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지에 쓰인 소설
아이가 넉 달 전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이는 두드리면 다채로운 소리가 나는 피아노에 흥미로워하다가도 이내 딴짓을 한다. 다섯 손가락을 제각기 움직이며 음에 맞춰 건반을 누르는 일, 악보를 읽고 규칙을 배우는 일은 다섯 살 꼬마에게 쉽지 않을 것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모데라토 칸타빌레]도 어린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정확히는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이 아이를 다그치는 장면. 아이는 손에 잘 붙지 않는 디아벨리의 소나티네 A. Diabelli / Sonatina Op.151, No.1, 2nd Scherzo를 내내 연습한다. 아이 곁엔 결혼 때문에 이주한 도시에서 권태를 느끼는 여자 주인공 '안'이 있다. 소설 [모데라토 칸타빌레]는 갑작스레 펼쳐지는 강렬한 사건의 묘사 그리고 '안'과 '쇼뱅'의 대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사건 서사가 왼손 반주라면, 그들의 대화는 오른손 주멜로디 연주다. 서로 대칭하고 어우러지며 화성을 이룬다.
백수린 작가의 말처럼 '뒤라스의 소설을 읽는 것은 사랑에 관한 음악을 듣는 일'일까. 내 아이는 '도미솔'에서 '무지개 소리'가, '시파솔'에서는 '젖은 수건에서 물 짜는 소리'가 난다고 한다. 나는 소설 [모데라토 칸타빌레]에서 해변에 울려 퍼지는 총성, 질식할 정도로 진한 목련향, 핏빛으로 물든 석양을 들었다.
�소설 [모데라토 칸타빌레]에서 나온 음악 듣기
영화 [모데라토 칸타빌레]
무슨서점 @musn_books의 "한문단클럽"에
[책듣기]로 연재하는 글입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모데라토 칸타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