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직장에서도 눈치 없다는 소리를 또 듣게 될 줄이야..
원래는 입사한 주까지만 다니고 그만두고 싶었지만
주임님과 같이 스튜디오 촬영 가자고 약속을 해 놓은 상태였기에.. 그래서 자연스레 퇴사 일정이 바뀌어버렸다.. 원래는 입사주에 스튜디오 촬영이 있었었고 그것까지만 하고 마무리를 해야겠다 싶었었는데
하필 가려고 했던 스튜디오에 원하는 날짜와 원하는 시간대가 예약이 안되어서 다음주로 넘어가버린 바람에
자연스레 퇴사도 딜레이가 된 것이였다..!
사실 약속과 상관없이 내가 관두고 싶다면 언제든 관두는 건 본인 자유일 것이다.
그리고 퇴사하고 나면 남남이 되는 게 보통일테고..
하지만 뭔가 이 팀원들과는 퇴사해도 계속 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차마 그냥 그만두는 게 더 내키지 않았었다.
그래서 한 주만 더 참자.. 이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다.
스튜디오 촬영 주에 그만두겠다고 이미 마음을 먹은 상태였기에 팀장님껜 미리 말씀을 드려야 할 거 같아서 촬영 전 날에 이번주까지만 하겠다고 퇴사 의사를 밝혔었다.
뭐가 불편한 게 있었냐고 물어보셨었던 팀장님, 사유가 뭐냐며 이 회사에 적응하기 어려운건지 재차 물으셨었는데 나는 "어렵지도 않고 팀원들도 다 좋은데.. 다 그만두신다고 하니 너무 아쉽다.." 라는 식으로 답을 드렸었다. 인사차장님껜 '프리랜서를 오래해 직장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퇴사를 하는 거다' 라는 식으로 말씀드드리겠다고 전하고 팀장님께는 그래도 같은 팀이시기도 해서 다른 답변으로 말씀을 전해드렸다.
그런데 촬영 당일, 함께 스튜디오를 가던 중 주임님에게 게속 설득 아닌 설득을 당해버렸다.
엄청 힘든 게 있었냐, 같이 계속 해봤으면 좋겠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쉽다는 등 나를 엄청 붙잡으셨다.
솔직히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왜 그러셨는진 잘 모르겠다.
나는 남이고 내가 그만두어도 본인에게 크게 지장은 없을거 같은데..
지금도 솔직히 왜 그러셨는진 잘 모르겠다..
사실 그렇게 힘든 것도 없었다. 다니던 당일까지 아무런 압박과 큰 지시도 없었거니와
오히려 무관심에, 나를 전혀 신경쓰지도 않으셨었다. 그래서 크게 불편한 것도 없어서 고민이 더 되긴 했었다. 자꾸 회사의 부정적인 얘기들과 그만두는 팀원들이 있다보니 오래 다닐 곳은 못 될 거 같아 심적으로 뭔가 더 그만둬야곘다고 느꼈었나보다. 그래서 주임의 말에 더 흔들렸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주임의 말에 넘어간 나는.. 다시 번복하기로 마음을 먹고 팀장님께 하루만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연락을 드렸었고 나에게 번복하는거냐고 물으시자 그렇다고 답을 드렸다.
하지만 이미 늦은 타이밍.. 팀장님께선 이미 인사차장님께 말씀을 전한 후였었고 그래서 대표님까지 바로 전달이 된 상황이였었다. 하지만 내가 번복하겠다고 했어서 팀장님께서 다시 전달을 드렸다고 한다.
근데 나도 참 줏대가 없었지.. 그만둘 거면 확실하게 그만두던가, 주임이 붙잡아서 번복한 건 또 뭐람?
동생한테 이 얘길 하니 그만둔다고 했으면 번복하지 말고 그냥 그만 두던가, 나중에 짤리게 되면 누나만 상처받고 자존감만 낮아질거다라면서 주임이 붙잡아서 번복한 상황에 이해를 하지 못했다.
무튼 그렇게 나는 번복을 해서 더 다니기로 했고 그렇게 그날 주임님과 스튜디오 촬영을 진행했는데
여기서 나는 또 눈치없다는 소리를 듣고 말았다..
나는 이미 그 주에 퇴사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던 지라 사실 구체적으로 촬영에 대해 생각을 안 하고 갔었기도 했고 기획도 주임님이 하셨던 거기 때문에 서포트만 해주면 되겠지 싶었었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진행하질 않았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주임님이 왜 내가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었는지
알 것 같다며 뭐라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날 위해서 해주는 말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주임 포함해서 내가 싫어서 해주는 말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고 했었다. 다음 회사 가서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라며 개선해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 말을 여기에서도 또 듣게 될 줄이야.. '사람은 역시 쉽게 변하지 않는 걸까'라는 말이 문뜩 떠올랐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난 후 남은 시간동안 적극적으로 임하려 애썼었다. 피해는 주면 안되니까..
시간이 흘러 대여시간이 다 되어 갈 쯤, 팀장님께서 결과물은 잘 나왔는지 연락이 오셨었다.
뭔가 만족스런 결과물이 나오지도 않았거니와 더 이상 촬영하기가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어서, 마침 대여시간도 다 되어가니 여기서 마무리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포기하려는 우리들의 태도에 팀장님께서 화가 나셨는지 전문가 둘씩이나 갔는데 만족스런 결과를 낼 때 까지 해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거기서 우리들은 '아차!' 싶었었다. 우리를 위해 해주신 일침이라 프로답지 못한 행동에 뭔가 부끄럽고 반성하게 되었었다. 그래서 우린 무조건 연장을 하기로 했고 팀장님께서 몇시까지 연장할거냐고 물으시자 8시까지 연장하기로 말씀을 드렸다. (원래 스튜디오 대여시간은 10-4시까지 였었다.)
