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멀어보겠는가?
한 사람을 보았다.
그는 평범해 보였지만 손에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막대가 쥐어져 있었다.
쉴 새 없이 막대를 치며 걸어갔다.
"탁탁타다닥"
차가 달려왔지만 그는 앞만 바라보며 걸었다.
나는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길을 건너는 그를 걱정스레 보고 있었다.
다행히 그는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갔다.
하지만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인 것 같은데 그의 막대는 화단을 향해 가고 있었다.
화단을 막대로 계속 쳤다. 그러다 다행히 길 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갔다.
일상에서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하여
불평까지 해댄다.
20대, 30대, 40대를 거치며 참 열심히 살았다.
새벽기상, 대학원 준비, 집안일, 아이들 교육, 직장에서 인정받기, 자격증 준비...
게으른 나를 달래기도 내게 충고와 잔소리도 하며 나름대로 도전하며 살았다.
그래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자신이 없다.
생각만 해도 힘들다.
중년은 이상한 나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사람이었고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았다고 나의 어깨를 다독일 줄 아는 나였는데...
중년이 되니 왜 이리 끝없이 후회가 밀려드는지...
'왜 그때 내가 필요도 하지 않은 것에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쓴 걸까?'
'왜 호구 같은 삶을 살았을까?'
'왜 좀 더 열심히 다른 일에도 도전해 보고 살지 않았을까?'
'왜!'
.
.
끝이 없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내는 내가 얼마나 마음의 눈이 멀었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잘 작동되는 눈을 가졌지만 내 마음의 눈은 어두웠다.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 것에 감사도 없고
남이 가진 것은 부럽고
마음의 눈이 병이 들었다.
마음의 눈을 떠서 보니 감사한 것이 참 많다.
아이들의 엄마로 아직 건강하게 그들 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하며 병들어 가지 않고
용서할 수 있었던 나
죽을 것 같이 힘들고 내가 처한 환경에서 도망가고 싶었을 때 그 자리에 머물 수 있었던 것
중년, 마음의 눈을 떠서 당연한 것이었던 것을 감사함으로 바꾸는 능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후회 대신 칭찬을
질책 대신 격려를
중년, 새로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
"사랑한다. 감사하다. 소중하다. 행복하다. 괜찮다.
미소를 짓는다."
이것이 진정으로 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