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늙어가는 법
항상 고민인 부분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멋지게 늙어갈 것인가. 백발의 머리에 포마드로 멋지게 넘기고 더블 브레스트의 멋진 슈트를 입는다면 과연 멋있게 늙은 것이 될까? 한 30% 정도는 맞는 말일 수 있다. 해보면 알겠지만 깔끔하게 이발하고, 머리를 정성 들여 말린 후 포마드로 정리하고, 단정한 셔츠와 슈트를 챙겨 입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쉽게 쉽게 등산복을 집어 드는 게 아닐까.
위의 외모와 복장만 잘 가꾸어도 멋쟁이 노년이 가능하다. 사실 어떤 브랜드냐 혹은 어떤 스타일이냐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시간을 들여서 가꾸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풍기는 것이다. 그것이 '본인'을 만나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면 당연히 호감이 가고 멋진 눈빛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여기까지 다소간의 외적인 부분을 말했다면, 내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예순 정도의 나이를 은퇴하고 남은 반세기의 기간 동안 무얼 할 것인가? 무얼 해야 심심하지 않고 보람차고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 말이다.
일전에 '월 임대수익 17억 건물주의 하루' 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미 유한계급에 올라선 그분의 하루는 골프레슨 골프 미식 등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댓글은 거의 부러워하고 있었다. 본인도 부정은 못하겠다만.)
또 다른 '노후 생활'에 대한 괜찮은 설계(?)가 있었다. 오전엔 무언가 배우고(학습), 오후엔 봉사활동을 하고(공유), 저녁엔 가족과 여가시간(휴식)을 보내는 상당히 모범적인 하루를 제안했다.
17억 월세 건물주는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 우리가 직접 이루어 낼 수 있는 '찐 멋쟁이'로 늙어가기 위한 힌트를 위의 책에서 얻어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에이지 슈터의 꿈을 이루기 위한 세 가지 필수 조언이 있다.
첫째, 체력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략
둘째, 나이가 들어서도 동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
중략
셋째, 예나 지금이나 골프 비용은 만만치가 않다.>
에이지 슈터 : 나이와 같거나 그 아래로 스코어를 기록하는 골퍼
저자는 골프에 있어서 예를 들었지만 사실 꼭 골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건강
사람
경제력
이 세 가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노년에 갑자기 깨닫거나, 엄청난 비용을 들인다고 해도 갑자기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책의 마지막 부분에 더 멋진 구절이 있다. (책의 중간중간에 멋진 경험들과 조언들이 넘치지만 다 적지 못해서 아쉽다)
<내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나는 생물학적 나이와 주민등록상 나이 모두를 거부하고 싶기 때문이다>
조건에 해당됨에도 지하철을 탈 때 노약좌석과 무임승차를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최근에 한동대 학생식당 시스템에 대한 인터뷰를 접한 적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 식비를 결제할 때 100원과 3000원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아무도 얼마로 먹었는지 알 수 없음-
100원으로 먹는 학생의 비율이 전교생의 10% 미만이라고 한다.
한동대의 학생들과 저자 두 분 다 상당히 멋지지 않은가?
자신이 가진 능력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면서,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것이 멋지게 늙어가는 한 단면인 것 같다. 제도에 따라서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하고, 자주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 적은 금액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너그러움이 우리를 더 멋지게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