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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May 14. 2019

너무 한낮의 댄스파티2

기부 프로젝트 - 문구점과 사진관을 찾아서

 기부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우리의 화두는 줄곧 문구점과 사진관을 찾는 것이었다. 쿠바는 인터넷 환경 쉽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발품을 팔아야했다. 일단 아이들에게 선물할 학용품을 구해야 했다. 쿠바는 공산품을 구하기 어려운 나라여서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다. 질 좋은 물건을 구하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기대이상으로 어려웠다. 길가에서 쿠바노들에게 문구점의 위치를 물었는데 기념품 가게를 알려줄 뿐이었다. 작은 문구점을 찾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게 없고 더위에 점점 쪄 들어갔다. 결국엔 처음 방문했던 문구점에서 투박한 공책 20권을 구매했다.

Disculpe. ¿Dónde está la papeleria? (실례합니다. 문구점은 어디있나요?) 스페인어로 물어보면, 스페인어로 대답해주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음날, 문구점을 찾아가다가 본 사진관에 갔다. 사진관 문을 열고 조심스레 들어가서 직원으로 보이는 분에게 한 장에 얼마냐고 물으니 2CUP 한다.

 “도스 모네다?(2CUP)”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도스 모네다(2CUP)"  

이중화폐를 사용하는 쿠바에서는 가격흥정을 할 때 내국인 화폐와 외국인 화폐인지 확인하는 게 첫 번째 관문이었다.

*쿠바 이중 화폐
쿠바의 화폐단위는 ‘페소’를 쓴다. CUC(세우세·외국인 전용화폐)’와 ‘CUP(세우페·내국인 전용화폐)’ 둘로 나뉜다. 내외국인 모두 두가지 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1CUC는 2018년 기준 미화 약 1달러였다. 쿠바에는 이중화폐라 가격을 물을 때 내국인 화폐인지, 외국인 화폐인지 확실하게 물어봐야 했다.
1CUC=25CUP 25배 차이로 간혹 거스름돈으로 사기를 치는 상인을 조심해야 한다.

 직원은 위층으로 올라가보라고 한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배가 불뚝 튀어나온 흰색나시 아저씨가 마중을 나온다. 아저씨는 환영인사를 하며 무엇을 도와줄 거냐고 물었다. 우리가 사진을 인화할거라고 말하니, 그는 인화를 할 수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방을 들어가면 몸통이 넓고 큰 구닥다리 컴퓨터 모니터와 그 옆에는 꽃무늬 침대가 있었다. 그는 침대에 앉으라고 하고 본인은 엉덩이보다 작은 의자에 걸터앉았다. 사진이 있는 USB를 건네고 사진 작업을 시작하셨다. 그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마우스와 키보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요구에 맞춰 사진사이즈에 맞춰 사진을 자르고 밝기를 조절했다. 컴퓨터 사양이 그렇게 좋지 않아 한 장을 인화하는데 5분 이상이 소요되는 성가신 작업을 기다려야 했다. 사진 인화를 다 하고 가격을 듣기 전까지는 그와 쿠바에 대한 이야기도 하며 희희낙락 유쾌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사진을 받아들고 그에게 인화한 사진들의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다.

 “60CUC이야.”

 “60CUC? 밑에 있는 직원은 사진 한 장에 2CUP라고 했는걸! 60CUP아니야?”

 “아니야. 잘못 들은 거야. 그리고 밑에 있는 사람은 직원이 아니야. 사진은 한 장에 2CUC야. 30장이니까 총 60CUC지.”

 60CUC는 7만원 가까이 되는 돈이었다. 지애언니와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눈이 마주쳤고 상황이 잘못 흘러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몇 단어 알지 못하는 머릿속 스페인어가 총출동 하기 시작했다.

 “아미고. 디스카운트 뽀르빠보르.(친구. 깎아주세요.)”

 “알겠어. 50CUC."

 "아미고. 무이 까로. 40CUC 뽀르빠보르" (친구. 너무 비싸니 40쿡으로 깎아주세요.)

 “50CUC"

 “아이 엠 스튜던트. 40CUC 뽀르빠보르(난 학생이에요. 40쿡으로 깎아주세요.)"

 "45CUC. 그 밑으로는 안 돼.”

아저씨의 눈빛도 45CUC 밑으로는 깎아주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갑에서 돈을 탈탈 털어 45CUC를 내밀었다. 최종적으로 돈을 지불할 사장님에게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우린 왜 사장님에게 사진의 가격을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을까, 어쩐지 사진 한 장에 백 원도 안하는 게 이상한 건데 왜 우린 의구심을 갖지 않았을까 신세한탄하며 터벅터벅 걸었다. 평소에 투어신청을 할 때나 판매하는 물건을 확인을 할 때 가격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편이었는데, 가끔 마음이 한껏 느슨해질 때 쓰라린 일이 일어나곤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몇 시에 오는지 여쭈어보려고 교회에 찾아갔다. 8시 예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7시 30분에 노트와 사진을 들고 찾아갔다. 교회에 있던 모든 분들은 예상하지 못한 우리의 등장에 놀라셨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앉아있을 교회 뒷마당으로 우리를 안내하셨다. 의자에 앉아서 Elice아버지에게 사진 속 아이들의 얼굴을 가리키며 이름을 물어봤다. 교회 사람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아이들의 이름을 공책에 쓰는 일을 도와주셨다. 공책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고 사진을 공책 위에 올려놨다.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도착하고 이름을 부르며 공책과 사진을 전달했다. 첫날 마주쳤던 모든 아이들을 만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사진을 보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바에 와야 할 이유가 되어준 사람들

 결정적으로 나를 그곳에 다시 가게 만들어준 Elias, 20살만 늦게 태어났으면 내가 졸졸 쫓아다녔을 트리니다드 프린스 Elias, 고맙다며 빵을 품에 한가득 들고 오시던 Elice아버지, 아이들 중엔 가장 밝지만 많이 챙겨주고 싶은 Helen, 언니와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Elseo 마저 보고 싶은 걸 보니 짧은 사이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내어준 모든 교회 사람들에게 고마웠다. 지글지글 뜨거운 쿠바에 이렇게나 따듯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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