그리고 팀장님께서 다음날 출근시간도 1시간 늦춰주시기까지 하셔서 더 감동이였었다.
혼나는 것도, 이렇게 출근시간도 조정해주신 것도 팀장님이 아니셨으면 생각도 못했을텐데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었다.
그렇게 우린 촬영을 마치고 주임님은 집으로 가고 나는 짐을 회사에 들려 놓고 가려고 잠시 들렸었는데
주임님께서 알려주신 방법대로 보안을 풀었는데도 경고가 울려서 순간 너무 당황했었다.
나중에 어찌저찌해서 풀리긴 했었는데 체감상 1분 정도 울린 거 같아서 보안 업체가 왔을까봐 조마조마했었다. 이 때 나도 모르게 주임한테 전화해서 어떡하냐, 어떡하면 좋냐 난리부르스였었다ㅋㅋㅋ
주임님은 혹시 모르니 팀장님께도 말씀드려보라고 하셔서 혹시몰라 이 사항도 보고 드렸었다.
팀장님도 별 이상 없었으면 괜찮을거라며 신경쓰지말라고, 오늘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런 일이 있고 난 다음날, 팀장님께서 주임과 나를 불러 면담을 진행하셨었는데 어제 우리의 행동때문에 화가 나셨었다고.. 어느 회사를 가던 마찬가지일거다라면서 각자 직무에 대한 프라이드와 자신감을 가지라고 충고해주셨다. 솔직히 무관심하면 이런 말씀도 안 해주시고 넘어가실 법 한데 다 우리들을 위해 해주시는 말씀이라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면목이 없었다.
그리고 또 나를 따로 부르셔서 면담을 하셨었는데 나에게 "혹시 퇴사 번복을 따로 하게 된 이유가 있냐, 인사 차장님께는 이 부분을 어떻게 말씀을 드렸었냐"고 물으셨었다. 왜 이걸 물으신건가?! 바로 이 전에 인사차장님과 따로 또 면담을 한 상황이였기 때문이였다. 인사차장님과 면담시 "팀장님께 말씀 전해들었다며, 왜 그만두려는 했었는지, 다시 번복했다고 하셨는데 의지가 충분히 있는 상태인건지, 없다면 그냥 서로 깔끔하게 계약 종료를 하는 게 낫지 않겠냐" 라고 물으셨었는데 이에 나는"사실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하다 회사 생활을 하려다보니 적응이 안 되어서 포기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이대로 2주 동안 뭘 해보지도 못하고 그만두기엔 아쉽기도하고, 남은 2주동안 수습 미션을 달성해 제 의지를 보여드리겠다. 그 후의 판단은 대표님께서 하시면 될 것 같다."라고 말씀드리자 인사차장님께선 "그럼 달성하지 못할 시 종료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냐"라고 다시 물으시자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결국 그렇게 받아들여주시면 될 거 같다. 어떤 결과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2주 안에 미션 달성이라..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잘하고 싶어 최대한 좋은 쪽으로 대답을 드렸었다.
(내 미션은 어떤 류이던 영상10개, 이미지 배너5개를 만드는 거였다. 원래는 주마다 영상5개, 배너5개씩 해서 총 20개를 만드는거였었는데 영상에 더 집중하라고 하셔서 이렇게 조정이 된 상황이였었다.)
참고로 이 회사는 수습기간 동안엔 수습 미션이라는 게 있는데 내가 수습 기간에 무얼 할지 적고 그것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며 기간이 다 되면 셀프 평가도 해야 했다.
(이것 때문에 주임은 런치고 싶었다고ㅋㅋ 나도 솔직히 이것 때문에 머리 아팠었다. 대기업도 아니고 좆소에서 이런 것이 있었을 줄이야..)
회사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보통 수습기간은 3개월 정도 일텐데 이 회사는 3개월 수습기간은 맞지만
이 수습기간 동안에 1개월씩 연장하는 방식이였다. 즉 1개월씩 계약해 맘에 안 들면 3개월이 채 안되어서도 계약 종료가 될 수 있단 소리.. (그래서 이 당시 나에겐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였어서 2주란 말이 이런 뜻이다.) 즉 나는 일단 1달만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라 남은 2주 안에 수습 미션을 달성해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이다. 만약 달성을 못하게 되면 자연스레 계약 종료가 된다고 생각하고 말이다.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도망치는 것 같아서 정말 마지막 기회다라고 생각하고 2주 동안 진짜 최선을 다했었다.
하루하루 내일은 어떤 컨셉을 해볼까, 이것을 응용해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등 창의력을 펼치기 위해 퇴근 하고서도 노력은 계속 되었었다. 사실 퇴근하고나서도 이렇게 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 건 아마 내 인생에서 처음 있었던 일이였던 것 같다. 보통 나는 퇴근하고나면 그 후엔 업무에 대해선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동기부여?가 생겨서 그런 걸까. 남은 2주 동안 정말 몰두해서 업무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 그 사이에 팀장님은 퇴사를 하시게 되었고.. 어느덧 2주가 지나 나의 계약 연장의 날이 찾아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