영의 두 달 차,

마지막 날이었다. 강사님이 기본부터 차근차근 잘 가르쳐 주셔서 너무 재밌게 배웠다.  


발차기만 일주일 내내 했고, 물속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2주 차에는 물속에서 숨 쉬는 것만 했다. 기본기 하는 시간이 전혀 지겹지 않았고 오히려 좋았다.

급하지 않아서 좋았고 모든지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강사님의 수업방식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더군다나, 나는 그전에 수영에 대한 안 좋은 경험이 있어 물 공포까지 생긴 터라 지금 방식이 더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칭찬을 좋아한다. 칭찬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작은 일에도 칭찬을 많이 해줬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마음을 가진 것 같다.  

강사님도 늘 잘하고 있다는 말을 아낌없이 해주셨고 진심을 다해 가르쳐주고 있다는 마음이 느껴져 더 잘하고 싶었다.


나는 늘 시간의 강박이 있다. 특히 약속 시간과 무엇인가 정해진 건 꼭 지켜야 하는 마음이 강한데

이 마음은 언제나 나를 옭아매는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수영에서 그 단점은 완전히 장점으로 작용했다. 나는 엄마 수술하는 날 부산을 가야 하는 일정 하루를 빼고는,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

출석률 99% 정도는 될 것 같다.

(자의로 빠진 적은 없음)


나는 수영 배우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매일 아침 5시 15분에 일어나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새벽 2시에 잔날도 나는 5시 15분에 일어났고 12시까지 술을 먹은 날도 그다음 날 수영을 하고 왔다.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제외하곤 나는 두 달 동안 매일 5시 15분에 일어났다. (루틴을 좋아함)


습관이 무서운 게 나는 주말에도 늦어도 6시가 되면 일어났다. 그래서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자연스러운 미라클 모닝 후, 수영을 하고 오는 날엔 하루의 성취감이 가득이었다. 매일 차를 운전하는 것도 좋았다.


나는 두 달을 꽉 채우고 평영까지 배웠다.

이제 평영의 호흡과 박자에 감이 살짝 올 찰나다.

남들이 세 달 걸릴 과정을 100% 출석률 덕분에 두 달 만에 해냈다.


성실하면 잘할 확률이 커지고, 기본까지는 누구나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본기가 모든 것의 뿌리가 되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기본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수영을 배우는 방식이 좋았다.

하나씩 퀘스트를 깨나 가는 것 같고,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바로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강사님의 코칭 아래, 결국 스스로 감을 잡고 해내는 것은 내 몫이었다. 나는 그런 과정이 좋았다. 결국 내 힘으로 해내야 하는 자극이 이 무더운 여름날  수영으로 잘 버티게 해 준 것 같다. 잘 안 되는 날에는 집에 가서 유튜브도 검색해 봤다. 자발적인 학습이다.

나는 이 과정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로 잠시 수영을 멈추기로 했다. 연속해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지금의 선생님도 반을 이동한단다. 사실 이건 핑계다.


추워지기 시작했고 원래 목표였던 자유형을 하는 것인데 거기까지 달성해서인가? 수영장 물에 매일 머리를 담가서 머리가 뻣뻣해졌다? 내 일상이 수영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끊어 놓은 1년짜리 헬스를 두 달 동안 거의 하러 가지 않은 죄책감이 크다?

재미를 이긴 나의 오만가지 핑곗거리는 그냥 결론적으로 잠시 멈추고 싶다는 것 같다.


왜 멈추고 싶은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게 지금의 마음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9월~12월까지 새로운 운동 계획을 세웠다. (참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해)


이번 수영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너무 좋았다. 그래서 기상 시간은 그대로 유지하고 운동을 바꿔서 해보기로 했다.


죄책감을 덜 월, 수, 금 아침 6시에는 헬스장으로

화, 목은 6시 새벽 요가를 가기로 했다.

이러고 10월에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겨우 두 달이지만, 배운 것이 많다.

1. 모든 것이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것이 힘든데, 살다 보면 힘을 빼며 사는 것이 필요하다.


2. 내가 생각한 나의 단점은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3. 운동은 재밌어야 한다.


4. 모든 운동의 트레이너는 기술은 알려줄 수 있지만, 결국은 자기가 몸을 인식해야 한다.  


5. 모든 일에 기본이 매우 중요하다. 기본이 코어가 되어야 한다.


6. 성실하면 기본까지는 누구나 갈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