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 2/22 댈러스 공항에서

by someday


댈러스 공항 대기 중,
달러도 있고 할 것도 없고 해서 또 뭘 먹고 세수하고 양치하고 했는데 세시간 남았다! 그래 세시간 쯤이야 ㅎㅎ

어제 저녁에 뱅기타기전에 파니니를 하나 먹고 뱅기에서 주는 저녁을 먹고 9시간쯤 지나서 아침줘서 빵하나 먹고 내려서 방금 오믈렛을 또먹었다 이거 뭔가 두끼씩 먹은 것 같...지만 에라 모르겠다ㅋㅋ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비행만 남겨두고 있다. 정말 오랜만의 배낭여행 이었고 혼자하는 여행 이었고 너무나도 특별한 남미여행 이었다. 남미는 예측 불가에 인내를 요하는, 그럼에도 매력적인, 곳이었다.

유럽 배낭여행하던 스물셋의 내가 남미를 보았다면 훨씬 더 매력적이었을까? 홀딱 매료 되었을까? 세계여행 중이던 스물여섯 청년에게 왜 여행 하냐 물었을때 그 나이의 감성으로 세계를 더 많이 보고 싶어서 라고 했던가.

아마 나이의 문제보단 변한 환경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지만 확실히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감성을 지녔다. 불과 3,4년 전에 끄적인 글만 보아도 내것이 아닌 것 같고 멋있게 느껴진달까. 젊음이나 청춘 이라고 불리우는게 그런 것들일까? 불안정하고 한치 앞을 모르고 안정되고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에 눈을 반짝이며 가슴이 뛰는 그런 것들.

옛날엔 안정을 추구하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어른들의 기준이나 가치관을 올드하거나 열정을 잃어가는 등의 편견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그래서 뭔가 그런 '어른'이 되는게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엄청 어른이 되려면 멀고도 험난하겠지만 이제와서 보니 다행히도 그 '어른'이 되는 건 빛을 잃고 시들거나 주저 앉아 자기 만족만 하거나 그런 부정적인 것들은 아닌 것 같다. 열광하거나 떠돌거나 부딪히거나 불태우기보다 지키고 간직하고 소중히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나가는 느낌이랄까. 아마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가족을 일구는 분들이 이런 가치를, 인생을, 행복을 발견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교땐가. 자주 하던 말이 '아 맨날 학교집학교집하는데 나중에 회사집회사집회사집 해야하는 건 진짜 싫다 넘넘 싫다' 였었다 ㅋㅋ 그땐 진짜 뭔가 아 나도 결국은 그냥 직장인이 되는 걸까 그렇담 뭐하러 무슨 재미로 사나. 학교는 왜다니나 등의 생각을 했었고 어쨌든 모든 청춘이 꿈꾸듯 난 특별하고 싶어 난 집시가 될래 세계여행 할래! 등등의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그 생각들은 내 이삼십대 여행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이젠 딱히 집시가 되고 싶진 않다. 그리고 회사집회사집 해도 칼퇴하면 행복하고 저녁과 주말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거나 내가 즐기는 취미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다면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아졌다. 사실은 그래도 욕망 몇가닥이 맘속에 남아있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 여행을 다녀오니 욕망 몇가닥이 녹아 내렸다고 해야하나 불지펴질줄 알았는데 사그라들었다 ㅋㅋ

일상으로 돌아간 뒤 나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남겨질지도 무척 궁금하다. 정말 이래저래 올해는 다이나믹한 2017년, 시작부터 다사다난하다. 회사도 팀도 취미생활에 학원에 장기여행까지 다녀오고 ㅎㅎ 그만큼 멋진 한해가 되려고 그런 거겠지!

그때 그곳에서 뭘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여과없이 남기고 싶어서 마구잡이로 써내려간 글들이 그래도 잘 쌓여서 오늘까지 왔다. 서울 가면 사진만 첨부하고 글은 건드리지 말아야지 ㅎㅎ 어쨌든 젤 중요한건, 이번 여행은 왠지 지금 내가 참 행복하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준, 그런 여행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