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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Nov 20. 2023

3번째 회사 퇴사 후, 3주 차 백수의 솔직한 심경

이라고 쓰고 3번째 세계여행 앞두고 있는 심경이라고 읽는다.

느지막이 일어났는데 메일 알림이 울린다. 퇴사한 회사에서 온 퇴직급여 메일이다. 첨부파일을 열어본다.

퇴사자 인적사항에는 내가 회사와 함께했던 날들을 다양한 숫자 보여준다.


근속일수 1486일

근속기간 4년 0개월 25

근속월수 49개월

마지막으로 나의 세 번째 직장이 주는 마지막 선물, 퇴직금이 하단에 찍혀있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사람을 참 벅차게 만들었다가도, 명료한 숫자 몇 개가 성적표처럼 허무하게 만들기도 한다.


퇴사한 지 10일 하고도 8일이 지났다. 약 3주간 출근 부담 없이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아점을 먹고 뒹굴거리기 참 좋은 시간이었다. 쉬는 동안 여행지에서 입을 경량패딩과 편안한 바지 하나를 샀다. 베트남 하노이로 나가는 항공권을 사고, 가려는 나라에서 요구하는 예방접종을 맞았다.


이제 떠나야 한다. 퇴사 후 여행은 나에게 떼놓을 수 없는 수순이었다. 2015년 퇴사 후 7개월 여행, 2018년 퇴사 후 10개월 여행, 2023년 퇴사 후 떠나는 세 번째 세계여행이다. 나는 퇴사 후 여행하는 알고리즘에 돌아버린 미친 애가 틀림없다. 친한 친구는 내가 퇴사한다고 말하자마자, "이번에는 어디 여행가게?"라고 물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는 왜 퇴사하고 떠나는 여행에 돌아버렸을까?


아마 4년 간 누구보다 일에 치열했기 때문일 것이다. 광고주와 미팅을 하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컴플레인을 처리하고, 때론 회사 동료들과 업무 효율과 회사 발전에 대해 밤새 토론하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모니터에 코 박고 일을 하고, 외근을 다닐 때는 휴대폰을 붙들고 일을 해냈다. 아니, 쳐냈다. 바쁠 때는 일을 해낸다가 아니라, 줄곧 쳐내느라 바쁘게 살아왔다.  그래서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회사에 대한 미련이 없이 떠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뭐든 이력이 날 정도로 해야 떠났을 때 미련이 적은 이유 중 하나이다. 연봉이 안정적으로 1억이 넘는 회사를 미련 없이 관두는 나를 보며, 직장동료들은 의아해하기도 했다. 나의 4년간 축적된 퇴직금을 슬쩍 떠보는 후배도 있었다. 명료하게 내가 퇴사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내 실적으로 인해 급여가 오른다고 해서, 내 행복도가 비례해서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떨어졌다.


막상 퇴사를 하고 긴 세계여행을 다시 떠날 생각을 하니, 다시 두려운 마음이 연기처럼 내속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3번 퇴사하고 떠나는 3번째 세계여행이지만 늘 불안함과 설렘은 동전 앞뒷면처럼 달라붙어 찾아온다. 놀이기구를 탈 때처럼 쿵쾅거리는 마음이 설레는 마음이 더 큰지, 불안전한 마음이 더 큰지 계량할 수 없는 것처럼 두 마음이 뒤섞여있다. 의젓한 마음으로 나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싶은데, 아직 강아지풀처럼 흔들리는 연약한 내 마음이 어렵다. 다시 여행백수로 내가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가득 안은 채로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밖 세상에는 과연 무엇이 존재했길래 나는 또 사직서를 쓰고 떠나는 걸까. 나는 행을 다녀오면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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